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형펀드 평균 수수료, 사상 첫 0.5% 아래로
저금리 기조와 펀드 수익률 부진으로 단 1bp(0.01%)의 비용도 아깝다는 투자자가 늘어나면서 자산운용업계에 펀드 수수료 인하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운용보수를 절반 이하로 깎는 공모펀드가 줄을 잇는가 하면 운용보수를 아예 받지 않겠다는 한국형 헤지(사모)펀드도 등장했다. 펀드매니저들이 각고의 노력을 쏟아도 좋은 수익률을 내기가 어려워지자 비용이라도 깎아 소비자를 끌어모으려는 출혈 경쟁을 시작한 것이다.

◆펀드 운용보수 사상 최저

2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들어 자산운용사의 국내 주식형펀드 평균 보수(운용보수)는 사상 처음으로 0.5%(지난달 말 0.481%) 아래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2010년 말 0.650% 수준이던 운용보수는 2012년 이후 0.5%대를 유지하다 올 들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펀드 투자자는 자산운용사 몫인 운용보수와 판매사가 떼가는 판매보수 등을 수수료로 내야 한다. 이를 모두 합한 총비용(TER)은 평균 1.27%(국내 주식형펀드 기준) 수준이다.

주식형펀드 평균 수수료, 사상 첫 0.5% 아래로
최근엔 운용보수를 절반 이하로 깎은 회사도 속속 나타나고 있다. 흥국자산운용은 이달 중순 업종 내 주도 기업에 투자하는 흥국마켓리더스펀드 운용보수를 0.735%에서 0.3%로 0.435%포인트나 내렸다. 김현전 흥국자산운용 사장은 “최근 3년간 국내 주식형펀드 투자자들의 평균 수익률이 0.02%에 불과한 상황에서 매년 투자자가 내야 하는 운용보수 부담을 줄여줘야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대신자산운용도 최근 ‘대신 KOSPI200인덱스펀드’ 운용보수를 연 0.2%에서 연 0.15%로 낮췄다.

◆수수료 0% 헤지펀드도 등장

운용보수를 아예 받지 않겠다는 회사도 등장했다. 신생 자산운용사인 타이거자산운용은 지난 4월 이후 운용보수를 받지 않는 대신 수익의 15%를 성과보수로 떼가는 방식으로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전체 펀드에서 마이너스 수익이 날 경우 단 한 푼도 벌지 못하는 셈이다. 이재완 타이거자산운용 대표는 “펀드에 대한 고객 신뢰를 높이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헤지펀드인 ‘타이거 0212 공모주’와 ‘타이거 5 COMBO 1호’ 펀드는 연초 이후 지난 27일까지 각각 18.34%, 9.59%의 수익률을 올렸다.

최근 수수료 인하 분위기에 불을 지핀 건 로보어드바이저(로봇+어드바이저) 펀드와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사다. 국내 첫 로보어드바이저 공모펀드인 ‘키움쿼터백글로벌로보어드바이저’의 운용보수는 0.7%(주식혼합형 기준)다. 해외시장에 투자하는 주식혼합형펀드 운용보수 평균(1.011%)보다 0.311%포인트 낮다. 키움자산운용과 로보어드바이저 업체인 쿼터백자산운용이 운용보수를 반씩 나누는 점을 감안하면 운용사는 100억원어치를 팔아도 3500만원 정도를 버는 것이다.

국내 ETF 등 패시브 시장에서도 저가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 20일 코스피200 등 시장 대표지수 ETF에 이어 이번에는 레버리지·인버스 ETF의 보수를 6분의 1 수준(0.09%)으로 인하했다. 업계 레버리지 ETF 보수가 0.3~0.64%, 인버스 ETF가 0.15~0.64%인 것과 비교하면 파격적인 수준이다.

올 연말 수익률과 연동해 성과보수를 받는 공모펀드 수수료 개편안이 시행되면 수수료 인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유리자산운용은 펀드 수익률이 3%를 넘지 않으면 운용보수를 받지 않고 이를 넘어서면 일정 수수료를 받는 등의 수수료 체계 개편을 검토 중이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