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주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이 미술품 유통 투명화 및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관주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이 미술품 유통 투명화 및 활성화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술품 유통업이 세 종류로 나뉘어 미술품 경매업은 허가제, 화랑업(갤러리)은 등록제, 기타 미술품 판매업(개인딜러 등)은 신고제로 운영된다. 일반사업자 등록만 하면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는 현행 제도에 비해 진입 문턱이 한층 높아졌다. 또 미술품 위작을 만들거나 거래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문화체육관광부는 6일 이런 내용을 담은 미술품 유통 투명화 및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다.

◆위작 범죄 처벌 근거 마련

경매회사는 허가, 화랑은 등록제…위작 거래하면 처벌
이날 발표한 대책의 핵심은 위작 유통을 막기 위한 가칭 ‘미술품 유통에 관한 법’(미술품유통법) 제정이다. 법안에 따르면 미술품 경매업 허가를 받으려면 경매사와 경매장 등의 인적·물적 시설과 함께 2억~3억원의 자본금이 있어야 한다. 화랑업을 하려면 해당 사업자가 육성, 관리하는 작가 명단을 제출해야 한다. 경매업, 화랑업 모두 위작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기타 미술품 판매업은 기존 사업자등록과 크게 차이가 없다.

이 법안에 따른 허가·등록·신고 절차를 어기고 영업하면 과태료가 부과된다. 문체부는 다만 기존 업체들이 설립 요건을 갖출 수 있도록 관련 규정 시행을 2년간 유예하기로 했다. 미술품유통법은 내년 초까지 입법을 완료해 내년 하반기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이들 세 업종에는 미술품 거래이력 관리 및 구매자에 대한 작품 보증서 발급이 의무화된다. 다만 미술품 구매자 정보는 이력 관리 필수 항목에서 제외된다. 구매자가 노출되면 미술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미술계의 우려 때문이다. 또 이들 세 업종의 겸업이 금지되진 않지만 경매를 주관한 업체가 그 경매에 응찰하는 등의 행위를 금지하는 이해관계 상충 방지 조항을 도입했다.

위작 범죄 처벌 근거도 마련했다. 지금까지는 사기죄 등으로 위작 범죄를 다루다 보니 위작 범죄의 사회적 파장에 비해 처벌이 미온적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미술품유통법이 시행되면 위작 범죄의 전문적 수사를 위해 특별사법경찰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미술품 감정업을 등록제로 운영하고, 국립미술품감정연구원(가칭)을 설립해 감정기법 연구개발, 감정인력 교육 등과 함께 위작 관련 수사 및 사법처리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미술계 “시장 위축 우려”

미술계는 위작 관련 대책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지나친 규제는 시장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술품 거래 분야 전문가인 캐슬린 킴 변호사는 “정부가 이렇게 세세하게 개입하면 시장이 위축되는 결과만 낳을 수 있다”며 “감정 전문가 양성 등 지원책을 내놓는 편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인아 한국미술품감정평가원 연구실장은 “국가기관(국립미술품감정연구원)이 소속 감정위원들의 진위 판단에 대해 어느 정도 책임질 수 있는지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문체부가 이날 내놓은 미술품 유통 지원책도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반응이다. 문체부는 내년 하반기부터 500만원 이하의 미술품을 사는 사람에게 은행·카드회사 등과 연계해 24개월 무이자 할부를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미술품 대여를 위한 온라인 시스템을 구축해 여기에 작가가 미술품을 올리고 일반인이 빌릴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내놨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