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정밀타격
최근 북핵과 관련해 미국에서 자주 들려오는 말이 ‘선제 정밀타격(preemptive surgical strike)’이다. 외과수술하듯 북한의 핵시설을 제거하는 선제 공격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핀포인트(pin point) 타격’으로도 불린다.

선제 정밀타격의 원조는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은 1981년 이라크, 2007년 시리아의 원자로를 초토화했다. 공공연히 위협하는 적국의 핵 개발을 저지하기 위한 예방공격이었다. 이를 위해 이스라엘 군은 사막에서 예행연습까지 했다. 북한이 핵개발에 착수한 1994년 당시 클린턴 행정부가 영변 핵시설 폭격을 검토한 것도 유명한 일화다.

정밀타격 능력은 이른바 ‘벙커 버스터(Bunker Buster)’의 발전과 궤를 같이 한다. 벙커버스터란 이름 그대로 지하벙커 파괴용 공대지 미사일이다. 1991년 걸프전 때 미국이 개발한 ‘GBU(Guided Bomb Unit)-28’은 지하 30m를 뚫어 ‘딥 스로트(Deep Throat)’란 별명이 붙었다. 한국에는 2013년 실전 배치됐다. 해리슨 포드 주연의 ‘긴급명령’(1994)에서 마약조직의 지하 아지트를 송두리째 날린 장면에도 등장한다.

국내에 곧 170여발이 도입될 독일제 ‘타우루스(Taurus)’는 사정거리 500㎞짜리 초정밀 타격용 순항미사일이다. F15에 장착해 대전 부근에서 발사해도 북한 전역이 사정권이다. 저고도로 음속에 가깝게 날아가 6m의 강화콘크리트를 뚫고 목표를 파괴하는데 한 발에 20억원이다. 이에 화들짝 놀란 북한은 독일을 맹비난하며 판매중단을 요구하기도 했다.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재래식 폭탄은 ‘GBU-57’이다. 무게만도 14t에 달하는 이 미사일을 B-2 스텔스 폭격기로 높은 고도에서 투하하면 지하 60m, 강화콘크리트 8m를 뚫고 강력한 인공지진을 일으킨다. 한 발당 350만달러(약 40억원)에 이른다. 이것도 모자라 100m를 뚫는 벙커버스터를 개발 중이라니 지구상에 숨을 곳이 없을 것 같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까지 위협하자 미국의 ‘전략적 인내’도 한계에 달했다. 백악관 정례브리핑에서 북핵시설 선제 타격이 거론되는가 하면 공화당의 트럼프는 물론 민주당의 팀 케인 부통령 후보까지 선제 타격을 언급했다. 지난 3일부터 미 알래스카주 아일슨 기지에서 한·미 공군이 ‘레드 플래그’라는 정밀타격 훈련에 들어갔다. 게다가 중국이 미국의 북핵 정밀타격을 묵인할 것이란 대만 언론의 보도도 있었다. 그래선가. 기세등등하던 김정은이 요즘 안 보인다.

오형규 논설위원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