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신탁회사, 고객 세금체납 떠안나
부동산 신탁회사들이 개발·관리 등을 위해 재산을 맡기는 위탁인의 세금 체납 책임을 대신 떠안게 됐다. 행정자치부가 체납된 재산세를 더 효율적으로 징수하는 방안으로 신탁 부동산의 형식적 소유자인 신탁사에 책임과 영업상 불이익을 물리는 지방세법 개정안을 추진해서다. 부동산을 맡긴 위탁인이 세금을 체납하면 신탁회사의 신용등급이 함께 떨어지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체납액이 크면 신탁사 대표의 인적사항도 일반에 공개된다.

11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1개 부동산 신탁사에 재산을 맡긴 위탁인들이 체납한 재산세는 8월 말 기준으로 870억8000만원이다. 체납 건수는 5만9153건에 달한다. 지금까지 정부는 신탁 부동산의 원주인이 재산세를 체납하면 부동산을 압류하고 신탁사가 부동산을 처분한 뒤 수익금을 돌려줄 때까지 기다렸다.

정부는 체납 재산세 징수 속도를 높이기 위해 지방세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개정안이 올 12월 국회를 통과하면 내년 1월1일부터 재산세 체납 부동산의 형식적 소유주인 신탁사의 정보가 신용정보기관을 통해 공개된다. 신용정보기관은 1000만원 이상 체납되면 체납자(상호와 대표자명) 명단을 공개한다. 체납 사실이 공개되면 신탁사의 신용등급이 떨어지고 금융비용은 증가하게 된다. 정부는 “체납된 재산세를 신탁회사에 부과할 테니 신탁사는 신탁 보수에 재산세를 추가하는 등의 방식을 강구하라”는 입장이다.

신탁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업무상 불이익이 적지 않다는 주장이다. 신탁업체 관계자는 “고객이 재산세를 체납했는데 신탁사의 상호와 대표자명을 공개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특히 새로운 수익이 창출되지 않는 담보신탁은 어쩔 수 없이 신탁사 신용으로 자금을 대출받아 세금을 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 신탁사 관계자는 “지금도 체납된 신탁 부동산은 현금 수익이 생기면 정부가 우선적으로 가산세를 포함한 세금을 징수하고 있다”며 “굳이 신탁사의 영업에 피해를 입히면서까지 세금을 미리 떼는 것은 조세편의주의로밖에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송형석/윤아영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