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가 재단 설립 과정에서 청와대 및 대통령 ‘비선 실세’ 개입 의혹이 불거진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을 다음달 해산하고 신규 통합재단을 설립하기로 했다.

K스포츠재단은 그동안 미르재단과 함께 대통령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가 재단 설립과 인사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전경련은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미르 및 K스포츠재단을 해산하고 문화·체육사업을 아우르는 통합재단의 신규 설립을 추진하겠다”며 “경영효율성 제고, 책임성 확보, 사업역량 제고, 투명성 강화라는 네 가지 기본 취지 아래 문화체육재단을 설립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경련은 “두 재단의 운영 상황을 자체 진단한 결과 문화·체육 사업 간 공통 부분이 많고 조직구조, 경상비용 등 측면에서 분리운영에 따른 각종 비효율이 나타나고 있다고 판단했다”며 “두 재단의 잔여 재산을 합쳐 750억원 규모의 새로운 통합재단을 설립하기 때문에 신규 모금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경련은 논란이 된 이사 선임 과정 등에 대해서는 공신력있는 기관·단체에서 이사 후보를 추천받아 선임하는 시스템을 갖추기로 했다. 또 명망있는 문화·체육계 인사로 구성된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사업 전문성을 강화하고, 매년 상·하반기 외부 회계법인을 통해 신설 재단의 경영감사를 해 그 결과를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할 방침이다.

정치권의 반응은 갈렸다. 염동열 새누리당 수석대변인은 “전경련의 책임 있는 모습에 박수를 보내지만, 결국 야당의 정치공세에 밀린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며 “새로 만들 문화체육재단의 성공을 위해 새누리당이 적극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정치권의 문제 제기에 답해야 할 청와대는 뒤로 숨고 전경련이 앞장서서 의혹을 덮고 수습하는 모습”이라며 “두 재단이 외부 압력에 의해 검토도 하지 않고 급조됐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장진영 국민의당 대변인도 “하루 만에 일사천리로 인가받을 정도로 심혈을 기울인 재단을 전경련은 왜 해체하느냐”며 “두 재단은 출자금을 모두 돌려주고 영구 해산하라”고 말했다.

장창민/은정진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