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줄고 시세도 껑충…아파트 '백화점 프리미엄' 짭짤
경기 동탄과 광교, 서울 여의도 등 신규 백화점 입점이 확정된 지역의 아파트들이 후광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인근의 미분양 물량이 빠르게 팔려나가거나 매매가격이 한 달 새 수천만원 뛰었다. 백화점은 고급 상업시설로 인식돼 지역 이미지는 물론 시세를 끌어올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게 부동산업계의 분석이다.

○백화점 확정 뒤 계약 급증

9일 분양업계에 따르면 경기 화성 동탄1신도시 내 현대백화점의 ‘동탄 현대시티아울렛’ 입점이 확정되면서 신동탄 지역 내 미분양 소진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동탄신도시의 인프라를 공유할 수 있어 신동탄이라는 별칭이 붙은 화성시 일대는 다른 신도시에 비해 상대적으로 선호도가 낮아 미분양이 많았다. 올 상반기 공급된 ‘신동탄파크자이2차’ ‘신동탄 롯데캐슬’ 등이 대표적으로 미분양이 남아 있는 단지다.

그러나 최근 이들 단지의 계약률이 각각 70%와 90%까지 올라간 것으로 확인됐다. 동탄신도시 내 입점이 확정된 현대백화점 동탄점의 영향이 크다는 것이 분양업계의 얘기다. ‘신동탄파크자이2차’ 분양 관계자는 “40~50%대에 머물렀던 계약률이 백화점 입점 발표와 함께 최근 70%를 넘어섰다”며 “모델하우스 방문객도 늘어 요즘에는 주말이면 매일 100명 이상 다녀간다”고 말했다.

백화점 프리미엄을 직접적으로 누리는 동탄1신도시의 아파트 시세는 한 달 사이 10%가량 뛰었다. 3억8000만원 수준이었던 시범단지 아파트 전용 84㎡형의 매매가가 백화점 확정 발표 뒤 4억3000만원까지 올랐다는 게 현장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기존 아파트 시세에도 영향

현대백화점 입점이 확정된 서울 여의도동 일대도 아파트 상승폭이 가팔라졌다. 옛 파크원 부지에 신축되는 현대백화점은 영업면적만 8만9100㎡(2만7000평)에 달해 서울 시내 백화점 중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백화점 부지 바로 옆 여의도 공작아파트 전용 91㎡형은 지난 8월 9억1000만원 수준에 매매됐지만 한 달 새 시세가 9억5000만~10억원까지 올랐다.

현장 중개업소 관계자는 “재건축 추진 이슈에 백화점 입점 소식까지 들리면서 여의도 일대 매매가가 전체적으로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수원 광교신도시에는 2018년 갤러리아백화점이 문을 열 예정이다. 3만836㎡ 규모의 대지 위에 백화점, 호텔, 오피스텔, 아쿠아리움 등을 조성하는 수원컨벤션센터 부대 시설의 일환이다. 개발이 본격화되면서 광교신도시가 있는 수원 이의동의 아파트 시세도 1년 새 3.3㎡당 20만원가량 올랐다.

입점 확정 시점에 이어 백화점 개점 시점에 한 번 더 상승세를 탈 것으로 지역 부동산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준공 후 미분양 사태를 빚었던 청주 ‘신영지웰시티’는 2012년 9월 단지 바로 앞에 현대백화점 충정점이 문을 열자 보름 만에 52건의 계약이 성사되기도 했다. 같은 해 4월 분양된 인근 ‘두산위브지웰시티’도 같은 기간 305건이나 계약이 이뤄졌다. 걸어서 백화점을 이용할 수 있다는 편의성과 추후 아파트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 심리가 작용했다는 설명이다.

○신규 분양 앞두고 양해각서 체결

백화점은 전통적으로 동네 이미지를 고급화하고 일대 아파트 가격을 유지, 약진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현대백화점 압구정점, 무역센터점, 압구정동 갤러리아백화점 등이 서울 강남의 아파트 시세를 유지하는 데 한몫하고 있고, 고속터미널 인근 신세계 반포점, 부산 신세계 센텀시티점 등도 개점과 동시에 인근 아파트 가격을 끌어올렸다.

최근에는 공동주택 개발사업을 하면서 사업장 내 백화점을 입점시키는 사례도 적지 않다. GS건설을 주축으로 하는 경기 안산시 사동 프로젝트 개발사는 고잔신도시 마지막 부지(90블록)에 공급할 주거복합단지 ‘그랑시티자이’의 분양을 앞두고 AK플라자와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사업부지 내 약 7만5000㎡ 규모의 복합 라이프스타일센터를 조성한다는 내용이다.

경남 창원시 의창구 중동 옛 39사단 터에서 ‘창원 중동 유니시티’를 분양 중인 유니시티도 올 상반기 신세계그룹 계열사인 신세계프라퍼티와 계약을 맺고 상업용지 내 신세계복합쇼핑몰을 건립하기로 했다. 입주민들의 생활 편의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일대 주택시장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고잔신도시 개발을 담당하는 동훈AMC 관계자는 “AK플라자와의 양해각서를 체결해 7600가구 규모 복합도시의 큰 축이 세워졌다”며 “노후한 안산 구도심과 차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소은 한경닷컴 기자 luckyss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