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14일 한진해운 영업권 매각 공고
법원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중인 한진해운의 우량 자산을 떼어내 서둘러 매각에 나선 까닭은 물류대란 여파로 기업 가치가 급속히 떨어지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진해운의 핵심 경쟁력은 화주 정보와 물류운송 시스템, 영업 노하우 등이다. 대부분 매각 가치를 산출하기 어려운 무형 자산이다. 보통 조사위원의 실사 결과를 토대로 회생기업 매각을 추진해온 법원이 기존 관행을 버리고 실사 결과가 나오기도 전에 매각을 허용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번 매각 성패에 따라 한진해운의 운명이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조사위원인 삼일회계법인은 이번 영업권 매각 성공과 실패 등 시나리오에 따라 계속기업가치와 청산가치를 다르게 산출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다음달 5일 조사위원으로부터 한진해운 청산가치와 회생가치에 대해 중간 보고를 받고, 25일 최종 보고를 받을 예정이다.

한진해운 영업권 매물이 갑자기 시장에 나왔지만 매각에 성공할지는 미지수다. 한진해운은 최근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사인 덴마크 머스크를 비롯해 스위스 MSC, 독일 하파그로이드 등 세계적인 업체와 접촉해 인수 의사를 타진했다. 하지만 아직 긍정적인 반응을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합병(M&A)업계 관계자는 “해외 선사들 대부분이 상장사여서 내부 이사회를 거쳐 인수를 추진해야 하는데, 3주일 정도의 매각 절차는 의사결정을 내리기에 너무 촉박한 시간”이라고 말했다. 통상 법정관리 기업의 M&A는 두세 달가량의 시간이 필요하다.

가장 강력한 인수 후보로 꼽히는 현대상선을 비롯해 중견선사들의 반응도 아직 뜨겁지 않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인수 후보가 원하는 노선만 살 수 있게 하지 않고 미주와 아시아 노선을 묶어서 통째로 판다는 점에서 인수하는 데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현대상선은 정부 압박으로 입찰에 참여는 하지만 실제 높은 가격을 써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투자은행(IB)업계의 전망이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1일 현대상선 및 산업은행 관계자를 부른 자리에서 한진해운의 인력, 선박 등 우량 자산 인수 등을 추진해줄 것을 당부했다. 현대상선은 매물로 나온 한진해운의 노선이 보유 노선과 대부분 겹치는 데다 3분기 대규모 적자를 예고한 상황이어서 인수할 여력이 없다는 분석이다.

한진해운은 입찰에 참여할 인수 후보가 7~8곳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고려해운 장금상선 흥아해운 등 근해선사를 비롯해 컨테이너선 영업으로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는 일부 벌크선사도 관심을 보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안대규/이상엽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