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0월5일 오후4시6분

메리츠종금증권이 국내 기관투자가와 손잡고 독일 도이치텔레콤(DT)의 글로벌 본사 사옥(사진)을 2640억원에 사들인다. 미국 월마트 매장 40여곳도 5840억원에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해외 부동산을 줄줄이 매입하는 가운데 부동산 금융에 경쟁력을 지닌 메리츠종금증권의 투자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DT 빌딩 투자 수익률 8.9%

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종금증권은 독일 본에 있는 도이치텔레콤 본사 빌딩을 2억1340만유로(약 2640억원)에 인수하는 본계약을 지난달 30일 독일의 한 부동산 투자업체와 체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건물은 지하 2층, 지상 5층의 8개 동으로 이뤄져 있으며 연면적 8만2570㎡ 규모다. DT가 통째로 빌려 글로벌 본사로 사용 중이며 임직원 25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DT는 독일 정부가 31.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90조원가량을 올린 세계적 기업이다.

DT는 지난해 이 건물의 원소유주와 2031년까지 건물을 빌려 쓰는 임대계약을 체결했다. 1995년 준공된 이 건물은 최근 494억원이 투입돼 리모델링됐다.

전체 인수자금 가운데 9040만유로(약 1120억원)는 메리츠종금증권과 키움증권 등의 지분투자 형태로 충당한다. 이들은 사들인 지분 일부를 국내 보험사와 연기금 등에 재매각(sell-down)할 계획이다. 나머지 매입자금 1억2300만유로(약 1520억원)는 독일 은행인 HSH노르트방크로부터 연 1.29% 금리로 조달할 계획이다. 이 건물의 연간 세후 기대수익률(IRR)은 8.9%, 평균 배당수익률은 7.2%로 알려졌다.

IB업계 관계자는 “영국 런던과 프랑스 파리 등에 몰린 국내 대체투자처의 반경을 넓힌 거래”라며 “신용도가 높은 도이치텔레콤이 지급하는 임차료를 바탕으로 안정적 수익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월마트 매장, 조만간 실사

메리츠종금증권은 KB투자증권과 손잡고 미국 미시시피주 등 6개 주에 있는 월마트 매장 40여곳을 5억2500만달러(약 5840억원)에 인수하는 건도 저울질하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월마트 매장 원소유주인 부동산 투자회사와 조건부 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인수를 검토하는 매장은 월마트가 앞으로 15~20년 동안 빌려쓰기로 임대계약이 체결된 곳들이다.

메리츠종금증권과 KB투자증권이 인수대금 가운데 2억2500만달러(약 2500억원)를 지분투자하고 나머지 3억달러(약 2340억원)는 차입금으로 조달할 방침이다.

메리츠종금증권과 KB투자증권의 투자 담당자는 조만간 투자 대상인 월마트 매장을 방문하는 등 실사를 한 뒤 투자 여부를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조건부 매매계약에 따라 실사 과정에서 부동산 매물에 문제점이 발견되면 매매계약을 파기하고 계약금도 회수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기관투자가들은 시장 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으로 내려가자 수익률을 관리하기 위해 미국과 유럽 부동산을 경쟁적으로 사들이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국내에 설정된 해외 부동산펀드(공모·사모) 설정 잔액은 18조1352억원으로 지난해 말(11조2779억원)보다 60.8% 늘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