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형펀드의 장기 수익률이 떨어지면서 투자자들의 재테크 패턴도 달라지고 있다. 상장지수펀드(ETF)를 활용해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처럼 글로벌 시장이 급락하는 시기에만 주식에 돈을 넣는 초단기 투자자들이 급증했다. 반면 적립식으로 매달 일정액씩 펀드를 사는 사례는 크게 줄었다. 주식 이외의 자산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하려는 움직임도 뚜렷하다.

(1) 악재 기다리며 단기 투자

지난 6일 현재 단기자금 보관소인 머니마켓펀드(MMF)에 모인 자금은 94조8030억원에 달한다. 올 들어서만 9조5176억원의 자금이 MMF로 새로 들어왔다. 개인 투자자들이 주로 활용하는 종합자산관리계좌(CMA)에 머물고 있는 유동자금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이 자금은 주로 ‘박스권 플레이’를 하는 데 사용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투자자들은 지수가 빠질 때는 지수와 정방향으로 움직이는 ETF를 사들인다. 지수가 상승률을 그대로 추종하는 KODEX200(시가총액 4조6000억원)이나, 지수 상승률의 두 배만큼 움직이는 KODEX 레버리지(시가총액 1조500억원)가 대표적인 상품이다. 지수가 올랐을 때의 움직임은 반대다. 이른바 ‘인버스’로 불리는 역방향 ETF들로 자금이 쏠린다. 일시적으로 비정상적인 가격이 형성됐을 때를 노리는 ‘지수 서퍼’들의 목표 수익률은 연 3~5% 수준이다.

이민홍 한국투자증권 상품투자부 차장은 “요즘 같은 대형주 장세 때는 시가총액 비중만큼 주식을 편입하는 ETF의 효용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2) 다양해지는 투자자산

전통적인 자본시장의 투자 조합은 주식과 채권이다. 전체 자산의 60~70%를 채권으로 채우고 나머지로 주식을 사면 연 4~5% 수준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었다는 게 과거 전문가들의 진단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이 같은 투자공식이 먹히지 않는다.

우선 장기 저성장으로 주식의 기대수익률이 크게 낮아졌다. 공모로 발행되는 국내 주식형펀드의 3년 수익률은 -0.82%에 불과하다. 채권의 시대도 저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요국 중앙은행이 공격적으로 기준금리를 내리면서 금리가 더 내려가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도 채권 수익률을 떨어뜨릴 수 있는 요인이다. 채권은 기준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 상품으로, 기준 금리가 내려가면 금리 하락폭만큼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주식과 채권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는 자산은 원자재와 부동산 등이다. 홍융기 KB자산운용 멀티솔루션본부장은 “주요 운용사들이 원자재와 부동산 등에 투자하는 상품을 늘리고 있는 것도 주식의 대안을 찾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설명했다.

(3) 사모펀드 부상

사모펀드는 한 번에 1억원 이상 투입해야 가입할 수 있는 ‘부자 전용 상품’이다. 하지만 올해 연말부터 사모펀드에 재간접으로 투자하는 공모펀드가 허용되는 만큼 사모펀드 쪽으로 대거 자금이 이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모펀드는 공모펀드와 달리 ‘10% 룰’과 같은 종목 편입 규제에서 자유롭다. 5~6가지 종목에 자산을 집중할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선 일시적으로 주식 투자를 중단하는 것도 가능하다.

펀드당 덩치가 1000억원 이하로 작기 때문에 금융시장의 분위기가 바뀔 때 전략을 빠르게 수정할 수 있다.

금융거래 비용에 대한 민감도는 더 커질 전망이다. 기대 수익률이 연 3~5%까지 내려온 만큼, 수수료 0.1~0.2%에도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절세상품에 대한 수요도 늘어날 것이란 분석이다. 개인투자자들이 활용할 수 있는 절세상품은 연금펀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비과세 해외주식투자전용펀드 등이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