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TV 부동산 전문가 현장진단] ⑥ 정창래 부동산가치투자연구소 소장 "소액 부동산 투자로 수익내려면 직주근접성 좋은 도심 소형주택 사라"
단풍이 아름다운 계절이다. 가을이 깊어가는 이맘때에는 전국의 이름난 산마다 단풍이 절정을 이루는 날짜를 알려주기도 한다. 단풍의 절정은 산의 80%가 물들었을 때를 가리킨다고 한다. 80% 정도가 물들면 그 다음은 빠르게 낙엽이 지기 때문이다.

최근 서울 강남권 재건축 추진 아파트를 중심으로 3.3㎡당 매매가격이 4000만원을 넘을 정도로 이 지역 집값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분양가상한제 폐지, 재건축 초과이득환수제 유예 등 그동안 정부가 추진한 규제 완화와 함께 사상 초유의 저금리로 유동성이 확대된 결과로 풀이된다.

부동산시장 과열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연이어 나오고 있다. 더구나 시장 활성화에 힘입어 주택 공급이 많아지면서 공급과잉 우려 논란도 불거지고 있다. 상승하는 시장을 보는 시장 참여자들의 고민도 깊다. 투자자들은 지금 사야 하는 시점인지 팔아야 하는 시점인지 고민이 커진다.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지금 집을 사면 ‘상투’를 잡는 게 아닌지 더 불안하다. 단풍은 80%가 물들고 나면 빠르게 떨어진다지만 부동산시장은 기존 가격의 몇%가 상승하면 하락기로 접어든다고 누구도 단언할 수 없다.

과거 부동산 시장을 보면 항상 상승기 이후에 조정기, 그 이후에 하락기로 이어지는 가격 곡선을 그려왔다. 상승기가 있으면 언젠가는 하락기로 이어지고 또 언젠가 상승기가 있게 마련이다.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상승기를 만날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장 참여자는 단기적인 시각으로 시장을 바라보기 때문에 상승기에 빨리 편승하지 못하면 조바심을 낸다. 시장에 진입하면서도 매입한 뒤 가격이 떨어지면 어쩌나 걱정하게 된다. 단기투자에서 최적의 타이밍을 잡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타이밍보다 내재가치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부동산의 내재가치, 즉 주택가격을 형성하는 요인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직주근접(職住近接)이다. 직장과 주거지가 가까워야 한다는 의미다. 풍부한 일자리가 있어야 인근 주거시설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다. 서울 인근의 신도시를 보더라도 경부고속도로 축에 자리한 경기남부권은 다른 지역에 비해 가격이 높게 형성돼 있다. 강남 접근성이 탁월하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인문적인 환경으로는 명문 학교와 같은 학군프리미엄, 상권 등 생활편의시설, 대규모 연속적인 주거벨트 형성 여부 등 다양한 요인을 포함한다. 직주근접성이 비슷하더라도 인문적인 환경이 좋은 지역은 가격이 더 높다. 강남 내에서도 학군이 좋은 곳의 집값이 비교적 더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이유다.

세 번째 요인은 주거쾌적성이다. 인근에 공원이 있다거나 한강변에 자리하고 있어 한강조망권을 확보하면 가격이 더 높게 형성된다. 심지어 같은 아파트 내에서도 한강이나 숲이 잘 보이는 동이나 층은 더 비싼 실정이다.

직주근접성과 인문적인 환경, 주거쾌적성 등 세 가지 요인을 모두 갖춘 주택을 찾기란 만만치 않다. 그렇다면 어떤 요소를 우선 고려해야 할까? 주택가격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직주근접성이다. 주거 수요가 대거 유입돼 가격이 상승하게 된다. 물론 주거 유형과 주택 크기별로 수요자의 소득 수준에 따라 직주근접에 대한 민감도에는 차이가 있다. 상대적으로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평수가 크고 인문적인 환경이나 주거쾌적성을 꼼꼼히 살피기 때문에 직주근접에 대한 민감도는 떨어진다. 반면 소득 수준이 낮은 수요자는 소형 주택에 대한 선호도가 높고 생활편의시설이 잘 갖춰진 지역, 직장이 가까운 도심지역을 선호하기 때문에 직주근접에 대한 민감도가 가장 높다.

결국 소액으로 투자해 수익을 내길 원하는 투자자라면 직주근접성이 좋은 도심지역의 소형 오피스텔이나 소형 주택 등을 매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대형 주택 가격이 앞으로 높게 형성될 지역에 중장기적으로 투자를 원하는 투자자는 직주근접성은 다소 떨어지더라도 인문적인 환경과 주거쾌적성이 좋은 지역(한강변), 용산처럼 대규모 공원이 지어져 앞으로 주거환경이 개선될 지역에 투자하는 게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와 달리 주택 공급이 많아지면서 사놓기만 하면 자연스레 차익이 실현되는 시대는 저물어가고 있다. 투자지역을 선정할 때에는 부동산의 내재적 가치를 꼼꼼하게 살펴 중장기적 관점에서 투자에 임하는 게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