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자골로 변신한 미사리
먹자골로 변신한 미사리
1970~1980년대 한강변을 낀 미사리 조정경기장 앞 미사대로에는 수십여개 라이브 카페가 늘어서 있었다. 노래깨나 한다는 가수에게는 꿈의 무대나 다름없었고 그 통기타 선율을 따라 수많은 연인이 이곳에 모여들었다.

30여년이 흐른 지금 미사리 카페촌은 명맥만 겨우 유지하는 수준이다. 이곳에 남아 있는 라이브 카페는 윤시내의 ‘열애’와 송창식의 ‘쏭아’ 두 곳에 불과하다. 쏭아에서는 송창식 씨를 비롯해 양하영·위일청 씨 등이 무대에 서고 열애에서는 윤시내·조광조·채은옥 씨 등이 활동 중이다.

2012년 보금자리 택지지구 개발로 영업이 중단돼 철거를 앞둔 미사리 옛 라이브카페촌 모습. 한경DB
2012년 보금자리 택지지구 개발로 영업이 중단돼 철거를 앞둔 미사리 옛 라이브카페촌 모습. 한경DB
오균아 열애 대표는 “예전엔 오전 10시부터 새벽 4시까지 라이브 카페마다 사람으로 가득 차던 시절이 있었다”며 “전성기와 비교할 수 없지만 여전히 주말이면 빈자리가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10시까지는 대부분이 젊은 시절의 향수를 떠올리는 중년 손님이고 11시 이후에는 20~30대 젊은 층도 종종 찾는다.

오 대표는 “미사리 카페촌은 40~50대에게 추억의 장소로 의미가 깊은 곳인데 사라져가는 모습이 안타깝다”며 “우리 카페만은 끝까지 명맥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라진 라이브 카페 자리를 채운 것은 가족단위 나들이객을 중심으로 한 대형 음식점이다. 초계국수, 한우국밥 등이 중심을 이루며 ‘라이브 카페촌’에서 ‘먹자 상권’으로 성격이 변했다.

업종이 달라지면서 고객 성향도 변했다. 기존 라이브 카페는 하남을 비롯한 인근 거주자보다 외부에서 찾아오는 손님이 절대적으로 많았다. 오 대표에 따르면 대략 90% 정도의 손님이 외부에서 왔다. 반면 대형 음식점은 인근 거주자 고객 비율이 높다. 하남 미사지구와 풍산지구 등에 새로 입주한 아파트 거주자가 늘어난 효과다. 강남·잠실·의정부 등 외부에서 오는 손님도 3분의 1 정도다.

미사리 카페촌에 있는 한우전문점 ‘한우1번지’ 관계자는 “예전에는 라이브 카페를 찾았다가 식사하는 손님이 대부분이었다”며 “지금은 식당이 많이 생기면서 외식을 목적으로 찾아오는 가족단위 손님이 주를 이룬다”고 설명했다.

최근 스타필드하남이 들어선 이후에는 ‘낙수 효과’ 기대가 커지고 있다. 물론 아직은 오픈 초기인 만큼 소비자들이 스타필드하남 내부로만 몰리는 상황이다. 교통체증도 매출을 떨어뜨리는 데 한몫했다. 상인들에 따르면 대부분 식당 매출이 스타필드하남 오픈 이후 30~40% 하락했다.

16년째 이곳에서 운영 중인 레스토랑&카페 ‘더 리버’ 관계자는 “신세계에서도 스타필드하남의 교통체증을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 교통 여건이 점차 좋아지고 있다”며 “초반이어서 스타필드에 사람이 몰리고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외부 상권으로도 유동인구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했다. 이 일대는 한강이 흘러 전망이 좋은 데다 자전거도로가 있어 외부 손님을 유치하기에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미사리 카페촌 구역에 대형 상가가 조성된다는 것 또한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미사리 카페촌 매물은 없고 임대 시세는 월세가 1200만~2500만원 수준이다.

한우1번지 관계자는 “조정경기장 안에 테마파크를 조성 중이어서 스타필드하남 외에 즐길 곳이 더 많아진다면 상권이 성장하는 데도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글=이정흔 한경비즈니스 기자 / 주현주 인턴기자

사진=김기남 한경비즈니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