[안현실의 산업정책 읽기] 농림축산식품부를 없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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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실 논설·전문위원, 경영과학 박사 ahs@hankyung.com
“우리는 동부그룹에 이어 LG그룹까지 농업 진출을 막은 힘으로 대기업 농업 진출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법률 제정 운동으로 나갈 것이다. 농업법인에 대한 비농민 출자한도를 엄격히 하는 농업 경영체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 대기업의 축산 진출을 금지하는 축산법 개정, 비농민 농지 소유 제한을 강화하는 농지법 개정을 추진할 것이다.”
정치판이 된 한국 농업
전국농민회총연맹이 ‘LG CNS의 농업 진출 중단에 대한 입장’이라며 내놓은 성명서의 한 대목이다. 결국 ‘규제의 베를린 장벽’을 만들어 그 누구도 ‘그들만의 농업’으로 넘어오지 말라는 협박이다.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야당은 LG CNS 임원을 불러놓고 스마트팜 사업 철회를 확인하며 “대기업이 농작물까지 손대느냐”고 호통쳤다. 농림축산식품부가 한 일이라곤 LG CNS의 사업 철회 선언 전이나 후나 ‘대기업과 농민 간 상생’을 되뇌는 것뿐이었다. 국회도 정부도 농민단체 들러리다. 이게 21세기 한국 농업의 현주소다.
작은 나라 네덜란드는 미국 다음의 세계 2위 농업 수출국이다. 농업개혁 없이 농업이 산업이 될 수 없음을 웅변적으로 보여준 나라다. 무엇이 이를 가능하게 했을까.
네덜란드는 농업 보호라는 쇠사슬부터 끊었다. 그리고 개방으로 나갔다. 그래서 위기도 맞았지만 그게 네덜란드 농업을 오히려 강하게 만들었다. 더 놀라운 건 한국의 농식품부에 해당하는 부처를 해체해 경제부처와 합친 점이다. 농업지도 공공기관의 민영화는 말할 것도 없다. 이게 한국 같으면 가능할까. 농촌진흥청의 민영화조차 저지당하는 한국이다.
네덜란드는 이런 정치적 결단을 바탕으로 구조개혁에 성공했다. 고부가가치 품목으로 농지를 집약화했고, 농업 경영체의 대규모화로 갔다. 한국은 그 반대다. 기업이 아닌 같은 농업인 사이에서조차 누가 규모 있는 시설에 투자하거나 귀촌으로 시설농업에 투자한다면 바로 싸늘해진다. 영세한 게 오히려 성역이 됐다.
흔히 네덜란드 농업의 혁신을 말하지만 그게 그냥 나왔겠나. 개방을 하고 구조개혁을 단행하니 대학, 연구소, 기업이 농업으로 몰려들고, 클러스터들이 생겨나고, 혁신이 폭발하는 것이다. 한국은 기업이 직접 농사를 짓지 않고 시스템이나 솔루션을 공급하겠다고 해도 농민단체는 즉각 투쟁에 돌입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수행하는 ‘스마트팜 솔루션 연구개발’조차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본다는 판이다. 지식이 흐르지 않고 학습이 일어나지 않는데 무슨 혁신인가.
납세자와 소비자가 일어서야
농업도 경쟁력이 없으면 도태당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도 연명을 계속하면 그 부담이 어디로 갈지는 자명하다. 농민단체는 정부 보조금을 ‘눈먼 돈’쯤으로 여기는지 몰라도 납세자의 허리는 갈수록 휘어진다. ‘봉’인 건 소비자도 마찬가지다. 소비자는 값싸고 질 좋은 농작물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 소비자 후생을 따지면 세금 또는 인위적 가격으로 떠받쳐지는 국내 농작물보다 수입 농작물이 백배 낫다.
납세자와 소비자 희생 위에서 정치인과 농민은 보조금과 표를 교환한다. 납세자와 소비자가 떨쳐 일어나자. 이참에 농민부로 전락한 농식품부도 없애고, 농업 보조금도 끊고, 문도 확 열자. 그것 말곤 한국 농업을 살릴 길이 안 보인다.
안현실 논설·전문위원, 경영과학 박사 ahs@hankyung.com
정치판이 된 한국 농업
전국농민회총연맹이 ‘LG CNS의 농업 진출 중단에 대한 입장’이라며 내놓은 성명서의 한 대목이다. 결국 ‘규제의 베를린 장벽’을 만들어 그 누구도 ‘그들만의 농업’으로 넘어오지 말라는 협박이다.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야당은 LG CNS 임원을 불러놓고 스마트팜 사업 철회를 확인하며 “대기업이 농작물까지 손대느냐”고 호통쳤다. 농림축산식품부가 한 일이라곤 LG CNS의 사업 철회 선언 전이나 후나 ‘대기업과 농민 간 상생’을 되뇌는 것뿐이었다. 국회도 정부도 농민단체 들러리다. 이게 21세기 한국 농업의 현주소다.
작은 나라 네덜란드는 미국 다음의 세계 2위 농업 수출국이다. 농업개혁 없이 농업이 산업이 될 수 없음을 웅변적으로 보여준 나라다. 무엇이 이를 가능하게 했을까.
네덜란드는 농업 보호라는 쇠사슬부터 끊었다. 그리고 개방으로 나갔다. 그래서 위기도 맞았지만 그게 네덜란드 농업을 오히려 강하게 만들었다. 더 놀라운 건 한국의 농식품부에 해당하는 부처를 해체해 경제부처와 합친 점이다. 농업지도 공공기관의 민영화는 말할 것도 없다. 이게 한국 같으면 가능할까. 농촌진흥청의 민영화조차 저지당하는 한국이다.
네덜란드는 이런 정치적 결단을 바탕으로 구조개혁에 성공했다. 고부가가치 품목으로 농지를 집약화했고, 농업 경영체의 대규모화로 갔다. 한국은 그 반대다. 기업이 아닌 같은 농업인 사이에서조차 누가 규모 있는 시설에 투자하거나 귀촌으로 시설농업에 투자한다면 바로 싸늘해진다. 영세한 게 오히려 성역이 됐다.
흔히 네덜란드 농업의 혁신을 말하지만 그게 그냥 나왔겠나. 개방을 하고 구조개혁을 단행하니 대학, 연구소, 기업이 농업으로 몰려들고, 클러스터들이 생겨나고, 혁신이 폭발하는 것이다. 한국은 기업이 직접 농사를 짓지 않고 시스템이나 솔루션을 공급하겠다고 해도 농민단체는 즉각 투쟁에 돌입한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수행하는 ‘스마트팜 솔루션 연구개발’조차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본다는 판이다. 지식이 흐르지 않고 학습이 일어나지 않는데 무슨 혁신인가.
납세자와 소비자가 일어서야
농업도 경쟁력이 없으면 도태당해야 하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도 연명을 계속하면 그 부담이 어디로 갈지는 자명하다. 농민단체는 정부 보조금을 ‘눈먼 돈’쯤으로 여기는지 몰라도 납세자의 허리는 갈수록 휘어진다. ‘봉’인 건 소비자도 마찬가지다. 소비자는 값싸고 질 좋은 농작물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 소비자 후생을 따지면 세금 또는 인위적 가격으로 떠받쳐지는 국내 농작물보다 수입 농작물이 백배 낫다.
납세자와 소비자 희생 위에서 정치인과 농민은 보조금과 표를 교환한다. 납세자와 소비자가 떨쳐 일어나자. 이참에 농민부로 전락한 농식품부도 없애고, 농업 보조금도 끊고, 문도 확 열자. 그것 말곤 한국 농업을 살릴 길이 안 보인다.
안현실 논설·전문위원, 경영과학 박사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