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주주제안'…삼성 지배구조 개편 기대감 '활짝'
삼성그룹주들이 급등세를 나타냈다. 지난해 삼성물산을 공격했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삼성전자에 기업 분할과 주주가치 증대를 위한 제안을 전달하면서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는 전거래일보다 7만2000원(4.45%) 뛴 169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 회사 주가는 장중 한때 170만원으로 치솟아 사상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삼성물산은 1만2000원(7.89%) 급등한 16만4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장중 한때에는 16만5000원을 기록, 작년 10월22일(16만9000원) 이후 1년여 만에 신고가를 새로 썼다.

시가총액도 31조1092억원으로 불어나 SK하이닉스(30조9765억원)을 제치고 3위로 올라섰다.

이밖에 삼성생명과 삼성엔지니어링, 삼성화재 등도 1~4%대 상승했다.

엘리엣은 전날 삼성전자를 지주 및 사업회사로 분할하고 30조원 규모 특별 현금배당을 요구하는 서신을 삼성전자 이사회에 보냈다. 서신에는 삼성전자 지주회사를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는 제안 등도 포함됐다.

전문가들은 엘리엇의 이번 제안으로 삼성전자가 기업 분할과 주주환원 정책의 속도를 높이게 될 것으로 봤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엘리엇의 제안으로 삼성전자는 인적분할과 지주회사 전환을 위한 명분을 갖추게 됐다"며 "지배구조 개편 시 거칠 대부분의 과정 또한 제안에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윤 연구원은 "엘리엇이 오너일가의 지배력 확대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는 모습"이라며 "이번 제안이 두 회사간 갈등 요인이 되기보다 지배구조 개편의 실마리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선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도 "엘리엇은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한 경영 방식 등의 변화를 촉구하고 있다"며 "이번 제안으로 삼성전자는 주주환원 정책을 가속화 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정책이 속도를 낼 경우 견조한 주가 상승도 함께 나타날 것으로 봤다.

특히 삼성전자의 지배구조 개편은 삼성전자가 재평가받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지수 영향력이 큰 만큼 유가증권시장의 새로운 상승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과거 SK그룹 등 대부분 기업은 분할을 거친 뒤 주가가 상승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분할할 경우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대비 주가)을 정당하게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이 경우 시가총액 방식을 사용하는 코스피지수도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오랜 시간 지배구조 개편에 관한 신호가 나온 만큼 가시화될 시기가 가까워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