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DS] 왜 우리가 만났나…'짝수 해 기적' vs '염소의 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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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미스터 옥토버’였다. 매디슨 범가너가 벼랑 끝 승부에서 완봉승을 따내며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짝수 해 기적’에 시동을 걸었다. 행선지는 시카고, 상대는 ‘염소의 저주’에 걸린 시카고 컵스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NLDS)에선 ‘기적의 팀’과 ‘저주의 팀’이 맞붙는 이색 대결이 펼쳐진다.
범가너는 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시티필드에서 열린 내셔널리그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선발등판해 뉴욕 메츠를 상대로 완봉승을 따냈다. 9이닝 동안 안타 4개와 볼넷 2개만을 내주고 6탈삼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지난 시즌 월드시리즈 준우승에 머물렀던 메츠는 숙제를 풀지 못하고 안방에서 눈물로 시즌을 마쳤다.
천신만고 끝에 와일드카드를 따낸 샌프란시스코는 2010·2012·2014시즌에 이어 짝수 해 월드시리즈 우승을 꿈꿀 수 있게 됐다. 2년 전처럼 기분 좋은 출발이다. 샌프란시스코는 2012시즌 와일드카드로 포스트 시즌에 합류해 대권을 차지했다. 범가너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완봉승을 따냈던 게 시작이었다.
끝도 범가너였다. 그는 7차전까지 열린 월드시리즈에 세 차례나 등판해 홀로 2승 1세이브(21이닝 1실점 평균자책점 0.43)를 따냈다. 1차전 선발승에 이어 5차전 완봉승을 거뒀다. 7차전에선 모두의 예상을 깨고 구원등판해 5이닝을 막아내며 철완을 과시했다. 범가너의 가을에 ‘혹시나’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는 현역 투수 가운데 포스트 시즌에 가장 강한 선수로 꼽힌다. 5일 경기까지 15게임에 등판해 97⅓이닝을 던지는 동안 8승 3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1.94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완봉승이 세 차례다. 피안타율은 0.194에 불과하다. 현재 진행형인 포스트 시즌 23이닝 연속 무실점은 역대 최장 기록이다. 의심할 여지가 없는 에이스다. 컵스에겐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자신들은 저주에 시달리고 있는 반면 상대는 기분 좋은 전통을 잇게 됐기 때문이다. 컵스는 1908년 이후 108년째 우승을 경험하지 못했다. 월드시리즈 우승 경력이 있는 팀 가운데 최장 기간이다. 1945년 ‘염소의 저주’ 이후엔 월드시리즈 무대조차 밟지 못했다. 당시 월드시리즈 4차전에 염소와 함께 입장 하려다 쫓겨난 샘 지아니스가 “다시는 리글리필드(컵스의 홈 구장)에서 월드시리즈가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격분한 데서 저주는 시작됐다. 컵스는 정말로 우승에 실패했다.
저주를 깨뜨릴 절호의 기회는 지난 시즌 찾아왔다. 0.599의 승률을 기록하며 파죽지세로 가을잔치에 진출했다. NLDS에서 ‘가을 좀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격파하며 내셔널리그 챔피언십(NLCS)에 진출했다. ‘염소의 저주’가 깨지리란 예언도 있었다. 1989년 개봉한 영화 ‘백 투 더 퓨처2’에서 2015시즌 월드시리즈 챔피언은 컵스다.
하지만 우연의 일치가 발목을 잡았다. 70년 전 쫓아냈던 염소 머피가 환생했다. 메츠의 다니엘 머피가 주인공이다. 정규시즌 130경기에서 홈런 14개에 그쳤던 그는 NLCS 네 경기 모두 홈런을 쏘아 올리며 컵스를 침몰시켰다. 4차전에선 NLDS부터 이어진 포스트 시즌 연속 경기 홈런 신기록(6경기)을 달성하며 70년 만의 복수에 성공했다. 컵스가 자랑하던 선발진 존 레스터-제이크 아리에타-카일 헨드릭스 삼각편대는 맥없이 머피에게 격추됐다. 절호의 기회를 놓쳤지만 컵스는 주춤하지 않았다. 더 강해졌다. 정규시즌 162경기에서 103승 58패를 기록하며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1위로 일찌감치 포스트 시즌에 진출을 확정지었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 30개 팀 가운데 100승을 달성한 팀은 컵스가 유일하다. 승률 0.640 역시 가장 높은 수치다.
막차를 탄 샌프란시스코는 포스트 시즌 진출팀 가운데 승률이 가장 낮다(0.537, 87승 75패). 팀 평균자책점(3.65)은 컵스(3.15)에 뒤처지는데, 특히 선발진 평균자책점(3.71)에서 큰 차이(컵스 2.96)를 보일 정도로 마운드 열세가 두드러진다. 팀 타율(0.258)만 근소 우위(컵스 0.256)다. 다만 올해가 짝수 해라는 점이 무기라면 무기다. 2년 전 가을도 막차를 타고 종점까지 갔다. 시리즈 향배를 결정할 ‘절대자’ 범가너는 5전 3선승제 승부의 3차전(10일)에 가서야 선발 등판한다. 컵스로서는 다행인 셈이다. 범가너는 정규시즌 컵스를 상대로 극강의 면모를 보였다. 49명의 컵스 타자를 상대하는 동안 8안타만을 허용했다. 장타는 2루타 1개에 불과했다. 2점을 내주는 동안 삼진은 16개나 잡았다. 컵스 타자들의 출루율은 0.222에 불과했다.
최종전인 5차전까지 진행 될 경우 범가너가 사흘만 쉰 채 구원등판을 감행할 가능성도 있다. 컵스는 범가너를 만나기 전 어떻게든 승부를 결정지어야 대망을 이룰 수 있다. 통계 전문 사이트 팬그래프닷컴은 컵스가 NLDS에서 승리할 확률을 64.1%로 예상했다. 테오 엡스타인 시카고 컵스 단장은 보스턴 레드삭스 단장 시절 86년 묵은 ‘밤비노의 저주’를 깼다. 그의 남은 목표는 하나다. ‘염소의 저주’를 지우는 것.
전형진 한경닷컴 기자 withmold@hankyung.com
천신만고 끝에 와일드카드를 따낸 샌프란시스코는 2010·2012·2014시즌에 이어 짝수 해 월드시리즈 우승을 꿈꿀 수 있게 됐다. 2년 전처럼 기분 좋은 출발이다. 샌프란시스코는 2012시즌 와일드카드로 포스트 시즌에 합류해 대권을 차지했다. 범가너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완봉승을 따냈던 게 시작이었다.
끝도 범가너였다. 그는 7차전까지 열린 월드시리즈에 세 차례나 등판해 홀로 2승 1세이브(21이닝 1실점 평균자책점 0.43)를 따냈다. 1차전 선발승에 이어 5차전 완봉승을 거뒀다. 7차전에선 모두의 예상을 깨고 구원등판해 5이닝을 막아내며 철완을 과시했다. 범가너의 가을에 ‘혹시나’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는 현역 투수 가운데 포스트 시즌에 가장 강한 선수로 꼽힌다. 5일 경기까지 15게임에 등판해 97⅓이닝을 던지는 동안 8승 3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1.94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완봉승이 세 차례다. 피안타율은 0.194에 불과하다. 현재 진행형인 포스트 시즌 23이닝 연속 무실점은 역대 최장 기록이다. 의심할 여지가 없는 에이스다. 컵스에겐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자신들은 저주에 시달리고 있는 반면 상대는 기분 좋은 전통을 잇게 됐기 때문이다. 컵스는 1908년 이후 108년째 우승을 경험하지 못했다. 월드시리즈 우승 경력이 있는 팀 가운데 최장 기간이다. 1945년 ‘염소의 저주’ 이후엔 월드시리즈 무대조차 밟지 못했다. 당시 월드시리즈 4차전에 염소와 함께 입장 하려다 쫓겨난 샘 지아니스가 “다시는 리글리필드(컵스의 홈 구장)에서 월드시리즈가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격분한 데서 저주는 시작됐다. 컵스는 정말로 우승에 실패했다.
저주를 깨뜨릴 절호의 기회는 지난 시즌 찾아왔다. 0.599의 승률을 기록하며 파죽지세로 가을잔치에 진출했다. NLDS에서 ‘가을 좀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격파하며 내셔널리그 챔피언십(NLCS)에 진출했다. ‘염소의 저주’가 깨지리란 예언도 있었다. 1989년 개봉한 영화 ‘백 투 더 퓨처2’에서 2015시즌 월드시리즈 챔피언은 컵스다.
하지만 우연의 일치가 발목을 잡았다. 70년 전 쫓아냈던 염소 머피가 환생했다. 메츠의 다니엘 머피가 주인공이다. 정규시즌 130경기에서 홈런 14개에 그쳤던 그는 NLCS 네 경기 모두 홈런을 쏘아 올리며 컵스를 침몰시켰다. 4차전에선 NLDS부터 이어진 포스트 시즌 연속 경기 홈런 신기록(6경기)을 달성하며 70년 만의 복수에 성공했다. 컵스가 자랑하던 선발진 존 레스터-제이크 아리에타-카일 헨드릭스 삼각편대는 맥없이 머피에게 격추됐다. 절호의 기회를 놓쳤지만 컵스는 주춤하지 않았다. 더 강해졌다. 정규시즌 162경기에서 103승 58패를 기록하며 내셔널리그 중부지구 1위로 일찌감치 포스트 시즌에 진출을 확정지었다. 올 시즌 메이저리그 30개 팀 가운데 100승을 달성한 팀은 컵스가 유일하다. 승률 0.640 역시 가장 높은 수치다.
막차를 탄 샌프란시스코는 포스트 시즌 진출팀 가운데 승률이 가장 낮다(0.537, 87승 75패). 팀 평균자책점(3.65)은 컵스(3.15)에 뒤처지는데, 특히 선발진 평균자책점(3.71)에서 큰 차이(컵스 2.96)를 보일 정도로 마운드 열세가 두드러진다. 팀 타율(0.258)만 근소 우위(컵스 0.256)다. 다만 올해가 짝수 해라는 점이 무기라면 무기다. 2년 전 가을도 막차를 타고 종점까지 갔다. 시리즈 향배를 결정할 ‘절대자’ 범가너는 5전 3선승제 승부의 3차전(10일)에 가서야 선발 등판한다. 컵스로서는 다행인 셈이다. 범가너는 정규시즌 컵스를 상대로 극강의 면모를 보였다. 49명의 컵스 타자를 상대하는 동안 8안타만을 허용했다. 장타는 2루타 1개에 불과했다. 2점을 내주는 동안 삼진은 16개나 잡았다. 컵스 타자들의 출루율은 0.222에 불과했다.
최종전인 5차전까지 진행 될 경우 범가너가 사흘만 쉰 채 구원등판을 감행할 가능성도 있다. 컵스는 범가너를 만나기 전 어떻게든 승부를 결정지어야 대망을 이룰 수 있다. 통계 전문 사이트 팬그래프닷컴은 컵스가 NLDS에서 승리할 확률을 64.1%로 예상했다. 테오 엡스타인 시카고 컵스 단장은 보스턴 레드삭스 단장 시절 86년 묵은 ‘밤비노의 저주’를 깼다. 그의 남은 목표는 하나다. ‘염소의 저주’를 지우는 것.
전형진 한경닷컴 기자 withmol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