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선방'한 삼성전자] 엘리엇이 '삼성 백기사'일 수 없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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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올리고 '먹튀' 가능성 커…삼성 내부 '깊은 불신'
엘리엇은 지난 5일 삼성전자에 서한을 보내며 지배구조를 개편하라고 촉구했다. 회사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하고, 지주회사는 삼성물산과 합병해 그룹 지주회사로 만들라는 것이 골자다. 그간 시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그룹을 장악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분석하던 지배구조와 비슷했다. 엘리엇이 삼성의 ‘백기사’ 역할을 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 이유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백기사라는 표현은 기분 나쁘다”며 “두고 봐야 알겠지만 엘리엇을 믿을 수 없다는 게 내부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일단 시간이다. 삼성전자를 분할하거나 합병하려면 주주총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상정해 주주 67%의 찬성이 필요하다. 삼성전자와 같은 거대 기업에서 주주 3분의 2 이상을 설득하는 것은 쉽지 않다. 정치권 반대 등 고려할 사안도 많다. 즉 1~2년 사이에 마무리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반면 엘리엇과 같은 헤지펀드들은 타깃을 정해 주식을 매입한 뒤 2년 이상 들고 있는 경우가 드물다.
엘리엇은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성사되자 이듬해 3월 주식을 팔고 바로 나갔다. 2014년 미국 정보기술(IT) 업체 EMC를 공격했을 때도 2년을 넘기지 않았다. “그룹 지배구조 개편은 주가를 올리기 위한 핑계로, 주가가 오르면 바로 빠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엘리엇은 서한에서 삼성의 경영 성과를 칭찬하기도 했다. 일각에서 엘리엇을 백기사로 묘사한 또 다른 이유다. 하지만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칭찬 역시 주가를 올리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미국의 사례를 봐도 헤지펀드는 자신의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인신공격까지 동원해 경영진을 몰아세우는 경우가 많다. 서드포인트는 경매업체 소더비를 공격하며 당시 최고경영자(CEO)인 윌리엄 루브레이트를 “창의력이 부족하고 무능하다”고 지적했다.
엘리엇이 백기사일 수 없는 또 다른 이유는 삼성 내부에 남아 있는 ‘상처’다. 삼성은 지난해 엘리엇과의 ‘1차전’에서 막판까지 결과를 알 수 없는 치열한 전쟁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영업사원까지 동원해 전국의 주주들을 설득하러 다니거나, 삼성물산 자사주를 KCC에 넘기는 등 ‘무리수’를 두기도 했다.
한 임직원은 “지난해 엘리엇에서 받은 좋지 않은 기억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며 “그들과 친구가 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백기사라는 표현은 기분 나쁘다”며 “두고 봐야 알겠지만 엘리엇을 믿을 수 없다는 게 내부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일단 시간이다. 삼성전자를 분할하거나 합병하려면 주주총회 특별 결의사항으로 상정해 주주 67%의 찬성이 필요하다. 삼성전자와 같은 거대 기업에서 주주 3분의 2 이상을 설득하는 것은 쉽지 않다. 정치권 반대 등 고려할 사안도 많다. 즉 1~2년 사이에 마무리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반면 엘리엇과 같은 헤지펀드들은 타깃을 정해 주식을 매입한 뒤 2년 이상 들고 있는 경우가 드물다.
엘리엇은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성사되자 이듬해 3월 주식을 팔고 바로 나갔다. 2014년 미국 정보기술(IT) 업체 EMC를 공격했을 때도 2년을 넘기지 않았다. “그룹 지배구조 개편은 주가를 올리기 위한 핑계로, 주가가 오르면 바로 빠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엘리엇은 서한에서 삼성의 경영 성과를 칭찬하기도 했다. 일각에서 엘리엇을 백기사로 묘사한 또 다른 이유다. 하지만 자본시장 전문가들은 “칭찬 역시 주가를 올리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미국의 사례를 봐도 헤지펀드는 자신의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인신공격까지 동원해 경영진을 몰아세우는 경우가 많다. 서드포인트는 경매업체 소더비를 공격하며 당시 최고경영자(CEO)인 윌리엄 루브레이트를 “창의력이 부족하고 무능하다”고 지적했다.
엘리엇이 백기사일 수 없는 또 다른 이유는 삼성 내부에 남아 있는 ‘상처’다. 삼성은 지난해 엘리엇과의 ‘1차전’에서 막판까지 결과를 알 수 없는 치열한 전쟁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영업사원까지 동원해 전국의 주주들을 설득하러 다니거나, 삼성물산 자사주를 KCC에 넘기는 등 ‘무리수’를 두기도 했다.
한 임직원은 “지난해 엘리엇에서 받은 좋지 않은 기억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며 “그들과 친구가 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