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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글로벌 소프트웨어 업체인 SAP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인사 혁신으로 주목받고 있다. 2012년부터 빅데이터에 기반한 인사(HR)관리 시스템을 도입해 적용 중이다. 정기적인 공채와 성과에 연동한 보상 체계 등 전통적인 인사 기법도 과감히 손질했다.

하이로 페르난데스 SAP 아시아태평양지역 HR부문 수석부사장(사진)은 1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필요에 따라 적재적소에 인재를 공급하는 기술이 기업의 핵심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금융 등 특정 업종에선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비율이 4 대 6으로 역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사팀이 기업 간 경쟁의 최전선에서 뛰어야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페르난데스 부사장은 다음달 1~3일 서울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파르나스호텔에서 열리는 ‘글로벌 인재포럼 2016’에 참석해 SAP가 디지털 시대에 맞게 인사 전략을 어떻게 바꿨는지를 들려줄 예정이다.

▷독일 정부와도 협업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정부가 4차 산업혁명의 밑그림을 그리는데 컨설팅을 하고 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은 결국 제조업 혁신이에요. SAP는 독일 최대 소프트웨어 회사로서 BMW, 다임러 등 독일의 여러 제조업체와 협력하고 있습니다. 관련 데이터를 많이 보유하고 있고 여기에서 파생된 다양한 아이디어를 정부와도 공유하고 있습니다.”

▷주로 어떤 아이디어를 제공합니까.

“전략적인 인재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어요. 앞으로 기업의 인재관리는 더 유연해지고 기법 측면에서도 더 다양해질 필요가 있죠. 직원들도 한 회사에 계속 머물지 않고 이직하는 비중이 커질 것입니다. 고용시장에도 일종의 노마드(유목민) 현상이 확산될 것이란 얘기입니다.”

▷정규직 비중이 얼마나 줄어들까요.

“컨설팅회사인 액센츄어에 따르면 현재 미국 일자리 가운데 약 20~33%가 계약직이에요. SAP와 옥스퍼드이코노믹스가 2012년 공동 발간한 ‘2020년 노동인구’ 보고서는 2020년까지 소매업·금융업 등 일부 분야에서 이 비중이 60% 안팎으로 뛰어오를 것으로 전망했죠. 업종과 국가에 따라 그 속도는 다를 수 있지만 정규직에서 비정규직으로 고용 형태가 바뀌는 경향은 뚜렷합니다.”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합니까.

“전략적인 인재관리가 필요합니다. 좋은 인재에겐 어떤 특징이 있는지 파악하고 직원들의 능력 차이도 알아채야 해요. 조직에 도움이 되고 혁신을 뒷받침하는 인재 운용에 관한 전략이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기업이 고용하는 ‘정규직’ 직원 수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줄어들 겁니다. 대신 특정 프로젝트를 위해 해외에 있는 동료나 외부 컨설턴트, 아웃소싱 업체의 도움을 받겠죠.”

▷‘대졸 공채’ 등 채용 방식에도 변화가 있을 것 같은데요.

“전통적인 채용 절차로 사람을 뽑고 평가하는 것은 더 이상 기업에 큰 도움을 주지 못할 겁니다. (다른 기업과) 차별화된 결과를 얻으려면 차별화된 접근과 사고방식이 필요하죠.”

▷SAP는 새로운 인사관리 제도를 도입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클라우드 방식 디지털 플랫폼에 기반한 인사관리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인사관리 부문은 그동안 트렌드에 다소 뒤처져 있었어요. 다국적 기업 가운데 상당수는 글로벌 조직과 통합되지 않은 국가별 인사관리 시스템을 쓰죠. 특정 포지션에 사람이 필요하면 사내 게시판에 글을 올려서 사람을 찾는 등 주먹구구식입니다. 2012년부터 ‘석세스팩터스’라는 클라우드 솔루션을 도입해 세계의 인재 수요와 공급 현황을 실시간으로 통합관리하고 있습니다.”

▷어떤 효과가 있습니까.

“조직 효율성이 훨씬 개선됐고 직원 만족도도 올라갔죠. 실시간으로 모든 직원의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되면서 직원에 대한 보상 주기를 9주에서 3주로 줄일 수 있었습니다.”

▷유연근무제와는 어떻게 관련됩니까.

“빅데이터를 이용해 인적자원을 관리할 수 있게 되면 유연한 근무제도를 도입할 여지도 그만큼 늘어납니다. 지난해 SAP 전 직원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 대다수가 유연근무제(FWAs)를 적용받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죠. 이는 직원들이 일과 삶의 균형을 맞추고 있다는 뜻이기도 해요. 특히 재택근무와 유급 및 육아휴직 등은 육아를 병행해야 하는 여성 직원의 짐을 덜어주는 데 도움이 됩니다.”

▷평가 방식도 바뀌었습니까.

“그렇습니다. 회계 결과에 따른 연례 성과보고 대신 지속적으로 직원과 상호작용하는 평가 시스템인 ‘SAP토크’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분기나 반기별로 직원 실적에 순위를 매기는 대신 성과를 최적화하는 방법을 꾸준히 상의하고 다음 발전분야를 토론하는 것입니다.”

▷어떤 장점이 있습니까.

“정확한 보상 체계를 짜고 회사에 장기적으로 근무할 직원에게 적절하게 연봉을 올려줄 수 있어요. 지난 5월 SAP 인력의 10%인 8000명을 대상으로 시행했는데 불과 넉 달 만에 대상자의 90%가 관리자와 지속적으로 대화하고 있으며 대화의 질도 높다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내년 초엔 전 임직원에게 적용할 예정입니다.”

■ 하이로 페르난데스는

△1959년 콜롬비아 출생 △1982년 콜롬비아 로스안데스대 졸업 △1982~2008년 글로벌 비즈니스 및 정보기술(IT) 컨설팅 업체 네오리스 인사부문 사장 △2009년 SAP 라틴아메리카 지역 인사부문 부사장 △2013년~ SAP 아태지역 인사부문 수석부사장

■ SAP는

SAP는 1972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인근 소도시 발도르프에서 시작해 세계적인 소프트웨어 회사로 성장했다. 세계 190개국 30만여 고객사에 전사적 자원관리 프로그램(ERP) 등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2015회계연도 매출은 208억유로(약 26조원)에 달했다. 작년 말 기준 직원 수는 7만7000여명이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

11월 1~3일 서울 그랜드인터컨티넨탈파르나스호텔 www.ghrforum.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