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여개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 가운데 지난 5년간(2012~2016년) 매년 시장 수익률(코스피지수 상승률)을 웃돈 펀드는 몇 개나 될까. 안타깝게도 단 한 개도 없다.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알파(초과수익)’ 수익을 이끌어내며 자금몰이를 주도한 간판급 펀드매니저 4명도 올해는 삼성전자 주도장에서 무릎을 꿇었다.
[주식투자 어찌하오리까] (2) '간판 매니저'도 못버티는 시장…유연한 대응·분산 투자가 해답
◆롤러코스터 타는 수익률

지난 5년간 박스권 장세에서 대형주와 중소형주, 가치주와 성장주 등이 번갈아 시장을 이끌면서 특정 성향(스타일)을 지닌 펀드들의 수익률은 상황에 따라 롤러코스터를 탔다. 한때 20~30% 수익을 낸 펀드도 2~3년 뒤에 마이너스로 돌아서는 경우가 허다했다.

2013년 7월 설정된 주식형펀드 ‘메리츠코리아’는 장기 성장성이 높은 중소형주를 담아 △2014년 14.84%(코스피 상승률 -4.76%) △2015년 19.94%(코스피 상승률 2.39%) 등의 괄목할 만한 수익률을 냈다. 하지만 중소형주가 고꾸라지고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형주들이 재부상하면서 올해 수익률(연초 이후 이달 10일까지)은 -16.67%로 곤두박질쳤다.

‘신영밸류고배당’ ‘KB밸류포커스’ ‘삼성중소형포커스’ 등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선전해 온 다른 간판급 펀드들도 차별화된 투자 원칙을 고수하면서 박스권 증시를 견뎌왔지만 올해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수익률이 마이너스 구간을 헤매는 와중에도 펀드매니저와 투자자 간 인식의 격차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주식형펀드 매니저들은 벤치마크인 코스피지수가 10% 빠졌을 때 자신의 펀드는 -3% 수익률을 기록한 것을 보고 자부심을 느낀다”며 “하지만 투자자에겐 원금을 까먹은 펀드에 지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펀드 투자자들도 매니저 한 사람, 특정 펀드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한 대형성장주 펀드매니저는 “한 가지 전략을 구사하는 펀드는 시장에 따라 1등이 되기도 하고 꼴찌도 될 수 있다”며 “투자자들이 성장주와 가치주, 대형주와 소형주 등으로 자산을 분산해 위험관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방망이 짧게 잡아라

시장(코스피) 대비 초과 수익을 추구하는 주식형펀드들의 ‘장기투자 불패 신화’가 깨지면서 투자자 이탈도 거세지고 있다. 펀드평가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0일까지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빠져나간 자금만 8조원이 넘는다.

투자자들이 액티브펀드에서 등을 돌리자 젊은 매니저들도 시황에 관계없이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면서 이른바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사모펀드) 시장으로 대거 이동 중이다. 절대수익형 상품은 주식시장 방향과 상관없이 수익이 나도록 설계된 펀드로, 헤지펀드는 하락장에서도 수익을 내는 쇼트(종목 및 지수선물 등 공매도)전략이나 이벤트드리븐 전략(공모주, 유상증자 등에 따른 주가 차익을 거두는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는 “시장 호흡이 갈수록 빨라지다 보니 특정 스타일로는 오랜 기간 수익률을 유지하기 힘들다”며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국내 증시에서는 시장 상황에 따라 다양한 전략을 발 빠르게 구사하는 헤지펀드에 관심을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운용사들도 전략을 수정하기 시작했다.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면 과감하게 차익실현에 나서는 상품을 내놓고 있다. 개인이든, 기관이든 오랫동안 들고 있다가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서면 ‘본전 생각’에 쉽사리 손절매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KB자산운용이 지난달 말 선보인 ‘KB가치의힘목표전환펀드’가 대표적 사례다. 만기 3년짜리 펀드지만 목표 수익률 7%에 도달하는 순간 채권형펀드로 전환하도록 설계됐다. 이 상품에는 판매 사흘 동안 200억여원이 몰렸다.

안상미/김우섭 기자 sara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