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과 일본 게이단렌 회장단의 어제 서울회의에 주목한다. 한·일의 재계 지도부는 “양국의 우호확대와 세계 경제발전에 함께 기여하자”는 공동성명도 냈다. 과거사 문제 등으로 다소 소원해졌던 한·일 관계를 감안할 때 양국 경제계의 회동은 시의적절했다. 미래를 향한 공동노력 다짐도 의미가 크다. 정계가 아니라 경제계가 팔을 걷어붙인 관계개선의 프로그램들이 하나씩 성과를 내길 기대한다.

테이블에 오른 세부 아젠다나 제안은 모두 도전해볼 만한 과제들이다. 제조업을 넘어 자원개발과 인프라건설까지 제3국으로 공동진출이 가능하도록 지원시스템을 구축하자는 것부터가 그렇다. 하나라도 성공사례가 나온다면 그 의미는 작지 않을 것이다. 4월 구마모토 지진과 지난달 경주 지진을 염두에 둔 방재 부문의 경험공유와 협력강화도 서로의 이익 증대로 이어질 수 있다. 당장은 한국이 좀 더 아쉬운 분야일지 모르겠지만, 양국 기업들이 동아시아의 제품 공급망 등 ‘밸류 체인’에 연결돼 있어 리스크관리 방안이 될 만하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과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의 상호 지원 역시 경제협력 차원 이상의 성과를 낼 것이다.

물론 한국에서 보면 협력과 관계개선에 일본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도 충분히 할 만하다. 세계 여느 시장과 달리 한국산 스마트폰과 자동차 등의 일본시장 진입이 제한적인 게 어떤 배경이나 문화에서 비롯된 현상인가 하는 의문도 그런 것이다. 국제 매물로 나왔던 샤프, 도시바 가전부문 등의 인수전에서 한국 기업은 배제됐던 게 일본 정부의 의지가 반영됐기 때문이라는 설도 파다했다. 일본 쪽에서 전향적으로 풀어야 할 부분이 더 많다는 얘기다.

어디서든 정치 배제가 기본 전제다. 정치적 포퓰리즘이 양국 간 경제협력과 미래지향에 최대 걸림돌인 것은 한국에서든 일본에서든 공통 사실이다. 경제협력 기반을 더욱 탄탄히 하면 정치적 협력도 뒤따르게 된다. 무역과 경제협력을 넓혀나가는 게 영구적인 국제평화의 길이라는 것은 200년 전 칸트 때부터 확인된 진리다. 한·일이 함께 나아가야 할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