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기조 속에 역마진이 계속되고 있는 국내 생명보험사의 경영위험 평가등급이 내년 줄줄이 내려갈 것으로 전망된다. 금리 리스크가 새로운 평가 항목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내년에 생보사들이 약 80억원의 예금보험료를 더 내야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예금보험공사는 금융회사가 파산할 경우 예금자를 보호하기 위해 매년 금융사로부터 예금의 일정 비율을 보험료로 거둬들이고 있다.
저금리 저주…생보사 경영등급 줄강등 예고
예보는 지난 11일 금융사별 경영위험에 따라 예금보험료율을 달리 매기는 ‘차등보험료율제 평가모형’ 개선안을 확정했다. 예보 관계자는 “2014년부터 시행한 차등보험료율제에 금융시장 환경 변화를 반영할 수 있도록 모형을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개선안은 내년 평가 때부터 적용한다.

이번 개선안의 가장 큰 특징은 생보사 평가지표에 ‘금리 리스크’를 새로 반영한 것이다. 저금리가 이어지면서 금리 역마진 위험이 큰 생보업계의 부실 위험을 제대로 평가하기 위해서다.

생보업계는 과거 고금리 확정형 상품을 많이 팔아 저금리에 따른 역마진 위험에 노출돼 있다. 생보사의 자산운용이익률이 보험가입자에게 지급해야 할 보험료적립금 평균이율보다 낮은 상황이다. 생보업계의 금리 확정형 상품과 연 5% 이상 고금리 상품 비중은 전체의 각각 43%와 31%에 달한다.

예보가 작년 말 실적을 기준으로 생보업계 경영위험을 재평가한 결과 1등급(우수) 생보사는 전체의 71%에서 33%로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2등급(보통)은 25%에서 46%로, 3등급(미흡)은 4%에서 21%로 늘었다. 1등급 생보사가 2등급 생보사로, 2등급은 3등급으로 강등된 것이다.

예보는 또 1등급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해 1등급과 3등급의 상한 비율을 각각 40%로 설정했다. 각 금융업권에서 1등급을 차지한 금융사 비중이 전체의 40%를 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예보의 시뮬레이션 결과가 내년 평가 때 그대로 나타날 경우 생보업권 전체적으로 80억원 상당의 예금보험료를 추가 부담해야 한다. 예보는 2017년 기준 2등급 금융사에 업권별 표준보험료율을 적용하고, 1등급에는 표준에서 5% 할인한 금액을 물린다. 3등급은 표준보다 5% 할증된 금액을 내야 한다. 1등급이 2등급으로 떨어지면 할인 효과가 사라지고, 2등급이 3등급으로 강등되면 할증 효과가 더해져 전체 예금보험료는 늘어난다.

생보업권이 지난해 3687억원을 예금보험료로 낸 점을 감안하면 추가분 80억원은 큰 부담이 아니라고 예보 측은 설명했다. 예보 관계자는 “추가 부담액은 생보업계의 지난해 순이익 3조6000억원 대비 0.22%에 불과하다”며 “3등급으로 떨어지는 경우에도 한 회사의 예금보험료 증가액은 2억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생보업계는 반발하는 분위기다. 생보사 관계자는 “급격한 제도 변경인 점을 감안해 적응을 위해 시행 시기를 2018년 이후로 연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예보 관계자는 “8월부터 업권별 설명회와 간담회를 열어 지속적으로 의견을 수렴했다”며 “생보사들은 수익성을 높일 방안을 찾고 재무건전성 악화에 대비해 자본을 확충하는 노력부터 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