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찾을 필요도 없다. 안전한 고수익 상품으로 주가연계증권(ELS)을 판매한 금융기관, 청담동 부자 사건은 우리 증권시장의 슬픈 자화상이다.
뻔한 속임수에 왜 넘어갈까. 불완전한 정보를 완전함으로 오해하기 때문이다. 현실은 교과서와 달리 더 복잡하고 예측 가능성도 낮다.
정보는 제한된 조건에서 상대적으로 잡음이 적은 정보를 찾아내는 것이 최선이다. 어떤 이가 확실함을 주장한다면, 역설적으로 그건 바른 정보가 아닌 루머 내지 틀린 정보일 확률이 높다.
하지만 속이려 작정한 이의 덫은 피해가기 어렵다.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정보를 얻으려는 자의 욕심이다. 신속한 정보는 거부할 수 없는 유혹이다. 투자의 세계에서 돈이 되는 정보는 극소수의 투자자만이 공유할 때 가능하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대다수의 투자자는 그러한 선택에 해당되지 않는다. 선택되었다고 착각할 뿐이다. 정보의 속도와 정확도는 반비례한다. 신속한 정보가 돈이 될지언정, 그 만큼 위험도 큰 것이다.
둘째, 정보를 주려는 자의 의도이다. 시장 경제의 힘은 정보에서 비롯된다. 계획경제에 비해 정보탐색 비용이 낮고 효율적이다. 그렇다고 해서 거래 상대방의 정보가 완전히 대칭적일 수는 없다. 정보는 일정 부분 숨겨질 수밖에 없고, 정보 수준이 낮은 측이 상반된 의도를 가진 상대방과 거래할 가능성이 높다. 중고차 매매, 보험 영업, 은행 대출 등 현실 세계에서 이러한 사례는 매우 빈번하다. 이를 경제학에서는 역선택이라 한다.
재닛 옐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남편, 애컬로프는 1970년 기념비적인 논문인 'The Market for Lemons'에서 정보의 비대칭성을 다루었다. 레몬은 상대적으로 가치가 낮은 상품의 상징이지만 대체제인 오렌지에 비해 시고 달지도 않다. 오렌지에 비해 상품가치가 떨어지는 레몬을 선택하는 시장실패를 다룬 것이다.
아쉽게도, 한국의 개인투자자들은 오렌지보다 레몬을 선호한다. 대선 관련주(株)가 그 좋은 사례이다. 레몬은 음식의 감초 역할을 하지 그 자체로 훌륭한 과일이 되거나 음식이 될 수 없다. 투자자들은 레몬의 속성을 오해했으면서도 신속하고 완전한 정보를 얻게 되었다는 헛된 믿음을 갖는다. 레몬을 먹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 레몬은 오렌지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사자'와 '팔자' 사이에 공유하기 어려운 정보의 영역이 존재한다. 정보가 없는 거래당사자에게 불리한 머니게임의 속성을 받아들여야 한다.
주가는 현재까지의 가치보다 불투명한 미래가치에 더 프리미엄을 부여하고, 불순한 의도를 가진 이는 미래가치를 미끼로 레몬을 오렌지라 호도한다. 나아가 어떤 이는 불확실한 미래를 확실한 천국으로 제시한다. 정보가 불완전한 사람이 사이비종교에 빠지는 것과 유사하다.
올바른 정보 선택의 방법은 간단하다. 증시에서는 대칭보다 비대칭 정보의 상황이 더 일반적임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물론 규제 당국은 정보의 숨겨진 특성(hidden characteristics)을 드러내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시스템으로도 모든 걸 드러내기는 힘들다. 인간이 그렇게 선하지는 않다.
정보를 취함에 있어서 속도보다는 정확도가 중요하고, 무엇보다 정보의 해석이 가장 중요하다. 증시에는 이미 여러 가지 판단 근거들이 존재한다. 일정하고 정기적인 자료와 데이터, 비정기적인 정보는 판단의 근거들이 된다. 예를 들어 어닝 시즌에서 정기적으로 이후 실적과 주주정책을 읽어낼 수 있으며, 비정기적인 기상 이변은 상품가격과 기업비용의 변화를 가늠케 해준다.
불충분하고, 속도가 더디더라도, 공개된 자료와 데이터에 근거해 투자해야 한다. 얻기 힘든 정보를 속삭이는 이는 경계해야 한다. 투자의 승패는 새로운 정보가 아닌 주의 깊은 관찰이다. 공개된 정보를 면밀히 검토함으로써, 숨겨진 정보를 추론해 내야 한다.
물론 간단한 작업은 아니다. 하지만 당신이 내부자가 아니라면, 답은 여기에 있다.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estrategy@ebestsec.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