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혜의 섬’으로 불리는 제주도가 범죄와 쓰레기 급증에 몸살을 앓고 있다. 세계적 관광지인 하와이나 발리도 넘지 못한 ‘연간 관광객 1000만명’을 이미 3년 전에 돌파했지만 그에 걸맞은 대응 태세는 미흡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무사증(무비자) 제도를 이용해 손쉽게 제주에 들어온 외국인 관광객의 흉악 범죄 급증이 대표적이다. 제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제주에서 5대 범죄(살인·강도·강간·절도·폭력)를 저지른 외국인은 2011년 121명에서 지난해 393명으로 불어났다. 올해에는 8월까지만 397명으로 이미 작년 수준을 넘어섰다. 올해 외국인 범죄자의 70.2%(279명)는 중국인이었다.

지난달 17일엔 중국인 관광객 첸모씨(50)가 제주 연동의 한 성당에서 기도하던 여성 김모씨(61)에게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같은 달 9일엔 유커 7명이 연동의 한 중국요릿집에서 음식값 지급을 요구하는 50대 여주인을 집단 폭행해 충격을 주기도 했다.

환경 논란도 가열되고 있다. 제주의 하루 평균 쓰레기 배출량은 2012년 861.9t에서 지난해 1161t으로 34.7% 늘었다. 제주도 관계자는 “매립시설과 소각시설 용량이 2019년 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관광지 내 쓰레기 무단투기와 관광자원 훼손도 심각하다. 제주도는 국내외 관광객에게 환경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김창식 제주관광학회장은 “이제는 제주관광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제주도청 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올 들어 관광정책의 목표를 ‘질적 성장’으로 바꾸기도 했다. 김태엽 제주도청 관광정책과장은 “올해는 처음으로 관광객 유치 목표를 정하지 않고 관광객 관광업계 지역주민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관광 현장을 만드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변경했다”고 말했다.

제주=마지혜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