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증권가의 관심은 온통 미국 대통령선거에 쏠려 있다. 국내 증시가 미국 대선 후보의 지지율에 따라 출렁이는 모습도 늘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가 내놓은 주요 공약과 TV토론 발언을 토대로 국내 주식 투자 방향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클린턴 한마디에…국내 태양광주 '들썩'
◆미 대선 ‘기압골’, 국내 증시에 영향

2일 NH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에 따르면 미국 대통령선거일(11월8일)까지 남은 5주간 국내 증권시장은 미국 대선 영향권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두 후보 간 지지율(클린턴 43%·트럼프 40%) 격차가 크지 않아 선거 결과를 쉽게 점칠 수 없다.

통상 증권가에서는 정책 불확실성이 큰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면 증시에 악재로 본다. 지난달 26일 열린 1차 토론을 앞두고서도 시장 불안심리가 커지면서 장 초반 코스피지수가 하락했다. 하지만 토론 중 클린턴 후보가 승기를 잡았다는 평가가 나오자 바로 반등하는 데 성공했다. 클린턴 후보가 토론에서 태양광 투자를 늘리겠다고 말한 직후에는 국내 태양광업체 주가가 올랐다. OCI는 1차 토론 이후 지난 4일간 14.2% 뛰었고 한화케미칼은 같은 기간 4.2% 올랐다. 김성환 부국증권 연구원은 “TV토론을 기점으로 미국 대선 상황이 국내 증시에 눈에 띄는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헬스케어·신재생에너지 수혜 관심

증권가는 두 후보의 공약을 뜯어보면서 투자 기회를 찾고 있다. 클린턴 후보가 당선되면 헬스케어업종이 혜택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약에 퇴행성 질환(알츠하이머·류머티즘 등) 치료제 개발에 대한 투자를 늘리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에선 관련 치료제 물질 특허를 취득한 메디프론과 메디포스트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자율주행차와 신재생에너지 관련 업종도 대표적인 ‘클린턴주’로 불린다. 클린턴 후보는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자율주행차 사업을 선정했다. 만도, 현대모비스 등 관련 부품주가 수혜 종목이 될 수 있다. 신재생에너지 비중 목표치를 기존 25%에서 33%까지 올리면서 국내 태양열(신성솔라에너지 OCI 등) 및 풍력(씨에스윈드 동국S&C 등) 업체도 관심을 받고 있다.

트럼프 후보가 집권할 때 주요 수혜 업종으로는 방위산업이 꼽힌다. 그가 주한미군 철수 가능성을 언급할 때마다 스페코 휴니드 등 방산주 주가가 들썩였다. 트럼프 후보는 아시아 국가 핵무장 허용과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등을 주장하고 있다.

◆‘양다리주’ 찾아라

누가 집권하든 관심을 받을 인프라 관련주에 투자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두 후보 모두 교통 인프라 유지·보수 및 대대적인 신규 건설 프로젝트를 공약했다. 미국 건설경기가 살아나면 국내 건설·기계업계에도 온기가 전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송승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두산밥캣을 계열사로 둔 두산그룹과 세계 최대 중장비 제조업체 캐터필러에 납품하는 진성티이씨를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두 후보가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우고 있는 만큼 수출주에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이후 미국 내수시장 침투율이 높은 자동차업종이 피해를 볼 수도 있다. 반면 미국이 일본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경우 대일(對日) 수출 경합도가 높은 석유제품, 조선, 화학 등의 업종엔 오히려 호재라는 분석도 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