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무용단이 선보이는 정수동 안무가의 ‘다이브(Dive)’. 국립현대무용단 제공
국립현대무용단이 선보이는 정수동 안무가의 ‘다이브(Dive)’. 국립현대무용단 제공
서로 다른 둘이 만나 하나를 만들고, 같은 것 하나로 둘을 만들었다. 7일부터 9일까지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하는 국립현대무용단의 ‘오케코레오그래피’ 얘기다.

이번 공연은 현대무용이 클래식 오케스트라를 만난 공동 제작 프로젝트다. 연주자 7명과 무용가가 현대 작곡가 존 애덤스의 음악을 재해석한 신작 2편을 선보인다. 이번 시즌 ‘접속과 발화’를 주제로 장르 간 협업을 펼치고 있는 국립현대무용단, 국내 발레·오페라 공연 단체와 협업해 반주를 맡아온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 연주자들이 함께한다.

이 공연의 무대는 2개층으로 나뉜다. 1층에선 무용수들이 무대를 휘저으며 춤을 춘다. 2층에는 코리안심포니 연주자들이 올라간다. 무대보다 낮아 연주자들의 머리만 간신히 보이던 기존 오케스트라 피트 대신 2층 객석 맞은편에서 연주를 선보인다. 단순히 반주만 하는 게 아니라 무용수들과 함께 강약을 조절하며 공연을 풀어간다. 바이올린과 비올라, 첼로, 더블베이스 등 각 파트 수석과 부수석 단원 7명의 연주를 천안시립교향악단의 상임지휘자 구모영이 이끈다.

하나의 음악에서 착안한 두 가지 춤 무대를 연이어 선보이는 것도 독특하다. 주제곡은 미국의 포스트 미니멀리즘 작곡가 존 애덤스의 ‘셰이커 루프스’. 몇 가지 음을 반복하면서 박자나 음 길이를 달리해 비슷한 멜로디 패턴을 순환시키듯 이어가는 곡이다. 안무가 정수동과 이해준이 작품 하나씩을 맡아 춤을 짰다.

“애덤스의 음악을 듣고 바다 이미지를 떠올렸다”고 입을 모은 두 안무가는 같은 소재를 서로 다른 몸짓으로 풀어냈다. 정수동 씨의 ‘다이브(Dive)’는 바다의 심연과 파도의 느낌을 살렸다. 작품은 무용수들이 삼각형 대형으로 선 채 다이빙해 물에 빠지는 듯한 몸짓으로 시작한다. 발에 푸른색 물감을 칠한 채 물결치듯 다리를 움직여 푸른 곡선을 그리기도 한다. 정씨는 “고요함과 힘찬 에너지가 공존하는 주제곡의 특징에서 동작을 착안했다”며 “수면 위 역동적인 파도와 깊고 고요한 바닷속을 오르락내리락하는 식으로 서로 다른 이미지를 교차했다”고 설명했다.

이해준은 ‘리플렉션(Reflection)’에서 프랑스 시인 랭보의 시 ‘영원’을 모티브로 삼았다. 간결한 음의 반복을 들으며 ‘영원은 태양과 함께하는 바다’라는 시구를 떠올렸다고 했다. 이씨는 “음의 반복이 음악적 충돌이라고 생각했다”며 “물결이 햇빛을 받아 반짝이듯 충돌과 반사작용이 만들어내는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무대에 선 무용수들도 빛이나 소리, 중력에 반사적으로 반응하는 몸짓을 선보인다. 무용수가 오케스트라의 바이올린 소리에 반응해 소음을 내거나, 선율이 빨라지면 머리를 풀어헤친 채 몸에 묻은 것들을 마구 털어내듯이 움직이기도 한다. 한 남자 무용수는 손에 15㎏짜리 케틀벨(운동기구의 일종)을 들고, 어깨 위에는 여자 무용수를 얹은 채 움직인다.

국립현대무용단은 “흔치 않은 두 장르 간 협업에 관객의 관심이 몰렸는지 표가 일찍 매진돼 주말 공연을 한 차례 추가했다”며 “한 곡을 쓰지만 작품의 색이 달라 마치 다른 음악을 듣는 듯한 느낌일 것”이라고 소개했다. (02)3472-1420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