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출신 소설가 응구기 와 티옹오, 돈의 신 경배하는 서구문명에 '일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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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 위의 악마' 출간
체제 비판하다 투옥돼 화장지에 몰래 쓴 작품
"민중이 각성해 공동체적 삶의 방식 복원해야"
체제 비판하다 투옥돼 화장지에 몰래 쓴 작품
"민중이 각성해 공동체적 삶의 방식 복원해야"
![《십자가 위의 악마》를 쓴 케냐 출신 소설가 응구기 와 티옹오. 창비 제공](https://img.hankyung.com/photo/201610/AA.12678866.1.jpg)
![케냐 출신 소설가 응구기 와 티옹오, 돈의 신 경배하는 서구문명에 '일침'](https://img.hankyung.com/photo/201610/AA.12678859.1.jpg)
응구기는 현대 아프리카 문학을 대표하며 탈식민주의 문학을 주도해온 작가로 이름이 높다. 1938년 영국 식민지배 하의 케냐에서 태어나 1964년 이후 장편소설 《울지 마, 아이야》 《샛강》 《한톨의 밀알》 등을 발표하며 세계적인 작가로 떠올랐다. 교도소에서 풀려난 뒤 미국으로 망명해 캘리포니아대에서 비교문학을 가르치고 있다.
《십자가 위의 악마》는 영국의 식민지배에서 독립한 직후의 케냐가 배경이다. 한 여성이 겪는 고초를 통해 지배층의 물욕을 비판한 작품이다.
주인공 자신타 와링가는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떠나 수도 나이로비에 온다. 직장을 구하지만 상사의 유혹을 거절하다가 이틀 만에 쫓겨난다. 애인은 그를 힐난하며 떠나고 집세를 올려주지 못해 집에서도 쫓겨난다. 절망에 빠져 자살하려는 찰나, 누군가가 그의 목숨을 구한다. 와랑가는 구해준 사람에게 고해하듯 자신의 곤경에 대해 털어놓는다. 그 사람은 ‘현대판 도둑질과 강도질 경연 대회’라는 기이한 모임의 초대장 하나를 건네고 사라진다.
응구기는 이 작품을 통해 교묘해진 방식으로 여전히 개발도상국을 착취하는 선진국의 민낯을 보여준다. 거기에 기생해 자국 민중을 착취하는 개도국 지배층도 추악하게 묘사한다. 경연 대회는 선진국과 개도국 지배층이 민중을 수탈하면서 아무 죄책감도 못 느끼는 장면을 보여준다.
응구기는 1982년 처음 출간된 이 작품에 대해 “김지하 시인의 《오적》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작품을 통해 궁극적으로는 “민중이 각성하고 이들에 맞서 싸우며 공동체적 삶의 가치와 방식을 복원해야 한다”는 주장을 편다. 응구기는 최근 한국 토지문화재단이 주는 국제문학상인 박경리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돼 오는 19일 방한한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