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세 때 이민가 15년 해외생활
"군에서 살아갈 용기 얻은 게 수확"
이한결삼정솔탄복 공군 15특수임무비행단 병장(26·사진)은 자원입대라는 표현을 강조하지 말아 달라며 이같이 말했다. 병무청 주관으로 지난 4~7일 충남 공주 등 백제문화권에서 열린 ‘자원병역이행 모범병사 격려행사’에 참가한 이 병장은 연신 “군대 오기를 참 잘했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그의 이름은 부모가 출생신고 당시 한결·삼정·솔·탄복 등 4개의 이름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라는 취지에서 한꺼번에 등록하면서 길어졌다. 개인적으로는 ‘한결같다’는 의미에서 이한결로 불리기를 바란다.
이 병장은 9세 때 가족을 따라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이민 길에 올라 뉴질랜드 4년, 말레이시아 4년, 대만 5년 등 15년을 해외에서 보냈다. 고국에 대한 기억이 희미해질 법도 하지만 오히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마음 깊은 곳에서 애국심이 자라났다고 했다.
그가 대만 대학에서 생화학을 전공하고 입대를 결심한 2014년은 한국에서 ‘윤 일병 사건’으로 잘 알려진 군내 가혹행위로 전국이 떠들썩했다. 어머니는 “굳이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군에 갈 필요가 있느냐”고 극구 반대했지만 “남자라면 당연히 군에 가야 한다”는 아버지의 격려로 한국에 왔다.
어려운 점도 많았다. 입대 후 6주간의 공군 기본군사훈련을 마치고 자대 배치를 받기까지 팽팽한 긴장의 연속이었다. “한국어보다 영어가 익숙한 터라 기본적인 의사소통은 하더라도 높임말 쓰는 게 너무 어려웠다”는 이 병장은 “계급 문화에 적응하는 게 쉽지 않았고, 한 번도 경험한 적 없는 한국식 선후배 관계도 생소했다”고 털어놨다.
어려운 시기를 거쳐 차츰 군 생활에 적응하면서 만족감이 커져 갔다. 대학 전공과 관련된 화생방지원대에서 근무하면서 여러 차례 모범병사로 선정될 만큼 좋은 평가도 받았다. 동료들과의 관계도 좋아져 이젠 서로 흉금을 털어놓는 사이가 됐다. 한국 연예인이라고는 ‘보아’밖에 몰랐던 청년은 이제 걸 그룹 ‘여자친구’의 팬으로 멤버의 이름과 신상을 줄줄이 꿸 정도가 됐다.
제대를 한 달여 남겨 둔 ‘말년 병장’인 그는 전역 후 다시 대만으로 돌아가 대학원에 진학할 계획이다. 그는 “군 생활을 통해 인내와 끈기를 바탕으로 앞으로의 인생을 자신 있게 살아갈 용기를 얻은 것도 큰 수확”이라고 강조했다. 또래의 해외영주권자들에 대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선택은 자신의 몫이지만 대한민국 국군에 입대한 것을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입니다.”
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