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낙수심망연(杖落手心茫然)
갑자기 부인의 사자후를 듣고서
지팡이를 놓치며 아찔해 하더라
![](https://img.hankyung.com/photo/201610/AA.12639299.1.jpg)
앞 문장인 “밤새 공(空·없음)과 유(有·있음)를 말하다가(談空說有夜不眠) ‘류씨의 사자후’를 듣게 된 용구거사가 실로 가련하다(龍丘居士亦可憐)”로 추측하건대, 소동파를 포함한 몇몇 도반이 용구(진계상)거사 집에서 도(道)에 대한 고담준론으로 밤을 지새웠던 모양이다. 동파육(東坡肉)을 개발할 만큼 요리에도 일가견이 있는 그를 시중 드는 일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가정적인(?) 신랑이 ‘노는 물’에 어울리는 것조차 못마땅했다. 이래저래 모임의 좌장 격인 소동파에 대한 감정은 최악이었다. 참고 참다가 드디어 폭발했는데 거의 암사자의 고함소리에 버금갔다. 동쪽(남편 방향)으로 소리를 질렀지만 실은 서쪽(동파 방향)을 친 것이다. 소동파는 부부의 일로 여기고는 자기반성은커녕 오히려 친구의 처지를 동정하는 시까지 남겼다.
기록하는 사람(문인 기자 등)과 동석했을 때는 말과 행동을 특히 조심해야 한다. 왜냐하면 자기도 모르는 새 역사적 인물(?)로 등재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밤새 벌어지는 비생산적인 공리공론의 반복을 참다 못한 부인이 내지른 할(喝) 때문에 졸지에 신랑은 공처가의 대명사가 되고 자신은 악처로 낙인 찍혔으며, 또 친정인 하동 류씨 가문의 명예에 누를 끼치는 결과를 빚었기 때문이다. 사족을 보탠다. 끝까지 참았어야 했느니라.
원철 < 스님(조계종 포교연구실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