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리포트] 밀린 월급 440만원 동전으로 던진 사장
“뭡니까 이게, 사장님 나빠요.”

외국인 근로자를 소재로 한 개그 코너가 2004년 큰 인기를 끌면서 한때 유행한 말이다. 외국인 근로자를 차별하는 한국인을 풍자해 큰 공감을 얻었다. 10여년이 지났지만 외국인 근로자들을 향한 폭언과 폭행, 임금체불, 성범죄 등 ‘갑질’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광주지방경찰청 외사계는 캄보디아에서 온 20대 여종업원을 성추행한 혐의로 지난달 A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A씨는 자신의 식물원에 고용돼 일하던 캄보디아 여성을 네 차례 성추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체불 임금을 동전 2만2800여개로 받은 외국인 근로자도 있었다. 경남 창녕의 건축업자 B씨는 최근 우즈베키스탄에서 온 외국인 근로자 4명에게 밀린 급여 440만원을 동전으로 줬다. B씨는 이를 위해 약 세 시간 동안 은행 지점 6곳에서 동전을 바꾼 뒤 이를 컨테이너 사무실 바닥에 쏟았다. 이른바 ‘동전 갑질’이다.

일면식도 없는 외국인 근로자를 마구 때린 일도 있었다. 양주경찰서는 지난 7월 미얀마인 노동자를 때린 혐의로 50대 C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C씨는 등산 뒤 술을 마시고 지하철로 귀가하던 중 이 미얀마인이 반말해 폭력을 행사했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C씨가 폭력을 가한 장면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와 누리꾼들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서도 외국인 근로자들의 열악한 상황이 여실히 드러난다. 인권위가 지난달 공개한 ‘건설업 외국인 근로자의 인권 상황 실태 조사’에 따르면, 외국인 근로자의 62.7%가 직장 내 조롱이나 욕설을 경험했다. 또 21.4%는 ‘폭행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 39.2%가 임금체불 경험이 있다고 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