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권력층 갑질의 종착지…한국 경제 '총체적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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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4분기 성장률 1%대 전망 나와
우리 경제 현상 정확한 인식 부족
'프로보노 퍼블리코' 정신 발휘할 때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우리 경제 현상 정확한 인식 부족
'프로보노 퍼블리코' 정신 발휘할 때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한국경제신문 창간 52주년 특별기획 ‘2016 대한민국 갑질 리포트’가 장안의 화제다. 경제적 측면에서 갑질의 최종착지는 ‘성장률 둔화’다. 특히 권력층이 갑질할수록 둔화 폭은 커진다. 때맞춰 HSBC, 노무라증권 등은 올해 4분기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1%대로 추락하고 그 추세가 내년 2분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충격적인 전망을 내놨다.
성장률이 1%대로 떨어진다면 한국 국민이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체감경기는 더욱 나빠진다. 한국은행이 추정한 잠재성장률 3~3.2%를 토대로 소득 갭(실제성장률-잠재성장률)을 산출해보면 1.5%포인트 내외 ‘디플레 갭’이 발생하는 셈이다. 디플레 갭은 체감경기가 내려가는 온도로 일부 국민 사이의 외환위기 때보다 더 안 좋다는 말을 뒷받침한다.
총수요 항목별로 4분기 이후 성장률이 1%대로 추락할 가능성을 점검해보면 가장 기여도가 높은 소비는 한국 국민의 ‘평균소비성향(APC=소비÷소득)’이 지난 2분기 70.9까지 떨어졌다. 특히 올 들어 ‘한계소비성향(MPC=소비증가분÷소득증가분)’이 APC보다 더 빠르게 떨어지는 추이를 감안하면 4분기에는 70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내년에도 소비는 쉽게 회복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APC가 높은 중산층 이하 계층이 가계부채 부담이 가중되면서 소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가처분소득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가처분소득이 ‘마이너스’로 돌아서 소비성 대출로 연명하는 한계계층도 갈수록 두터워지는 추세다.
거센 4차 산업혁명 물결 등에 대비하기 위해 투자로 비어야 할 기업의 곳간은 돈이 넘쳐 흐른다. 6월 말 기준으로 10대 그룹 상장사의 사내유보금은 550조원에 달했다. 사상 최대 규모다. 기업의 설비투자는 줄어들어 올해 상반기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 급감했다.
주요국의 내년 예산안을 보면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기 위해 관련 기업을 대폭 지원하는 쪽으로 짜여 있다. 미국은 ‘AMP(advanced manufacturing partnership)’ 프로그램, 독일과 중국은 각각 ‘인더스트리(Industry) 4.0’ 계획, 일본은 일본재흥전략이 대표적이다. 내년 우리 예산안을 보면 이들 국가와 대조될 정도로 초라한 규모다.
수출 감소세는 더 심각하다. 반짝 회복세를 보인 올 8월을 제외한다면 작년 1월 이후 21개월째 연속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올 한 해 수출 감소율은 -10%(9월까지 -8.5%)에 이를 것으로 보여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으로 -13.9%까지 급락한 2009년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이 더 문제다. 45대 대통령을 맞는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보호주의 물결이 더 거세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무역특화지수(TSI=특정 업종 순수출액÷총교역액)로 한국 주력 수출 품목별 최대 경쟁국인 중국과의 경쟁력을 보면 휴대폰, 철강, 조선업 등은 추월당했다. 석유화학, 디스플레이 부문에서의 격차도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경기대책 차원에서의 재정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예산 조기 집행→재정절벽 우려→추가경정예산 편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가 형성된 지 오래다. 박근혜 정부 들어 집권 4년 기간 중 3년에 걸쳐 추경이 편성돼 예산안 자체가 무의미해졌다. 내년 정부의 예산안도 400조원에 달하는 ‘슈퍼 예산’이다.
재정지출의 승수효과가 떨어지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경기부양 효과가 큰 투자성 항목보다 경기부양 효과가 낮은 일반 경직성 경비나 포퓰리즘적 항목으로 세금이 낭비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재정지출을 늘리거나 법인세 인상을 주장하기에 앞서 경기부양 효과가 높은 항목으로 재정지출을 조정하는 ‘페이고(pay go)’ 정책이 선행돼야 한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정책 당국자와 국민 대표기관일수록 한국 경제의 심각성을 인정하지 않거나 말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 밑그림을 짜야 할 경제수석은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 않는다. 양대 정책집행 책임자는 경기부양 수단을 놓고 여전히 여유가 있는지 입장차가 감지된다. 국회의원은 경제가 어려운 것을 남의 탓으로 돌리면서 ‘국감 스타’가 되기에 바쁘다. 벌써 10명이 넘는 차기 대선주자는 대통령 꿈에 정신이 팔려 있다.
총체적 위기다. 어려운 때일수록 더 어렵게 보는 ‘미네르바 증후군’은 경계해야 하겠지만 우리 경제가 처한 현실을 정확히 인식하고 인정하는 것부터 선행돼야 한다. 총체적 위기의 대응은 누구를 탓해서는 안 된다. 모든 주체가 경제 살리기에 동참하는 ‘프로보노 퍼블리코’ 정신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고, 또 발휘돼야 할 때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
성장률이 1%대로 떨어진다면 한국 국민이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체감경기는 더욱 나빠진다. 한국은행이 추정한 잠재성장률 3~3.2%를 토대로 소득 갭(실제성장률-잠재성장률)을 산출해보면 1.5%포인트 내외 ‘디플레 갭’이 발생하는 셈이다. 디플레 갭은 체감경기가 내려가는 온도로 일부 국민 사이의 외환위기 때보다 더 안 좋다는 말을 뒷받침한다.
총수요 항목별로 4분기 이후 성장률이 1%대로 추락할 가능성을 점검해보면 가장 기여도가 높은 소비는 한국 국민의 ‘평균소비성향(APC=소비÷소득)’이 지난 2분기 70.9까지 떨어졌다. 특히 올 들어 ‘한계소비성향(MPC=소비증가분÷소득증가분)’이 APC보다 더 빠르게 떨어지는 추이를 감안하면 4분기에는 70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내년에도 소비는 쉽게 회복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APC가 높은 중산층 이하 계층이 가계부채 부담이 가중되면서 소비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가처분소득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가처분소득이 ‘마이너스’로 돌아서 소비성 대출로 연명하는 한계계층도 갈수록 두터워지는 추세다.
거센 4차 산업혁명 물결 등에 대비하기 위해 투자로 비어야 할 기업의 곳간은 돈이 넘쳐 흐른다. 6월 말 기준으로 10대 그룹 상장사의 사내유보금은 550조원에 달했다. 사상 최대 규모다. 기업의 설비투자는 줄어들어 올해 상반기에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 급감했다.
주요국의 내년 예산안을 보면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기 위해 관련 기업을 대폭 지원하는 쪽으로 짜여 있다. 미국은 ‘AMP(advanced manufacturing partnership)’ 프로그램, 독일과 중국은 각각 ‘인더스트리(Industry) 4.0’ 계획, 일본은 일본재흥전략이 대표적이다. 내년 우리 예산안을 보면 이들 국가와 대조될 정도로 초라한 규모다.
수출 감소세는 더 심각하다. 반짝 회복세를 보인 올 8월을 제외한다면 작년 1월 이후 21개월째 연속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올 한 해 수출 감소율은 -10%(9월까지 -8.5%)에 이를 것으로 보여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으로 -13.9%까지 급락한 2009년 이후 가장 큰 폭의 감소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이 더 문제다. 45대 대통령을 맞는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보호주의 물결이 더 거세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무역특화지수(TSI=특정 업종 순수출액÷총교역액)로 한국 주력 수출 품목별 최대 경쟁국인 중국과의 경쟁력을 보면 휴대폰, 철강, 조선업 등은 추월당했다. 석유화학, 디스플레이 부문에서의 격차도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경기대책 차원에서의 재정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예산 조기 집행→재정절벽 우려→추가경정예산 편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가 형성된 지 오래다. 박근혜 정부 들어 집권 4년 기간 중 3년에 걸쳐 추경이 편성돼 예산안 자체가 무의미해졌다. 내년 정부의 예산안도 400조원에 달하는 ‘슈퍼 예산’이다.
재정지출의 승수효과가 떨어지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경기부양 효과가 큰 투자성 항목보다 경기부양 효과가 낮은 일반 경직성 경비나 포퓰리즘적 항목으로 세금이 낭비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재정지출을 늘리거나 법인세 인상을 주장하기에 앞서 경기부양 효과가 높은 항목으로 재정지출을 조정하는 ‘페이고(pay go)’ 정책이 선행돼야 한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정책 당국자와 국민 대표기관일수록 한국 경제의 심각성을 인정하지 않거나 말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경제 밑그림을 짜야 할 경제수석은 어디에 있는지 보이지 않는다. 양대 정책집행 책임자는 경기부양 수단을 놓고 여전히 여유가 있는지 입장차가 감지된다. 국회의원은 경제가 어려운 것을 남의 탓으로 돌리면서 ‘국감 스타’가 되기에 바쁘다. 벌써 10명이 넘는 차기 대선주자는 대통령 꿈에 정신이 팔려 있다.
총체적 위기다. 어려운 때일수록 더 어렵게 보는 ‘미네르바 증후군’은 경계해야 하겠지만 우리 경제가 처한 현실을 정확히 인식하고 인정하는 것부터 선행돼야 한다. 총체적 위기의 대응은 누구를 탓해서는 안 된다. 모든 주체가 경제 살리기에 동참하는 ‘프로보노 퍼블리코’ 정신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고, 또 발휘돼야 할 때다.
한상춘 객원논설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