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핀란드 지휘자 한누 린투가 지휘하는 시벨리우스 교향곡을 영상으로 자주 보곤 한다. 린투는 올해 49세의 중견이지만 2013년 핀란드 라디오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맡기 이전까지 세계적으로 유명한 지휘자가 아니었다. 하지만 모국의 음악적 영웅인 장 시벨리우스 탄생 150주년을 기념해 진행한 일련의 연주는 핀란드의 자연을 눈앞에 펼쳐놓은 듯 곧게 솟은 침엽수와 맑은 호수, 칼레발라 신화처럼 서늘하고 간결한 미학을 펼쳐 보인다.

시벨리우스 교향곡 전집이 영상으로 발매된 것은 사이먼 래틀의 베를린 필 연주 이후 린투가 처음이다. 풍성한 음향과 리드미컬한 움직임을 강조한 래틀이 기능적으론 낫지만, 시벨리우스의 참모습은 린투가 선연하게 그려낸다. 왜 음악에서도 내셔널리티가 그토록 중요한지 새삼 절감하게 된다.

유형종 < 음악·무용칼럼니스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