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라씨와 같은 컬러플래닝과 디자인(해당 수업명) 분반에 있던 학생”으로 자신을 밝힌 해당 대자보는 지난 16일 나붙은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비선 실세 의혹의 중심인물 최순실씨(최서원으로 개명) 딸인 정씨는 이화여대 입학 과정과 학점 관리에서 특혜 논란을 빚고 있다.
“저는 지난 학기 과제 때문에 수많은 밤을 샜습니다. 학생들은 더 나은 결과물을 제출하기 위해 상당한 액수의 돈을 지출하는 데도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노력 끝에 얻게 된 학점을 정유라씨는 어떻게 수업에 단 한 번도 나오지 않고 최소 B 이상을 챙겨갈 수 있나요?”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에 올라온 대자보를 보면 의류산업학과 재학 중인 이 학생은 강의를 맡은 유모 교수에게 이같이 따져 물었다.
이어 “저는 그 어디에서도 정유라씨의 과제물을 본 적이 없습니다”라면서 “교수님, 책임지고 진심으로 학생들에게 사과하십시오. 그때 수많은 벗(학우)들은 정말 많은 시간과 노력과 돈을 투자해 그 3학점을 따냈습니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날 찾은 생활환경관 건물 강의실에는 대자보가 사라져 있었다. 누가 어떤 경위로 철거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학교 관계자는 “직접 안 가봐 잘 모르겠다”라고만 답했다. 대자보 내용의 사실관계에 대해서도 “해당 교수와 연락이 닿지 않아 확인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대자보가 사라진 자리에는 의류산업학과 학생들이 쓴 것으로 보이는 20여장의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다.
“저도 말 타겠어요 학점 주세요!” “참관만 해도 학점이라니…” “저희는 밤새워 과제를 해야 하나요?” 같은 정씨에 대한 학점 특혜 의혹을 풍자하는 내용, “의류학과 학생은 무슨 죄입니까?” “학생들 보기에 부끄럽지 않습니까?” “교수로서 양심이 남아계신다면, 이제 그만 모든 걸 멈춰주세요” 등의 비판을 담은 문구들이 눈에 띄었다.
다만 당초 대자보에서 해당 수업을 수강한 정씨가 B학점 이상을 받았다는 의혹은 사실과 다소 다른 것으로 확인됐다. 정씨는 이 학과의 다른 수업에서 B+를 받았지만 대자보에서 문제제기한 수업에선 C+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고 해도 정씨에 대한 특혜 의혹은 달라질 게 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이대생은 “(정씨가) 수업 출석 자체를 안 했다는데 C학점도 후한 것 같다. 상대평가라서 열심히 출석하고 과제 제출한 학생도 C 받는다”고 말했다.
한편 이화여대는 이날 오후 4시와 6시30분 각각 교직원과 학생들 대상으로 최근 제기된 여러 의혹을 해소하고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한다. 행사는 비공개로 열린다. 사퇴 압박을 받고 있는 최경희 총장이 행사에 참석할지도 미지수다. 학교 측은 “(총장 참석 여부는) 확인된 바가 없다”고만 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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