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7조8000억원의 3분기 영업이익을 잠정 발표했다. 갤럭시노트7 리콜 사태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실적이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의 지배구조 개편 제안 영향과 섞였지만 실적 발표 이후 삼성전자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러나 11일 결정된 갤노트7 단종 사태의 파장은 아직 미지수다.

대규모 적자를 밝힌 현대중공업 및 삼성중공업과는 달리 대우조선해양은 2014년 실적을 ‘순이익 720억원’으로 발표했다. 그러나 엉성한 분식회계는 얼마 못 가서 들통났고 ‘순손실 8302억원’으로 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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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회계부정에 의한 사기대출’로 몰아붙이지만 사기 피해자가 된 셈인 산업은행이 분식회계를 미리 알았던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삼성전자 이익정보에 대한 주식시장의 반응은 즉각적이다. 그러나 대우조선이 이익을 냈다는 발표에 대한 주식시장 반응은 별로였다. 이런 시장 반응의 차이를 회계학에서는 ‘이익정보의 질’ 관점에서 분석한다.

회계는 전문가의 합의에 의해 제정한 기준에 따라 측정한다. 회계기준 제정이나 실무운영에서 전문가의 주관적 판단이 존중되기 때문에 측정의 오류를 완전히 제거하기는 어렵다. 연말에 특정 거래를 앞당겨 실행하면 순이익을 증가시킬 수 있다. 외상매출로 이익 실현을 앞당기더라도 현금흐름에는 영향이 없다. 외상매출거래, 감가상각비 계상, 대손충당금 적립 등 순이익 변동을 유발하지만 현금흐름에는 영향이 없는 거래금액을 ‘발생액(accruals)’이라고 한다. 발생액이 많이 포함된 순이익 정보는 신뢰성이 낮아 주가 반응도 약하고 신용등급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고 있다.

수주산업에서 공사진행률에 따라 계상한 공사이익이 발생액 중에서 가장 취약하다. 공사진행률은 집행된 공사비를 예정공사비로 나눠 계산한다. 대우조선은 해양플랜트 공사의 예정공사비를 적게 계상해 진행률을 높이는 꼼수로 공사이익을 부풀렸다. 헤비 테일 방식에 따라 대금을 나중에 받을 경우 공사이익이 포함된 미수금을 자산으로 계상하더라도 현금수입은 없다. 순이익을 부당하게 계상하고 이를 기준으로 배당과 성과보상금을 지급한 대우조선의 2014년 분식결산으로 영업현금흐름 적자는 증폭됐고 부채도 대폭 늘었다.

해운업 특성상 꼼수회계 어려워

이익을 증가시킨 분식회계는 부채비율을 낮추는 허위공시로 연결된다. 부채비율은 부채총계를 자본총계로 나눠 계산한다. 분식회계로 이익을 늘리면 자본총계가 증가해 부채비율이 낮아진다. 지나친 차입경영을 외환위기 주범으로 진단한 김대중 정부는 부채비율 200%를 몰아붙였다. 높은 부채비율은 주식시장의 후진성에 기인한다. 가계저축이 주식투자보다 은행예금에 몰리면 은행은 확정금리 조건의 예금에 대한 위험관리 차원에서 확정금리 대출 중심으로 자금을 운용한다. 기업으로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자기자본보다는 차입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1997년 말 30대 그룹의 부채비율 평균은 518%였는데 이를 1999년까지 200% 미만으로 낮추라는 것이 정부의 압박이었다.

출자총액규제가 완화된 틈을 타 계열사 간의 순환출자로 부채비율을 낮추는 꼼수가 등장했다. 순환출자로 계열사 투자주식과 자본금을 동시에 증가시키면 부채를 자본으로 나눈 부채비율은 낮아지기 마련이다. 부채총액은 줄어들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부채비율만 낮아진 눈가림 구조조정이 완료됐다. 순환출자에 동원할 계열사가 없었던 한진해운은 보유선박을 처분해 부채비율을 낮추고 장기용선계약으로 대체했는데 고가 용선료가 화근이 됐다. 해운업 특성상 발생액을 통한 이익 부풀리기도 불가능해 부정적 재무비율이 그대로 노출됐다.

현금흐름표는 실제 현금수지에 따라 작성된다. 5개사의 ‘2015년 현금흐름 및 관련 회계정보’를 보면 삼성전자는 영업활동 현금유입 중 73%를 투자에 사용하고 나머지는 배당금과 자사주 취득을 통해 주주에게 환원했다. KT&G는 영업활동 현금유입 중 58%는 투자하고 42%는 주주에게 환원했다. 순손실을 계상한 두산건설과 한진해운은 이자발생부채가 큰 폭으로 감소한 반면 대우조선의 부채는 대폭 증가했다. 두산건설과 한진해운은 순손실 상황에서도 영업활동에서 현금이 유입됐고 자산처분금액을 보태 빚을 갚았다. 그러나 대우조선은 영업활동과 투자활동에서 현금유출이 발생했고 이를 추가 차입으로 보충했다.

자산 빼가기 주장도 허무맹랑

한진해운의 현금흐름표를 보면 채권단이 기업 존속보다는 채권 회수에 주력했음이 드러난다. 2013년부터 2016년 상반기까지 회사는 영업활동에서 현금을 벌어들였다. 투자주식과 유형·무형자산의 처분도 계속됐고 차입금은 계속 감소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경영권을 인수한 2014년에는 유상증자 4000억원과 신종자본증권 1945억원을 발행해 빚을 갚았다.

한진그룹이 알짜 자산을 빼냈다는 주장도 있다. 조 회장과 대한항공 부사장이 한진해운 이사로 재임한 상황에서 한진그룹에 자산을 매각할 경우 이사와의 거래에 해당된다. 조 회장과 대한항공 부사장은 의결권이 없고 의결정족수도 3분의 2 이상으로 가중돼 사외이사 전원이 찬성해야 통과된다. 지방국세청장 출신인 감사위원장과 채권은행 간부 출신 및 변호사가 사외이사로 재임 중인데 배임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면 그냥 통과시키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진 계열의 물류기업과 지리적으로 인접한 유형자산은 다른 원매자가 없었을 가능성이 높다.

기업회생절차 효율성 높여야

국제회계기준(IFRS)에서 이자지출액은 영업활동뿐만 아니라 다른 활동으로도 분류할 수 있다. 기업 간 비교 가능성 제고를 위해 이자지출을 재무활동에 포함시키는 것이 합리적일 수도 있다. 차입금 규모와 상관없이 영업활동 현금흐름을 비교할 수 있기 때문이다. IFRS 도입 후에도 대부분 기업에서 이자지출을 영업활동으로 분류한다. 한진해운은 이자지출을 재무활동으로 분류하고 있기 때문에 5개사 비교에서는 이자지출을 재무활동에서 제외시키고 영업활동에 포함되도록 재분류했다.

한진해운은 영업활동에서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를 정상적으로 지급했고 원금 상환도 계속했다. 대주주와 채권단이 감자와 다양한 신종자본증권 발행 및 채무재조정을 보다 일찍 단행해 소중한 영업망을 지켰어야 했다. 한진해운 실패는 채권단 운영과 기업회생절차의 효율성 제고가 시급한 과제임을 웅변하고 있다.

이만우 < 고려대 경영대 교수, 한국·미국 공인회계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