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매주 수요일 사장단협의회 강연을 맡을 강사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의 시행으로 강사료가 20만~100만원으로 제한돼서다.

삼성은 그동안 사장단협의회 강사에게 강의료로 수백만원을 지급했다. 각 분야에서 최고로 평가받는 전문가를 부르기 위해 고액을 준 것이다. “수십억원의 연봉을 받는 사장단 50여명의 시간당 임금을 고려할 때 강의 수준이 낮아 시간이 낭비된다면 오히려 손실”이란 게 삼성의 설명이다.

그동안 사장단협의회 강사는 대다수가 교수였다. 지난해에는 강사 48명 중 35명이 교수였고, 이 중 국립대인 서울대·KAIST 교수가 많았다. 김영란법 시행으로 이제 사립대 교수에겐 시간당 100만원, 국립대 교수에겐 최대 20만~40만원만 줄 수 있다. 삼성 관계자는 “국립대 교수 대부분이 기관장급이 아니어서 강사료가 20만~30만원으로 묶인다”며 “세금도 본인이 내야 하기 때문에 준비하는 노력, 오가는 시간 등을 따져 초빙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강의 시간을 1시간 이상으로 늘려 강사료를 높이는 방안이 거론된다. 하지만 바쁜 사장들이 두 시간씩 시간을 내기가 어렵다는 맹점이 있다. 해외 전문 강사를 초빙하는 경우가 늘어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이럴 경우 초청비 숙식비 등으로 수천만~수억원이 들기 때문에 지출이 급증할 수밖에 없다.

지난달 28일 김영란법 시행 후 첫 사장단협의회 강사로는 정형진 골드만삭스 서울지점 대표가 초빙됐다. 그는 김영란법 대상자가 아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