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쓴맛 본 차인표·이동건 등
수제 양복점 살리려 고군분투
KBS 주말극 시청률 30% 육박

지난 8월27일부터 방영 중인 KBS2 드라마 ‘월계수양복점 신사들’(사진)이 주말극 시청률 1위를 차지하며 30%대 시청률을 넘보고 있다. 지난 2일 방송된 12회는 29.3%(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했다.
월계수양복점에 모인 주요 등장인물은 가족이나 친구 관계가 아니다. 이만술이 자리를 비운 동안 일을 진두지휘하는 배삼도(차인표 분)는 30여년 전 양복점에서 재단사 보조로 일한 이만술의 수제자다. 이만술의 외동아들 이동진(이동건 분)은 아버지가 망막색소변성증으로 시력을 잃어가고 있음을 알고 난 뒤 가업을 이어받기로 마음먹는다.
나머지 인물도 마찬가지다. 나연실(조윤희 분)은 양복 장인이 꿈이던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해 양복점에 취업해 가게를 유지하려 애쓴다. 여기에 양복점 2층에 세 들어 사는 성태평(최원영 분), 취업준비생 강태양(현우 분)이 가세한다.
모두 남남인 사람들이지만 공통점이 있다. 인생에서 큰 실패를 경험했다는 사실이다. 이들 각자가 자기 가게가 아니지만 양복점을 살리자며 공감대를 이루는 바탕이다. 이동진은 큰 의류업체에서 부사장까지 오르며 승승장구한 야심가지만, 대표이사 자리를 노리다 사내 권력 구도에서 밀려난 뒤 양복점으로 돌아간다. 배삼도는 번번이 사업에 실패하고 치킨 가게를 운영하다 스승의 양복점에서 꿈을 되찾는다. 왕년의 록발라드 스타 성태평은 결혼식 축가 등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 양복점 일을 돕게 된다.
이들이 한 가게에서 일하며 희로애락을 함께하는 ‘유사 가족’으로 거듭나는 과정이 극의 큰 줄기다. 드라마가 배삼도와 이동진 간 갈등보다 둘의 협업을 비중 있게 조명하는 이유다. 두 사람은 각각 이만술의 수제자와 아들이지만, 서로 후계자를 자처하기보다 가게를 살리기 위해 책임을 나누고 힘을 합친다. 임시사장인 이동진이 원단 구매 등 옷 관련 일에 대해선 전문가인 배삼도의 지시에 군말 없이 따르는 식이다.
말장난과 희극적인 장면이 자칫 무거울 수 있는 내용에 재미를 불어넣는다. 배삼도와 그의 아내 복선녀(라미란 분)의 좌충우돌이 백미다. 양복 재단사 일을 반대하는 복선녀가 휘발유인 척 온몸에 물을 뿌리며 가짜 분신 소동을 벌이고, 이에 질세라 배삼도가 일부러 폭행 시비를 걸어 감옥에 가겠다고 생떼를 부리는 식이다.
드라마를 연출한 황인혁 PD는 “양복을 소재로 한 성장 드라마”라며 “피가 섞이지 않았지만 한 가족으로 모인 인물들이 진정한 행복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을 유쾌하게 그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