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선거 판도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는 멕시코 페소화가 2차 TV토론을 전후로 요동쳤다.

페소화 가치는 TV토론 직전인 9일 밤 9시(현지시간) 달러당 18.9페소까지 오르면서 지난달 14일 이후 약 1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선 후보의 음담패설이 담긴 2005년 녹취파일이 공개되면서 이날 TV토론이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의 압승으로 끝날 것이라는 기대감에 페소화 가치가 1.6% 급등했다는 분석이 많았다.

막상 토론이 시작된 뒤 예상과 달리 트럼프의 선전이 이어지자 페소화는 곧바로 약세로 돌아섰다. 토론이 끝난 밤 11시에는 19.06페소까지 밀리며 2시간 동안 0.7% 급락했다. CNBC는 “트럼프가 공격적인 자세로 토론회에 나서면서 ‘득점’에 성공했다”며 “트럼프가 완전히 끝장날 것이라는 당초 예상을 깨고 상당히 선방했다”고 평가했다.

시장에서 페소화 가치는 트럼프 후보의 당선 확률과 반대로 움직이며 미 대선 결과를 예측하는 대표적 지표로 활용되고 있다. 트럼프 후보 당선 시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과 불법 이민자 단속 등으로 멕시코 경제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다우존스와 S&P500, 나스닥 등 뉴욕증시 3대 주가지수의 선물가격도 2차 TV토론을 앞두고 0.3% 안팎 상승세로 출발했으나 토론이 끝날 무렵 0.1%대로 상승폭이 크게 줄었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면 보호무역주의와 함께 반이민자 정책이 강화되면서 경제 전반의 불확실성을 키워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투자자들이 우려한다는 점에서다.

뉴욕=이심기 특파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