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를 보며 떠오른 일본 대지진 현장
이젠 ‘속도’ 만큼 ‘완벽’도 중시해야 … 일본식 '안정 문화' 참고될 듯


자책할 필요는 없다. 글로벌 시장에서 1위를 하는 게 어디 쉬운 일일까. 그래도 조금은 아쉬움이 남는다. 갤럭시노트7까지 완벽하게 성공했다면, 애플을 제치고 명실상부한 스마트폰업계 1위로 올라섰을 것이다. 한국 대표 기업 ‘삼성전자’ 얘기다.

미리 밝히지만 기자는 스마트폰 ‘갤럭시’의 팬이다. 컴퓨터나 IT(정보통신) 관련 기기 사용에 둔한 편이지만, 스마트폰은 신제품을 좋아한다. 올 7월 집 근처 대학로의 삼성플라자 매장에서 갤럭시S7으로 스마트폰을 바꿨다. 갤럭시 브랜드만 1,3,5에 이어 네 번째 모델을 샀다. 약정기간이 끝나는 2년마다 최신 모델로 구입하고 있다.

갤럭시S7은 매우 훌륭한 스마트폰이다. 2개월 직접 써본 결과다. 복잡한 기능을 다 잊고 카메라만 활용해도 만족감이 높다. 선명한 색상과 구도 등으로 카메라 성능이 훨씬 좋아졌다. 매주 등산을 가는 기자가 꽃, 나무, 풍경 등을 담아서 카톡에 올려 친구들과 공유를 즐기게 된 것도 갤럭시S7 덕분이다.

그런데 일이 터졌다. 갤럭시S7보다 홍채인식, 방수 등 기능에서 월등하다고 자랑했던 갤럭시노트7이 시판 2개월 만에 단종 처분을 받았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이 제품 결함으로 시장에서 철수한 것은 갤럭시노트7이 처음이다. 매출 손실과 함께 글로벌 초우량 브랜드 ‘삼성’의 신뢰도에 큰 타격을 주게 됐다.

최첨단 기능에다 디자인까지 우수해 최고의 스마트폰으로 자찬했던 삼성전자의 최신 스마트폰에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을까. 삼성전자는 현재 배터리 결함 등 발화 원인을 찾고 있다.

사업에 책임을 지고 있는 고동진 무선사업부장은 11일 노트7 단종 발표 직후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모든 고객이 삼성 제품을 다시 신뢰할 수 있도록 반드시 근본 원인을 철저히 규명할 것” 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끝까지 밝혀내 품질에 대한 자존심과 신뢰를 되찾을 것”이라고 밝혔다.

매우 올바른 대응책이다. 갤럭시노트7의 단종으로 사태를 종결해선 안 될 것이다. 소비자 이미지가 나빠진 갤럭시노트7을 단종하고, 차기 모델을 빨리 만들어 시장에 낼 생각은 접어야 한다. 이번 사태의 원인 파악과 안전 대책 마련이 먼저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번 기회에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삼성전자의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를 보며 올해 두 차례 취재했던 일본의 대지진 현장을 떠올렸다. 일본 정부 초청으로 올 두 차례 동일본대지진과 구마모토 강진 현장을 취재할 기회가 있었다.

2011년 3월11일 동북지역에서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은 진도 9가 넘는 강진과 최고 20m 이상의 쓰나미로 2만여 명의 사망, 실종자를 낸 대참사였다. 기자가 찾은 미나미산리쿠 초(읍)의 경우 주민 1만5000여명 중 832명이 목숨을 잃거나 실종됐다. 중심부 건물의 80%, 전체의 62%가 유실됐다.

7월 초 찾은 미나미산리쿠초의 해안은 물론 내륙 곳곳에서 산을 깎아 지반을 높이는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다카하시 가즈키요 미나미산리쿠초 산업진흥과장은 “2011년 수준의 대지진과 쓰나미가 다시 와도 안전한 삶의 터전을 마련하기 위해 마을 지반을 20m 높이고 있다” 며 “앞으로도 공사 기간이 10년 이상 더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주민들의 안전과 생명이 최우선이라는 설명이 인상적이었다.

9월 방문한 구마모토지진 현장도 상황이 비슷했다. 올 4월 진도7 이상의 강진이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으나 피해지역은 당시 상태대로 였다. 지진 피해 현장에서 “정부는 뭘 하고 있는 거지. 주민들은 불만이 없나”라는 의문이 들었다.

4월14일과 16일 두 차례에 걸쳐 진도7 수준의 강진이 일어났던 마시키마치의 경우 읍내 1만177채 가옥 중 97%가 피해를 입었다. 일본 3대 성으로 꼽히는 구마모토성도 무너진 채로 복구작업을 시작도 하지 않은 상태였다.

구마모토성 조사연구센터의 쓰루시마 토시히코 문화재보호주간은 “올 연말까지 피해 상황 조사를 마치고, 내년부터 20년간을 목표로 복구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문가의 설명을 듣고 난 뒤 역사 유적 복구에 20년 이상을 장기 계획하고, 투자하는 일본인들의 ‘치밀성’과 ‘철저함’이 무섭게 느껴졌다.

삼성전자는 한국인의 강점인 ‘스피드’와 ‘도전’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전자업체인 소니, 마쓰시타 등을 차례로 꺾었다. 글로벌 IT, 전자업계에서 놀라운 성과를 올렸다. 이젠 글로벌 최고 기업의 자리에 올라서 참고할 기업들도 별로 없다. 갤럭시노트7 단종 사태의 대응책도 스스로 찾아야 하는 상황이다.

이젠 ‘스피드(속도)’ 만큼이나 ‘완벽’ ‘안전’을 중시해 할 때인 것 같다. 다소 느리고 시간이 걸려도 매사 ‘안정’을 중시하는 일본인들의 ‘철저함’ ‘완벽성’의 철학을 다소 참고해도 좋을 듯하다.
[최인한의 일본 바로 보기] 갤럭시노트7 사태를 보며 일본 대지진 현장이 떠오른 까닭…
최인한 한경닷컴 뉴스국장 겸 일본경제연구소장 janus@ha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