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진의 괴발개발]주차앱 '아이파킹' 개발 스토리…"주차장 노숙자라 불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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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칸 주차 부스 안에서 만든 '아이파킹' 앱
주차 시나리오 실행으로 지새운 여름밤
"주차 문제…나부터 불편해 안되겠더라"
달라진 주차관리자·운전자
'주차비=아깝다' 인식 바꿔
주차 시나리오 실행으로 지새운 여름밤
"주차 문제…나부터 불편해 안되겠더라"
달라진 주차관리자·운전자
'주차비=아깝다' 인식 바꿔
아이를 낳는 기분.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쓰는 모바일 서비스를 처음 세상에 선보일 때 그들이 느끼는 감정이다. 스마트폰 속 앱들은 누구의 손에서 어떻게 왜 태어났을까. 세상에 아무렇게 쓰는 앱은 있어도 아무렇게 만들어진 앱은 없다. 'Why not(왜 안돼)?'을 외치는 괴상한 IT업계 기획·개발자들. [박희진의 괴발개발]에서 그들의 개발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한다.
그들은 주차장에 살다시피 했다. 한여름 모기 배를 불려주고 자신들은 주차장 관리자가 주는 눈칫밥도 먹어야 했다.
경우의 수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았다. 사무실에서 화이트보드를 새카맣게 채워가며 수백가지 시나리오를 짰지만 현장에선 또다른 변수가 나왔다.
자동차가 주차장 입구로 들어오는 각도에 따라 번호판이 읽히기도, 안읽히기도 했다. 각종 할인카드와 이벤트를 적용하다보면 요금 정산을 어떻게 해야할 지 난감했다. 그들은 좁고 무더운 주차장 부스안에서 노트북과 함께 2015년 여름을 보냈다.
지난해 5월 주차 온·오프라인 연계(O2O) 서비스 '아이파킹'을 출시한 파킹클라우드 개발자들 얘기다. 파킹클라우드는 24시간 무인 주차 운영 시스템과 출차시 하이패스처럼 자동으로 주차비가 결제되는 '파킹패스' 등을 구축했다.
"자동차 7대로 그 많은 시나리오를 다 실행해봤어요. 그래도 또 새로운 돌발 상황이 발생하더라고요. 기획할 때부터 벤치마킹한 사례가 없다보니 서비스를 구현하는 데 힘이 많이 들었죠. 보통 앱(응용프로그램) 개발 과정이랑 좀 달랐던 게 주차 설비와 연동된 서비스다보니 개발자들도 현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어요."
이창민 파킹클라우드 책임연구원(차장)은 "고생했지만 지금은 좋은 추억"이라며 1년 전을 떠올렸다.
"그래도 저희가 무인 정산기와 인식기 같은 하드웨어 기술을 갖고 있어서 한결 수월했어요. 만약 다른 업체의 장비를 썼다면 그렇게 수많은 변수들에 일일이 즉각 대응하기가 쉽지 않았을 겁니다. 회사 내에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개발자들이 함께 있다보니 협업도 잘 됐고요."
아이파킹은 앱부터 장비까지 주차 서비스의 수직계열화를 이뤘다는 점에서 앱만 운영하는 다른 주차 O2O 업체들과 다르다는 설명이다. 주차 시스템부터 주차장 중개 판매, 카셰어링 등 관련 업계에서 오랜 경력을 쌓은 신상용 파킹클라우드 대표가 구상한 그림이기도 하다.
"O2O 서비스 시장에서도 주차는 거의 초기 단계입니다. 기존에도 주차 관련 앱이 있었지만 주차장 위치와 가격 정보를 지도에 보여주는 게 대부분이었어요. 사실 이런 것들은 그렇게 큰 힘을 들이지 않고 구현할 수 있는 기능이기도 해요. 저희 같은 경우는 하드웨어와 연동이 되고 정기권 같은 상품이 추가되면서 힘이 배로 들어갔죠."(박준이 서비스기획팀 과장)
모든 준비를 마쳤다고 생각했는데 서비스 출시 이후 별별 일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개발자, 기획자 할 것 없이 모두가 고객서비스(CS)팀 직원이 돼 현장으로 출동했다. 취객이 부서뜨린 차단기 수리부터 출차를 도와달라는 요청까지 직원들을 찾는 이유도 다양했다.
"한 번은 아이파킹 주차장에서 출차를 못하고 있다고 전화가 왔어요. 도대체 무슨 얘기인가 해서 현장에 가봤죠. 알고보니 그 분이 입차할 때 주차장 입구가 아닌 다른 쪽 턱을 넘어 들어오셨더라고요. 음주운전도 아니셨는데(웃음)…당연히 입차 기록이 없으니 정산은 물론 출차도 안되는 상황이었어요."(이 차장) 잘 만든 서비스를 주차장에서 쓰게 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주차 업계 종사자들과 건물주들은 스마트폰보다 펜과 종이가 익숙한 세대였다. 영업팀과 미팅에 나갈 때마다 이화진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이 작은 핸드폰 화면에서 그걸 왜 해야 하느냐"는 질문만 여러번 받았다.
"무인 정산 시스템을 도입한 대형 주차장을 빼면 대부분 주차장에선 입출차 시간과 요금을 수기로 작성하고 있어요. 보면 연세가 꽤 지긋한 분들이 그 일들을 담당하고 있으시죠. 그 분들에게 원래 하던 것을 새롭게 바꾸자고 설득하는 일이 많이 어려웠습니다."
시작은 어려워도 일단 서비스를 도입하면 이후 만족도는 꽤 높다고 했다. 한사코 서비스를 거부하던 이들이 이제는 업계 지인에게 먼저 서비스를 권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실제로 주차장 운영에 도움이 많이 됩니다. 종이 주차권, 할인권에 드는 비용을 줄일 수 있고요. 주차장 홍보 효과는 매출 증가로 나타나죠. 매출이 투명하게 기록되면서 수입이 더 늘어난 주차장도 꽤 있어요. 주차 내역을 수기로 관리하다 보면 현장 직원이 기록을 조작해 돈을 가로채는 일이 종종 있었다고 해요."(박 과장)
운전자들에게도 긍정적인 인식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주차비는 아깝다'고 생각하던 사람들이 기꺼이 돈을 내고 주차를 하고 있다. 저렴한 주차장을 검색해 사용하는 습관이 주차 O2O 서비스를 통해 자리잡기 시작하면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돈내고 주차 하는 걸 아까워하는 경향이 있잖아요. 굳이 주차장을 찾기 보다 적당히 빈 자리가 있으면 차를 세우죠. 거기엔 '유료 주차장은 요금이 비싸다'라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 같아요. 아이파킹 같은 앱을 써보면 안전한 주차장을 싼 가격에 쉽게 찾아 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죠."(이 CSO)
지난해 서비스 출시와 시스템 안정화를 마친 아이파킹은 올 들어 본격적인 영업 활동에 나섰다. 특히 아이파킹 장비를 설치해 자동 입출차가 가능한 '아이파킹존'과 발렛파킹(대리주차) 서비스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앱 출시 당시 주차장 1개로 시작한 아이파킹존은 현재 계약을 마친 곳 까지 합해 150개를 넘어섰다. 올 연말까지 300개 주차장을 아이파킹존으로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결국은 내가 쓰고 싶은 서비스를 만드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개발자가 불편함에 공감해 서비스를 만들 때 이용자들도 서비스의 가치를 잘 느낄 수 있다고 봐요. 저랑 지인들은 벌써 아이파킹존이 아닌 주차장을 쓰는 게 많이 불편해졌어요. 주차 할인권 받는 걸 깜빡해서 다시 식당에 갔다오는 일이 얼마나 귀찮은데요."(이 차장)
"일본 주차 서비스 시장 규모가 50조원에 달해요. 우리나라는 10조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는데 한 회사가 모두 점유할 수는 시장은 아니죠. 이왕 시작한 거 2등할 생각은 없지만, 다른 주차 설비 업체들과 손잡고 함께 커가는 큰 그림을 그려나가고 싶어요."(이 CSO)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
그들은 주차장에 살다시피 했다. 한여름 모기 배를 불려주고 자신들은 주차장 관리자가 주는 눈칫밥도 먹어야 했다.
경우의 수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많았다. 사무실에서 화이트보드를 새카맣게 채워가며 수백가지 시나리오를 짰지만 현장에선 또다른 변수가 나왔다.
자동차가 주차장 입구로 들어오는 각도에 따라 번호판이 읽히기도, 안읽히기도 했다. 각종 할인카드와 이벤트를 적용하다보면 요금 정산을 어떻게 해야할 지 난감했다. 그들은 좁고 무더운 주차장 부스안에서 노트북과 함께 2015년 여름을 보냈다.
지난해 5월 주차 온·오프라인 연계(O2O) 서비스 '아이파킹'을 출시한 파킹클라우드 개발자들 얘기다. 파킹클라우드는 24시간 무인 주차 운영 시스템과 출차시 하이패스처럼 자동으로 주차비가 결제되는 '파킹패스' 등을 구축했다.
"자동차 7대로 그 많은 시나리오를 다 실행해봤어요. 그래도 또 새로운 돌발 상황이 발생하더라고요. 기획할 때부터 벤치마킹한 사례가 없다보니 서비스를 구현하는 데 힘이 많이 들었죠. 보통 앱(응용프로그램) 개발 과정이랑 좀 달랐던 게 주차 설비와 연동된 서비스다보니 개발자들도 현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았어요."
이창민 파킹클라우드 책임연구원(차장)은 "고생했지만 지금은 좋은 추억"이라며 1년 전을 떠올렸다.
"그래도 저희가 무인 정산기와 인식기 같은 하드웨어 기술을 갖고 있어서 한결 수월했어요. 만약 다른 업체의 장비를 썼다면 그렇게 수많은 변수들에 일일이 즉각 대응하기가 쉽지 않았을 겁니다. 회사 내에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개발자들이 함께 있다보니 협업도 잘 됐고요."
아이파킹은 앱부터 장비까지 주차 서비스의 수직계열화를 이뤘다는 점에서 앱만 운영하는 다른 주차 O2O 업체들과 다르다는 설명이다. 주차 시스템부터 주차장 중개 판매, 카셰어링 등 관련 업계에서 오랜 경력을 쌓은 신상용 파킹클라우드 대표가 구상한 그림이기도 하다.
"O2O 서비스 시장에서도 주차는 거의 초기 단계입니다. 기존에도 주차 관련 앱이 있었지만 주차장 위치와 가격 정보를 지도에 보여주는 게 대부분이었어요. 사실 이런 것들은 그렇게 큰 힘을 들이지 않고 구현할 수 있는 기능이기도 해요. 저희 같은 경우는 하드웨어와 연동이 되고 정기권 같은 상품이 추가되면서 힘이 배로 들어갔죠."(박준이 서비스기획팀 과장)
모든 준비를 마쳤다고 생각했는데 서비스 출시 이후 별별 일이 있었다. 그럴 때마다 개발자, 기획자 할 것 없이 모두가 고객서비스(CS)팀 직원이 돼 현장으로 출동했다. 취객이 부서뜨린 차단기 수리부터 출차를 도와달라는 요청까지 직원들을 찾는 이유도 다양했다.
"한 번은 아이파킹 주차장에서 출차를 못하고 있다고 전화가 왔어요. 도대체 무슨 얘기인가 해서 현장에 가봤죠. 알고보니 그 분이 입차할 때 주차장 입구가 아닌 다른 쪽 턱을 넘어 들어오셨더라고요. 음주운전도 아니셨는데(웃음)…당연히 입차 기록이 없으니 정산은 물론 출차도 안되는 상황이었어요."(이 차장) 잘 만든 서비스를 주차장에서 쓰게 하는 일도 쉽지 않았다. 주차 업계 종사자들과 건물주들은 스마트폰보다 펜과 종이가 익숙한 세대였다. 영업팀과 미팅에 나갈 때마다 이화진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이 작은 핸드폰 화면에서 그걸 왜 해야 하느냐"는 질문만 여러번 받았다.
"무인 정산 시스템을 도입한 대형 주차장을 빼면 대부분 주차장에선 입출차 시간과 요금을 수기로 작성하고 있어요. 보면 연세가 꽤 지긋한 분들이 그 일들을 담당하고 있으시죠. 그 분들에게 원래 하던 것을 새롭게 바꾸자고 설득하는 일이 많이 어려웠습니다."
시작은 어려워도 일단 서비스를 도입하면 이후 만족도는 꽤 높다고 했다. 한사코 서비스를 거부하던 이들이 이제는 업계 지인에게 먼저 서비스를 권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실제로 주차장 운영에 도움이 많이 됩니다. 종이 주차권, 할인권에 드는 비용을 줄일 수 있고요. 주차장 홍보 효과는 매출 증가로 나타나죠. 매출이 투명하게 기록되면서 수입이 더 늘어난 주차장도 꽤 있어요. 주차 내역을 수기로 관리하다 보면 현장 직원이 기록을 조작해 돈을 가로채는 일이 종종 있었다고 해요."(박 과장)
운전자들에게도 긍정적인 인식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주차비는 아깝다'고 생각하던 사람들이 기꺼이 돈을 내고 주차를 하고 있다. 저렴한 주차장을 검색해 사용하는 습관이 주차 O2O 서비스를 통해 자리잡기 시작하면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돈내고 주차 하는 걸 아까워하는 경향이 있잖아요. 굳이 주차장을 찾기 보다 적당히 빈 자리가 있으면 차를 세우죠. 거기엔 '유료 주차장은 요금이 비싸다'라는 인식이 깔려 있는 것 같아요. 아이파킹 같은 앱을 써보면 안전한 주차장을 싼 가격에 쉽게 찾아 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죠."(이 CSO)
지난해 서비스 출시와 시스템 안정화를 마친 아이파킹은 올 들어 본격적인 영업 활동에 나섰다. 특히 아이파킹 장비를 설치해 자동 입출차가 가능한 '아이파킹존'과 발렛파킹(대리주차) 서비스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앱 출시 당시 주차장 1개로 시작한 아이파킹존은 현재 계약을 마친 곳 까지 합해 150개를 넘어섰다. 올 연말까지 300개 주차장을 아이파킹존으로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결국은 내가 쓰고 싶은 서비스를 만드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개발자가 불편함에 공감해 서비스를 만들 때 이용자들도 서비스의 가치를 잘 느낄 수 있다고 봐요. 저랑 지인들은 벌써 아이파킹존이 아닌 주차장을 쓰는 게 많이 불편해졌어요. 주차 할인권 받는 걸 깜빡해서 다시 식당에 갔다오는 일이 얼마나 귀찮은데요."(이 차장)
"일본 주차 서비스 시장 규모가 50조원에 달해요. 우리나라는 10조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는데 한 회사가 모두 점유할 수는 시장은 아니죠. 이왕 시작한 거 2등할 생각은 없지만, 다른 주차 설비 업체들과 손잡고 함께 커가는 큰 그림을 그려나가고 싶어요."(이 CSO)
박희진 한경닷컴 기자 hotimp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