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 코리아! 이대론 안 된다] "5일 동안 한국 기념품 사는 데 쓴 돈은 달랑 1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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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쇼핑 독특한 게 없다
대부분 면세점 쇼핑
5일간 두 모녀가 쓴 비용 총 78만원
해외브랜드 화장품 쇼핑에 36만원
매력없는 한국 기념품
인사동 기념품가게 '싸구려 중국산' 가득
한국 고유의 상품 구입할 곳 적어
대부분 면세점 쇼핑
5일간 두 모녀가 쓴 비용 총 78만원
해외브랜드 화장품 쇼핑에 36만원
매력없는 한국 기념품
인사동 기념품가게 '싸구려 중국산' 가득
한국 고유의 상품 구입할 곳 적어
“메이하오마이더(沒好買的·살 것이 없네요).”
중국 국경절 연휴(1~7일)를 앞둔 지난달 말 4박5일 패키지 상품으로 서울을 찾은 중국인 모녀 왕옌(46·가명)과 한메이(21·가명) 씨가 여행 기간에 쓴 돈은 모두 78만8900원이었다. 이 중 한국 기념품을 사는 데 지출한 돈은 달랑 1만원. 전체의 1.2%에 불과했다. 대부분 돈은 면세점에서 외국산 화장품 등을 구입하는 데 썼다. 자유일정 때 음식과 음료수를 사는 데도 지출했다. 이들이 한국 기념품을 사지 않은 이유는 간단했다.
‘지갑을 열게 할 만한 매력적인 상품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서울에서 자유시간을 보내는 동안 이들은 무엇을 샀고 어떤 것을 느꼈을까.
쇼핑 목록에 한국 기념품 없어
지난달 24일부터 시작된 4박5일 서울 관광 일정 중 27일 하루는 자유일정이었다. 한메이 씨 모녀는 시내 관광 겸 쇼핑에 나섰다. 전날 단체로 찾은 쇼핑점에서는 맘에 드는 물건을 사지 못했다. 이들은 명동, 인사동, 남대문시장 등을 두루 돌았다. 친구와 친지에게 선물할 한국 기념품과 화장품, 과자 등을 살 생각이었다.
오전 10시 명동에 도착한 뒤 가장 먼저 들른 곳은 종합 신발판매점 ABC마트였다. 이곳에서 뉴발란스, 아디다스, 반스 신발 세 켤레를 샀다. 중국에서는 14만원에 파는 아디다스 신발을 8만7200원에 살 수 있었다. 중국 신용카드인 인롄카드로 구매했지만 알리페이, 위챗페이 등을 통한 모바일 결제도 가능해 매우 편리했다.
그 다음 향한 곳은 헬스·뷰티 종합매장 올리브영. 이곳에서 눈을 쉬게 하는 아이마스크 14장, 화장을 지워주는 아이 메이크업 리무버 한 개, 피부 트러블을 가려주는 클리어 커버 한 개 등을 3만7400원에 샀다. 또 다른 매장인 에뛰드하우스에서는 아이브러시, 립스틱, 틴트 등을 3만원에 샀다. 구매 건당 3만원 이상 사야 부가가치세(10%)를 돌려주기 때문에 일부러 금액을 맞췄다.
점심은 중국인 관광객에게 인기가 높다는 고봉삼계탕에서 먹었다. 방한 첫날 먹은 삼계탕이 너무 실망스러웠기 때문에 제대로 된 것을 먹고 싶어서였다. 한씨의 어머니 왕옌 씨는 한방삼계탕(1만7000원), 한씨는 상황삼계탕(1만5000원)을 주문했다. 맛은 대단히 만족스러웠다. 영계에 마늘, 대추, 인삼, 찹쌀 등을 넣고 푹 고아낸 삼계탕은 제대로 된 한 끼 식사를 선사했다. 식사 후에는 오설록에 들러 스위트그린티세트(1만5000원)를 주문하고 쉬었다.
아쉬운 것은 명동에서는 한국적인 분위기를 느낄 만한 기념품을 찾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명동 자체가 중국 같기도 했다. 오가는 사람 대부분이 중국인이어서 마치 중국의 어느 도시에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한씨는 “예전에 방콕으로 여행 갔을 때는 어딜 가도 태국에 있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명동은 한국적인 분위기가 덜해 아쉬웠다”고 말했다.
“고급스런 펜이라면 6만원이라도 산다”
한씨 모녀는 한국적인 기념품을 사기 위해 인사동으로 이동했다. 명동에서 택시를 타니 인사동까지 기본요금 3000원이 나왔다. 이들은 거리에 늘어선 상점에서 각종 기념품과 옷, 그릇류, 액세서리 등을 구경했다.
열심히 둘러보던 한씨의 얼굴에는 실망감이 역력했다. 열쇠고리, 책갈피, 복주머니 같은 5000원 미만 값싼 기념품은 ‘메이드 인 차이나’가 많았다. 예쁜 팬시 제품도 있었지만 꼭 한국에서 사지 않아도 되는 특색 없는 물품이었다. 그러다 문득 눈에 띄는 물건을 발견했다. 생활한복이었다. 매우 아름답다고 느꼈지만 실용성이 문제였다. 중국에 가면 입을 일이 많지 않아 사지 않았다. 호롱불을 연상케 하는 한국식 램프는 예쁘긴 했지만, 캐리어에 넣을 수 없는 큰 부피와 깨질 우려 때문에 포기했다. 도자기 그릇은 중국에서도 많이 볼 수 있어 굳이 한국에서 사갈 필요가 없었다.
훈민정음이 새겨진 6000원짜리 펜은 어떠냐고 물어봤다. 고개를 저은 한씨는 “고급스럽다면 6만원이라도 상관없다. 싸구려 같아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답했다.
약 1시간30분 동안 이들이 인사동에서 산 것은 한국풍 천지갑 3개뿐이었다. 조카 선물용이었다. 여기에 지출한 돈은 모두 1만원이었다. 대부분 물품에 대해 한씨는 “부이딩야오짜이저마이(不一定要在這里買·여기서 안 사도 돼요)”라고 말했다.
‘대표 기념품’ 즐비한 관광 선진국
쇼핑에 대한 중국인의 열정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5 외래관광객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국인 관광객 방한 목적 1위는 쇼핑(75.3%)이었다. 전체 외래관광객 평균(67.8%)보다 높다. 중국 개별 여행객의 1인 평균 지출 경비는 2483달러(약 275만원)로 전체 외래관광객 평균 지출 경비 1673달러(약 185만원)보다 48% 더 많았다.
하지만 이들이 주로 돈을 쓰는 곳은 면세점이었다. 시내면세점(72.7%)이 1위였고, 명동(39.9%), 공항면세점(28.6%), 대형마트(21.1%) 등이 뒤를 이었다. 세계 어디서나 비슷한 물품을 파는 면세점 쇼핑 비중이 절대적이라는 얘기다. 이는 역으로 살 만한 한국 특산품이 그만큼 적다는 얘기도 된다.
유럽 등 전통 있는 관광 강국은 나름의 ‘대표 선수’가 있다. 각종 명품은 물론이고 영국의 홍차, ‘맥가이버칼’로 불리는 스위스의 빅토리 녹스, 프랑스의 와인 등 큰 부담 없는 가격의 ‘국민 기념품’이 다양하다. 덴마크의 인어공주 조각상, 스웨덴의 바이킹 범선 모형, 핀란드의 산타 인형 등도 관광객의 소비심리를 끈질기게 자극하는 아이템이다.
이웃나라 일본만 해도 ‘살거리’를 고민하는 관광객은 찾기 어렵다. 홋카이도 삿포로에서 차로 약 50분 거리에 있는 오타루가 대표적이다. 좁다란 운하 말고는 이렇다 할 볼거리가 없는 이곳은 아기자기한 유리공예품과 오르골이 관광객의 지갑을 노린다. 거리 초입부터 각종 공예품 가게가 빽빽하다. 1만원 안팎의 실속 상품부터 10만원가량의 고가품까지 다양한 기념품을 전시해 놓고 유리창 밖 외국인을 유혹한다. 흔치 않은 디자인, 장인의 손길이 닿았다는 선전 문구, 적당한 가격 등은 관광객의 ‘선물 고민’을 단박에 해결한다. 기념품의 ‘희소성’을 유지하기 위해 오타루시는 유리공예품과 오르골 수출을 최대한 자제한다. 선물이 갖춰야 할 ‘자질’을 모두 구비한 셈이다.
김명상 기자 terry@hankyung.com
중국 국경절 연휴(1~7일)를 앞둔 지난달 말 4박5일 패키지 상품으로 서울을 찾은 중국인 모녀 왕옌(46·가명)과 한메이(21·가명) 씨가 여행 기간에 쓴 돈은 모두 78만8900원이었다. 이 중 한국 기념품을 사는 데 지출한 돈은 달랑 1만원. 전체의 1.2%에 불과했다. 대부분 돈은 면세점에서 외국산 화장품 등을 구입하는 데 썼다. 자유일정 때 음식과 음료수를 사는 데도 지출했다. 이들이 한국 기념품을 사지 않은 이유는 간단했다.
‘지갑을 열게 할 만한 매력적인 상품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서울에서 자유시간을 보내는 동안 이들은 무엇을 샀고 어떤 것을 느꼈을까.
쇼핑 목록에 한국 기념품 없어
지난달 24일부터 시작된 4박5일 서울 관광 일정 중 27일 하루는 자유일정이었다. 한메이 씨 모녀는 시내 관광 겸 쇼핑에 나섰다. 전날 단체로 찾은 쇼핑점에서는 맘에 드는 물건을 사지 못했다. 이들은 명동, 인사동, 남대문시장 등을 두루 돌았다. 친구와 친지에게 선물할 한국 기념품과 화장품, 과자 등을 살 생각이었다.
오전 10시 명동에 도착한 뒤 가장 먼저 들른 곳은 종합 신발판매점 ABC마트였다. 이곳에서 뉴발란스, 아디다스, 반스 신발 세 켤레를 샀다. 중국에서는 14만원에 파는 아디다스 신발을 8만7200원에 살 수 있었다. 중국 신용카드인 인롄카드로 구매했지만 알리페이, 위챗페이 등을 통한 모바일 결제도 가능해 매우 편리했다.
그 다음 향한 곳은 헬스·뷰티 종합매장 올리브영. 이곳에서 눈을 쉬게 하는 아이마스크 14장, 화장을 지워주는 아이 메이크업 리무버 한 개, 피부 트러블을 가려주는 클리어 커버 한 개 등을 3만7400원에 샀다. 또 다른 매장인 에뛰드하우스에서는 아이브러시, 립스틱, 틴트 등을 3만원에 샀다. 구매 건당 3만원 이상 사야 부가가치세(10%)를 돌려주기 때문에 일부러 금액을 맞췄다.
점심은 중국인 관광객에게 인기가 높다는 고봉삼계탕에서 먹었다. 방한 첫날 먹은 삼계탕이 너무 실망스러웠기 때문에 제대로 된 것을 먹고 싶어서였다. 한씨의 어머니 왕옌 씨는 한방삼계탕(1만7000원), 한씨는 상황삼계탕(1만5000원)을 주문했다. 맛은 대단히 만족스러웠다. 영계에 마늘, 대추, 인삼, 찹쌀 등을 넣고 푹 고아낸 삼계탕은 제대로 된 한 끼 식사를 선사했다. 식사 후에는 오설록에 들러 스위트그린티세트(1만5000원)를 주문하고 쉬었다.
아쉬운 것은 명동에서는 한국적인 분위기를 느낄 만한 기념품을 찾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명동 자체가 중국 같기도 했다. 오가는 사람 대부분이 중국인이어서 마치 중국의 어느 도시에 있는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한씨는 “예전에 방콕으로 여행 갔을 때는 어딜 가도 태국에 있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명동은 한국적인 분위기가 덜해 아쉬웠다”고 말했다.
“고급스런 펜이라면 6만원이라도 산다”
한씨 모녀는 한국적인 기념품을 사기 위해 인사동으로 이동했다. 명동에서 택시를 타니 인사동까지 기본요금 3000원이 나왔다. 이들은 거리에 늘어선 상점에서 각종 기념품과 옷, 그릇류, 액세서리 등을 구경했다.
열심히 둘러보던 한씨의 얼굴에는 실망감이 역력했다. 열쇠고리, 책갈피, 복주머니 같은 5000원 미만 값싼 기념품은 ‘메이드 인 차이나’가 많았다. 예쁜 팬시 제품도 있었지만 꼭 한국에서 사지 않아도 되는 특색 없는 물품이었다. 그러다 문득 눈에 띄는 물건을 발견했다. 생활한복이었다. 매우 아름답다고 느꼈지만 실용성이 문제였다. 중국에 가면 입을 일이 많지 않아 사지 않았다. 호롱불을 연상케 하는 한국식 램프는 예쁘긴 했지만, 캐리어에 넣을 수 없는 큰 부피와 깨질 우려 때문에 포기했다. 도자기 그릇은 중국에서도 많이 볼 수 있어 굳이 한국에서 사갈 필요가 없었다.
훈민정음이 새겨진 6000원짜리 펜은 어떠냐고 물어봤다. 고개를 저은 한씨는 “고급스럽다면 6만원이라도 상관없다. 싸구려 같아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고 답했다.
약 1시간30분 동안 이들이 인사동에서 산 것은 한국풍 천지갑 3개뿐이었다. 조카 선물용이었다. 여기에 지출한 돈은 모두 1만원이었다. 대부분 물품에 대해 한씨는 “부이딩야오짜이저마이(不一定要在這里買·여기서 안 사도 돼요)”라고 말했다.
‘대표 기념품’ 즐비한 관광 선진국
쇼핑에 대한 중국인의 열정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5 외래관광객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국인 관광객 방한 목적 1위는 쇼핑(75.3%)이었다. 전체 외래관광객 평균(67.8%)보다 높다. 중국 개별 여행객의 1인 평균 지출 경비는 2483달러(약 275만원)로 전체 외래관광객 평균 지출 경비 1673달러(약 185만원)보다 48% 더 많았다.
하지만 이들이 주로 돈을 쓰는 곳은 면세점이었다. 시내면세점(72.7%)이 1위였고, 명동(39.9%), 공항면세점(28.6%), 대형마트(21.1%) 등이 뒤를 이었다. 세계 어디서나 비슷한 물품을 파는 면세점 쇼핑 비중이 절대적이라는 얘기다. 이는 역으로 살 만한 한국 특산품이 그만큼 적다는 얘기도 된다.
유럽 등 전통 있는 관광 강국은 나름의 ‘대표 선수’가 있다. 각종 명품은 물론이고 영국의 홍차, ‘맥가이버칼’로 불리는 스위스의 빅토리 녹스, 프랑스의 와인 등 큰 부담 없는 가격의 ‘국민 기념품’이 다양하다. 덴마크의 인어공주 조각상, 스웨덴의 바이킹 범선 모형, 핀란드의 산타 인형 등도 관광객의 소비심리를 끈질기게 자극하는 아이템이다.
이웃나라 일본만 해도 ‘살거리’를 고민하는 관광객은 찾기 어렵다. 홋카이도 삿포로에서 차로 약 50분 거리에 있는 오타루가 대표적이다. 좁다란 운하 말고는 이렇다 할 볼거리가 없는 이곳은 아기자기한 유리공예품과 오르골이 관광객의 지갑을 노린다. 거리 초입부터 각종 공예품 가게가 빽빽하다. 1만원 안팎의 실속 상품부터 10만원가량의 고가품까지 다양한 기념품을 전시해 놓고 유리창 밖 외국인을 유혹한다. 흔치 않은 디자인, 장인의 손길이 닿았다는 선전 문구, 적당한 가격 등은 관광객의 ‘선물 고민’을 단박에 해결한다. 기념품의 ‘희소성’을 유지하기 위해 오타루시는 유리공예품과 오르골 수출을 최대한 자제한다. 선물이 갖춰야 할 ‘자질’을 모두 구비한 셈이다.
김명상 기자 terr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