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일째 점거농성' 이대 이어 서울대도 '시흥캠 반대' 학생 본관점거

두 달 넘게 본관 농성이 이어지는 이화여대에 이어 서울대도 학생들이 시흥캠퍼스 추진 계획에 반대하며 본관을 점거하는 등 대학가에 '농성 바람'이 분다.

11일 전문가들은 대학의 소통 부족이 이 같은 현상을 불러온 주원인이라고 분석하면서도 학생들 역시 대화보다는 섣부른 '실력 행사'로 주장을 관철하려는 경향을 보인다며 우려했다.

서울대 학생들은 전날 오후 10시 35분께 대학 본부 4층 점거에 돌입해 150여명이 밤샘 농성을 벌였다.

서울대 학생들의 본관 점거는 2011년 서울대 법인화를 반대하며 총장실과 행정관을 점거한 이후 5년만이다.

서울대 행정관은 8월부터 공사 중이라 대부분의 직원은 다른 곳에서 업무를 보고 있다.

본관 점거로 4층 일부 보직교수들만 이날 연구실로 출근하기로 했다.

학교 관계자는 "국정감사가 끝나고 나면 본격적으로 내부 논의를 거쳐 학생들과 대화하게 될 것 같다"며 "당장 어떤 방식으로 할지 아직 논의된 바는 없다"고 말했다.

대학 측이 중요한 프로젝트나 사업을 추진하면서 학생들과 충분히 소통하지 않은 것이 점거농성을 불러온 원인으로 지목된다.

김보미 총학생회장은 "그동안 총학생회에서 본부에 지속해서 시흥캠퍼스 관련 반대 의견을 보냈는데도 실시협약이 체결돼 학생들의 불만이 폭발한 것으로 보인다"며 "본부가 시흥캠퍼스 추진을 철회할 때까지 점거농성을 계속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대는 본관 점거농성 사태가 장기화 국면으로 들어선 지 오래다.

76일째 30∼40명의 학생이 본관에서 농성 중이다.

이대 학생들은 7월 28일 평생교육 단과대학인 미래라이프대학 설립 계획 철회를 요구하며 본관 점거농성에 들어갔다.

8월3일 최 총장이 계획 철회를 밝혔지만, 학생들은 총장 사퇴를 요구하며 농성을 지속하고 있다.

농성에 돌입하는 과정에서 본관에 있던 교수와 교직원을 학생들이 못 나가도록 막은 것으로 드러났고, 경찰은 이를 주도한 학생들을 감금 혐의로 수사 중이다.

역시 대학과 최경희 총장의 '불통'이 이번 사태의 발단을 제공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태 이후 처음 열린 이달 7일 학교법인 이사회에서 장명수 이사장은 "(사업을 승인하면서) 중요한 조건으로 당부했던 것은 학내 구성원의 의견수렴과정을 중시하라는 것이었다"면서 "교무위원들은 각자 자기가 속한 대학의 구성원들과 (사업) 내용을 공유하지 않았던 것이냐"며 최 총장을 질타했다.

한국외대 총학생회도 교비 횡령 혐의를 받는 박철 전 총장을 명예교수에 임명하겠다는 학교 측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기 위해 올해 8월 10일부터 8일간 총장실을 점거했다.

외대 측은 총장실 업무를 방해하고 교육부에 탄원서를 제출, 감사를 요청해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등의 이유로 총학 비대위 임원들에게 정학 5∼7주의 중징계를 내렸다.

학생들은 11일 기자회견을 열어 "청원권과 집회·결사의 자유는 헌법에도 명시돼 있고,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킨 것은 학생들이 아니라 박철 전 총장을 명예교수로 임용한 학교"라며 "학교는 잘못된 징계 결정을 철회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동국대 총학생회 역시 평생교육 단과대학 설립에 반대하는 동시에 교비로 개인 소송 비용을 댔다는 의혹을 받는 총장에 해명을 요구하며 본관 출입문을 폐쇄하고 농성을 벌인 바 있다.

전문가들은 우선 대학이 학생들을 중요한 사안을 결정하는 데 있어 '파트너'로 인식하지 않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중앙대 사회학과 이병훈 교수는 "이번에 문제가 된 대학 사업들은 기존 질서에 큰 변화를 주는 것들"이라면서 "경쟁력 논리 때문이라고 하더라도 구성원들에게 정당성을 이해시키고 공감대를 마련해야 하며, 그러지 못하면 집단행동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학생들 입장에서는 권익이 침해받는데 소통이 안 되니까 농성을 하는 것"이라면서 "대학 경영이 더 민주적으로, 대학생까지 포괄하는 의사결정을 통해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균관대 교육학과 배상훈 교수는 "고등교육이 보편화 단계에 들어서면 대학의 주인공이 교수에서 학생으로 바뀌는데 이를 대학 당국이 아직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배 교수는 "그러나 학생들의 의사 표현 방식이 '점거'여야 하느냐는 따져봐야 한다"면서 "서로 합의하고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규칙을 만들어 갈 필요가 있다.

학교와 학생 모두 더 성숙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ah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