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의 향기] 열심히 일하는 것처럼 잘 쉬는 게 중요하다
1782년, 모차르트는 당시 대중으로부터 인지도를 얻게 되는 작품 ‘후궁으로부터의 도주’를 발표했다. 이 작품은 비엔나의 황제 요제프 2세가 모차르트에게 독일말로 된 오페라를 의뢰하면서 작곡이 성사됐다.

당시 26세였던 모차르트는 정말 자신의 역량을 쏟아부어 멋진 오페라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것도 이탈리아어가 아니라 자신의 모국어로! 여느 음악가라도 그랬겠지만 모차르트는 최선을 다해 작품을 완성했고 왕에게 작품을 들려주었다. 요제프 2세가 작품을 듣고서 이렇게 말했다. “음표가 너무 많은 것 같군!”

요제프 황제에게 젊은 모차르트의 새로운 작품은 뭔가 복잡하고 쉴 새가 없게 들렸나 보다. 다행히(?) 이 작품은 성공적으로 끝이 났고 후대에도 모차르트 작품으로 상연되고 있지만 아무래도 “음표가 너무 많은 것 같군!”의 반응이 흥미롭다.

중국 대연회식(중국요리)의 절정을 보여주는 만한전석(滿漢全席)이란 것이 있다. 이것은 하루 두 번 사흘간 약 100가지 이상의 중국요리가 나오는 것을 말하는데, 언뜻 들어도 진귀한 중국요리가 100가지 넘게 제공되는 식탁은 어마어마하기만 하다. 값지고 귀한 음식들이긴 하나 과연 100가지 요리가 눈앞에 펼쳐진다면 눈은 황홀하겠지만 나의 위장은 즐거울 수 있을까. 이것들을 다 먹기 위한 스트레스가 올라 치면 소화제와 충분한 휴식시간을 가지고도 모자를 수 있겠다. 100가지 요리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먹어야 한다는 중압감 때문에.

인간은 연속된 자극을 이해하기에 한계를 가진다. 아름다운 음악이든, 진귀한 음식이든 이것들을 즐기고 누리는 것은 분명 행복한 일이지만, 이것들을 계속해서 쉬지 않고 듣고 먹어야 한다면 역부족일 것이다. 종교인의 진리 말씀이나 교수님의 천금 같은 강의도 서너 시간 쉬지 않고 계속된다면 이해보다는 눈꺼풀이 앞설 수 있다.

이런 자극들을 이해하고 즐기려면 반드시 알맞은 쉼이 선행돼야 한다. 가수가 노래를 부를 때도 악보에 있는 음표들을 정확히 소리 내고 표현하려고 노력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좋은 가수는 그 음표의 표현을 위하는 것만큼이나 그 전에 숨을 쉼에 정성을 다한다. 소리가 나지 않는 시간에 최선을 다하는 것, 즉 쉬는 시간에 최선을 다할 때 들리는 결과도 좋은 것이다.

요제프 황제의 귀에는 모차르트의 새로운 작품이 쉴 새 없이 들렸을 수 있지만 모차르트가 “제 음표는 모두 필요로 쓰인 것”이라고 말하는 뒤에는 그의 음악 안에 충분한 쉼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잔칫집이나 뷔페 식당으로 배불리 먹으러 가기 전에 쫄쫄 굶은 경험들이 있지 아니한가. 자극을 이해하기 위한 본능적인 쉼의 준비였을 것이다.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열심히 일하는 것처럼 잘 쉬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영화 ‘웰컴 투 동막골’에서 기억에 남는 대사가 있다. 전시에 있던 군인들이 산골 마을에 들어와 평화로운 마을 사람들의 정경을 보고 어째 이 마을 사람들은 이리 평화롭고 행복하게 잘사냐고 묻는다. 이에 마을 이장님이 답한다. “뭘 좀 먹여야지….”

문득 즐거운 점심 식사를 마치셨을 즈음, 푸른 가을 하늘을 올려다보고 큰 숨을 쉬며 잘 쉬었다고 생각해 보는 여유를 가져보면 좋겠다.

이경재 < 오페라 연출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