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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뉴스에 층간소음 문제가 자주 등장하고 이웃 간 갈등을 넘어 살인까지 일어난다고 한다. 이런 심각한 문제가 아니더라도 정원을 가꿀 수 없고, 애완동물도 키우기 어려운 아파트 생활은 미국이나 일본인의 관점에서 결코 행복해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그래도 한국인이 아파트를 선호하는 것은 편리함 때문일 것이다. 이 편리함은 경제학적으로도 의미를 지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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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아파트는 한 동에 80가구가 산다. 동네 어귀라고 할 수 있는 아파트 현관까지 전화선을 끌어오면 순식간에 80가구에 전화벨이 울린다. 인터넷이나 전기 배선도 마찬가지다.
대한민국이 인터넷 강국이 된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경제학적 관점에서 보면 초고속 인터넷망을 설치할 때 마지막 마일에서 비용이 거의 들지 않기 때문이었다. 미국 텍사스에 드문드문 있는 80가구에 인터넷망을 설치하는 상황과 비교해 보면 쉽게 이해가 갈 것이다.
한국인은 인터넷 이용뿐 아니라 뭐든지 배달해서 사용하는 ‘배달의 민족’으로도 유명한데 이 또한 아파트로 인해 가능해졌다. 텍사스의 치킨 집에서 새벽 2시에 열 곳에 치킨을 배달하려면 수십~수백마일을 달려야 하지만 한국은 바로 앞 아파트에 배달하면 되기 때문이다.
편리함 때문에 거주하게 된 한국의 아파트는 인터넷과 배달 발달 등을 통해 우리 생활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한순구 <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