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훙하이 '깊어지는 밀월'
SK그룹과 대만 훙하이그룹의 밀월이 깊어지고 있다. 2년 전 훙하이의 SK 지분 인수로 시작된 두 그룹의 연대가 스마트 공장 구축, 스마트폰 위탁생산에 이어 물류사업으로까지 확대됐다. 중국 시장에 공을 들이는 SK와 미국 애플 의존도를 낮추려는 훙하이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훙하이는 중국 폭스콘을 통해 세계에서 애플 아이폰을 가장 많이 생산하는 기업이다. 지난 8월 104년 역사의 일본 샤프를 인수하며 공격적인 확장 전략을 펴고 있다.

SK(주) C&C 부문과 훙하이 계열 저스다는 지난 11일 물류 합작사 설립 계약을 맺었다. 합작사의 핵심 사업으로 물류 아웃소싱을 제시했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국과 상하이, 한국과 홍콩 간 수출입 화물의 국내 운송, 세관의 수출입 수속, 창고 보관 업무 대행 등을 추진한다. 빅데이터를 통해 물류 수요를 예측하거나 관리하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지난해 9월에는 SK텔레콤이 훙하이에 위탁생산한 중저가 스마트폰 ‘루나’가 출시돼 관심을 끌었다. 후속작인 루나S도 조만간 선보인다. 올 1월에는 훙하이 충칭 폭스콘 공장의 프린터 생산라인을 스마트공장으로 전환하는 사업을 SK가 맡았다.

SK와 훙하이의 인연은 2014년 6월 수면 위로 떠올랐다. SK가 당시 SK C&C 지분 4.9%를 훙하이에 매각하면서다. 이후 SK C&C가 SK(주)와 합병하면서 훙하이는 SK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SK(주)의 4대주주(3.48%)로 부상했다.

최태원 회장과 궈타이밍 훙하이 회장의 특별한 관계는 2012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삼보컴퓨터 창업주 이용태 회장의 아들 이홍선 TG앤컴퍼니 회장이 최 회장에게 궈 회장을 소개하면서다. 궈 회장은 삼성과 한국을 싫어하는 반한(反韓)파로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삼성 반도체를 대체할 공급사를 찾으면서 최 회장과 가까워졌다. 최 회장이 하이닉스를 인수(2011년 11월 )한 직후였다.

최 회장은 이후 수차례 궈 회장을 만났다. 경영 복귀 직후인 지난해 9월 첫 해외 출장에서 궈 회장을 찾아가기도 했다. 평소 “중국 시장에서 훙하이와 파트너십을 활용한 사업 기회를 찾으라”고 주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