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동도 지어야 하고, 비서진 근무 공간 있어야
'아방궁'에 비유되면서 정치적 공방 성격도
박근혜 대통령 퇴임 이후 살게 되는 사저 문제를 놓고 청와대와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연일 공방을 벌였다. 청와대가 박 대통령의 서울 삼성동 사저가 아닌 다른 곳을 물색 중이라고 박 위원장이 의혹을 제기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국가정보원에 지시해 대통령이 퇴임 후 돌아갈 사저를 찾고 있었다는게 박 위원장의 주장이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이 퇴임 후 대통령이 되기 전 살았던 삼성동 사저로 돌아갈 것이라며 “더 이상 사저를 정치 공세 대상으로 삼지 않기를 바란다”고 반박했다.
최규하·노태우 전 대통령을 제외하고 역대 대통령 대부분 임기 말 사저 논란이 불거지면서 정치권 공방의 대상이 됐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서울 연희동 자택 규모는 818㎡(약 247평)이다. 임기 말 대대적으로 개·보수했다. 당시 역대 대통령 사저 중 가장 넓어 ‘연희궁’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임기말 376.8㎡(약 114평)규모로 서울 상도동 옛 집터에 사저를 신축했다. 집이 붕괴 위험이 있다는 진단을 받으면서 새로 지었다. 외환위기 중에 사저를 신축하면서 비난에 시달렸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588.4㎡(약 178평) 규모의 서울 동교동 사저를 신축했다.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은 당시 “방 8개, 욕실 7개, 거실 3개로 구성돼 호화판 ‘아방궁’을 짓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고향인 경남 봉하마을에 4261.1㎡(약 1289평)규모의 사저를 신축해 한나라당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사저와 그 주변을 합쳐 ‘노무현 타운’이 조성된다는 말까지 나돌았고, 역시 ‘아방궁’에 비유되기도 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임기말 내곡동 사저 논란이 불거졌다. 사저 부지 매입 과정에서 다운계약서 의혹과 부동산실명제 위반, 편법 증여 등의 의혹들이 잇달아 제기됐다. 특검으로까지 이어졌고, 내곡동 사저 계획은 취소됐다. 이 전 대통령은 결국 원래 살던 논현동 사저로 돌아갔다.
전직 대통령 사저가 논란이 되는 가장 큰 이유는 경호 문제 때문이다. 대통령이 되기 전 살던 집은 경호가 필요없었기 때문에 그리 큰 공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통령 퇴임 이후엔 도심 주택은 경호하기가 여의치 않다. 이 전 대통령이 내곡동으로 가려 했던 이유다. 또 경호시설과 퇴임 후 보좌할 비서진들 주거 공간도 필요하기 때문에 이전에 살던 주택보다 더 넓은 땅이 필요하다.
대지 484㎡(약 161평)에 건물 317㎡(약 105평) 규모의 2층짜리 단독주택인 박 대통령의 삼성동 사저에는 주변에 경호동을 지을 만한 여유 부지가 없다. 만약 부지가 없어 경호동을 새로 짓지 못한다면 주변의 건물을 매입해 경호동으로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는게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이 전 대통령의 논현동 사저 경호동은 이런 방식으로 지어졌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 사저는 인근 부지를 매입, 경호동을 지었다.
홍영식 선임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