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장이 들려주는 책 이야기] 예쁘지 않은 구석이 없는 너, '딸바보'가 돼도 나는 좋아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아이로 태어나 누군가의 엄마로, 아버지로 살아간다. 이 책은 동화이자 누군가의 이야기이다. 동시에 나와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아이가 배 속에 있을 무렵에는 ‘딸을 낳으면 비행기 탄다는데 좋겠다’는 주변의 이야기에 기뻐한다. 낳고 나선 웃는 얼굴도 예쁘다는 사람들의 말에 뿌듯해한다. 아무것도 못하고 그저 누워 있기만 하는 조그마한 아가일 뿐인데 존재 자체만으로도 행복을 알게 한다. 조금 더 자라니 머리 방울을 묶어주고, 예쁜 옷도 입혀줄 수 있어 꾸며주는 맛이 쏠쏠하다. 이게 바로 사람들이 말하는 딸 키우는 재미인가보다.

[도서관장이 들려주는 책 이야기] 예쁘지 않은 구석이 없는 너, '딸바보'가 돼도 나는 좋아
엄마가 없는 동안 동생을 살뜰히 돌봐주고, 고사리손으로 집안일을 도우려 하고, 애교는 또 얼마나 많은지…. 마음 씀씀이며 행동 하나하나 예쁘지 않은 구석이 없다. 제법 자라서 어머니 등도 꼼꼼히 밀어줄 줄 알고, 부모를 위할 줄도 알게 됐을 때면 ‘이제 우리 딸이 다 자랐네’라는 생각이 든다. 시원섭섭하다는 말이 이런 것일까.

사춘기가 되면서 혼자 있고 싶어 하고, 크고 작은 일로 엄마랑 투닥거리기도 한다. 그러다가도 팩을 함께하며 화해하고. 그렇게 딸은 한 발 한 발 앞으로 걸어 나가 어엿한 사회인으로 성장한다. 그럼에도 아직도 걱정되고 불안한 마음이 드는 건 왜일까. 그리곤 결혼할 남자를 데려와서 “시집가면 엄마한테 더 잘할게” 하고는 세상에서 가장 예쁜 신부가 돼 새 가정을 꾸린다. 그때 딸은 알게 된다. 이제 어머니가 모든 꿈을 다 이뤘다고. 그리고 딸을 낳으면 얼마나 좋은지 말씀해 주실 거라고.

화자가 어머니에서 딸로 바뀌면서 책의 주인공처럼 예쁨 받고 사랑 받을 딸이 곧 태어날 것임을, 이 사랑스러운 이야기가 결코 끝나지 않을 것임을 알 수 있게 된다.

아이의 성장과정을 따라가며 어머니가 느끼는 것들과 생각들을 말해 주며 페이지마다 반복해서 “딸은 좋다, 딸은 좋다”고 말해주는 이 책을 읽다보면 나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어머니가 나를 가졌을 때도 그랬을까. 나도 어머니에게 이런 딸이었을까. 피는 물보다 진하다는 말처럼 부모와 자식 간에만 느낄 수 있는 마음이 있다. 그리고 부모님이 겪었을 시간들을 이해함으로써 이 책의 감동은 더 진하게 다가온다. 감동만큼 애틋함과 고마움, 미안함이 마음을 한가득 채운다.

아이를 무릎에 앉혀 놓고 이 책을 읽어주노라면 분명 세 번의 눈물을 삼키게 될 것이다. 나의 출생을 기다리며 기뻐했을 부모님의 모습이 생각나서 한 번, 지금 내 무릎에 앉아 있는 아이가 주고 있는 사소한 기쁨에 대해 다시 한 번, 훗날 이 아이가 커서 나와 같이 무릎에 아이를 앉히고 책을 읽어주고 있을 것을 생각하면 그 대견함에 울컥 또 한 번 눈물이 차오를 것이다.

내 서랍장 깊숙한 곳 어딘가에 박혀 있을 앨범 속 사진 같은 삽화로 구성된 스무 장 남짓 되는 짧은 이야기를 통해 삶의 감동을, 내 주변에 있는 부모님과 자녀들에 대한 애틋함을 느껴볼 수 있기를 바란다. (채인선 지음, 김은정 그림, 한울림어린이, 30쪽, 1만원)

김숙경 < 서울 은평구립증산정보도서관 관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