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훈 소설 '현의 노래', 국악극으로 즐겨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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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10~20일 국립국악원 공연
소설가 김훈의 장편소설 《현의 노래》가 국악극으로 각색돼 무대에 오른다. 다음달 10~20일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열리는 국악극 ‘현의 노래’에는 주연 배우 3명을 비롯해 관현악 연주자 34명, 합창단원 15명 등 76명이 출연한다.
공연은 6세기 중엽 대가야의 쇠락기를 배경으로 예술을 좇아 조국을 등진 예인(藝人) 우륵의 이야기를 다룬다. 대가야가 멸망할 위기에 처한 것을 안 우륵은 가야금을 가지고 신라에 투항한다. 이후 신라 진흥왕의 도움으로 가야금 12곡조를 완성해 후세에 음악을 전한다.
장편소설을 무대에 올리는 만큼 악극에선 방대한 원작 내용을 간결하게 쳐냈다. 2004년 출간된 원작 소설은 가야금 ‘현의 길’을 택한 우륵과 칼을 만드는 대장장이 야로의 삶을 대비해 보여준다. 가야의 왕 가실과 우륵의 아내 비화 등 주변 인물 이야기도 비중있게 다뤘다. 이번 공연은 우륵과 그를 보필하는 제자 니문, 무희 아라 등 세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꾸몄다. 서연호 고려대 국문학과 명예교수가 드라마투르그로 참여했다.
연극연출가 이병훈 씨는 18일 국립국악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음악극은 이야기가 단순하고 명료해야 한다”며 “음악이 극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음악이 중심이 되는 극을 만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김훈 작가와 약 1년간 의견을 나눠왔다는 그는 “작가는 작품을 구상할 때 국립국악원의 악기박물관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했다”며 “소설에선 크게 다루지 못한 음악적인 부분을 극을 통해 부각하기를 희망했다”고 전했다.
기존 국악극에선 볼 수 없던 오라토리오 형식을 도입한 이유다. 이번 공연에선 가야금 병창을 선보이는 현녀 6명이 무대 중앙에 앉아 음악 전개를 주도한다. 여기에 합창단원 15명이 가세한다. 이들은 노래를 통해 극중 시점의 분위기를 전하고, 우륵의 내면을 표현할 예정이다. 그리스극의 코러스와 비슷한 역할이다.
음악은 전통 곡조와 현대 음악을 넘나들며 우륵의 파란만장한 삶을 표현한다. 작곡가 류형선 씨는 “김훈 작가 특유의 치밀한 문체를 음악으로 옮기는 것이 쉽지 않았다”며 “밀도를 놓치지 않도록 노랫말 운율을 살리고, 무대 위 현녀들의 소리와 무대 아래 관현악 연주가 어우러지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원작의 유려한 문장을 살리기 위해선 내레이션 캐릭터를 활용했다. 현대 의상을 입은 인물이 과거를 되돌아보는 이야기꾼 역할을 하며 장면 전환을 돕는 식이다.
우륵 역은 가야금 연주자인 김형섭 국립국악원 정악단 단원이 맡았다. 무대에서 가야금을 연주하며 소리와 대사로 극을 풀어간다. “주연 배우가 전문 소리꾼은 아니지만 그 덕분에 음악과 언어가 더욱 도드라질 것”이라는 것이 류씨의 설명이다. 원작의 시녀에서 궁중 무희로 설정이 바뀐 여인 아라는 국립국악원 무용단의 이하경이 맡아 전통 춤사위를 선보인다. 제자 니문은 뮤지컬배우 김태문이 맡았다.
김해숙 국립국악원 원장은 “우리 음악의 기반을 다진 우륵을 조명하는 공연”이라며 “우리 소리의 깊은 울림을 돌아보고, 문화가 가진 힘에 대해 생각해보게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공연은 6세기 중엽 대가야의 쇠락기를 배경으로 예술을 좇아 조국을 등진 예인(藝人) 우륵의 이야기를 다룬다. 대가야가 멸망할 위기에 처한 것을 안 우륵은 가야금을 가지고 신라에 투항한다. 이후 신라 진흥왕의 도움으로 가야금 12곡조를 완성해 후세에 음악을 전한다.
장편소설을 무대에 올리는 만큼 악극에선 방대한 원작 내용을 간결하게 쳐냈다. 2004년 출간된 원작 소설은 가야금 ‘현의 길’을 택한 우륵과 칼을 만드는 대장장이 야로의 삶을 대비해 보여준다. 가야의 왕 가실과 우륵의 아내 비화 등 주변 인물 이야기도 비중있게 다뤘다. 이번 공연은 우륵과 그를 보필하는 제자 니문, 무희 아라 등 세 인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꾸몄다. 서연호 고려대 국문학과 명예교수가 드라마투르그로 참여했다.
연극연출가 이병훈 씨는 18일 국립국악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음악극은 이야기가 단순하고 명료해야 한다”며 “음악이 극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음악이 중심이 되는 극을 만들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김훈 작가와 약 1년간 의견을 나눠왔다는 그는 “작가는 작품을 구상할 때 국립국악원의 악기박물관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했다”며 “소설에선 크게 다루지 못한 음악적인 부분을 극을 통해 부각하기를 희망했다”고 전했다.
기존 국악극에선 볼 수 없던 오라토리오 형식을 도입한 이유다. 이번 공연에선 가야금 병창을 선보이는 현녀 6명이 무대 중앙에 앉아 음악 전개를 주도한다. 여기에 합창단원 15명이 가세한다. 이들은 노래를 통해 극중 시점의 분위기를 전하고, 우륵의 내면을 표현할 예정이다. 그리스극의 코러스와 비슷한 역할이다.
음악은 전통 곡조와 현대 음악을 넘나들며 우륵의 파란만장한 삶을 표현한다. 작곡가 류형선 씨는 “김훈 작가 특유의 치밀한 문체를 음악으로 옮기는 것이 쉽지 않았다”며 “밀도를 놓치지 않도록 노랫말 운율을 살리고, 무대 위 현녀들의 소리와 무대 아래 관현악 연주가 어우러지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원작의 유려한 문장을 살리기 위해선 내레이션 캐릭터를 활용했다. 현대 의상을 입은 인물이 과거를 되돌아보는 이야기꾼 역할을 하며 장면 전환을 돕는 식이다.
우륵 역은 가야금 연주자인 김형섭 국립국악원 정악단 단원이 맡았다. 무대에서 가야금을 연주하며 소리와 대사로 극을 풀어간다. “주연 배우가 전문 소리꾼은 아니지만 그 덕분에 음악과 언어가 더욱 도드라질 것”이라는 것이 류씨의 설명이다. 원작의 시녀에서 궁중 무희로 설정이 바뀐 여인 아라는 국립국악원 무용단의 이하경이 맡아 전통 춤사위를 선보인다. 제자 니문은 뮤지컬배우 김태문이 맡았다.
김해숙 국립국악원 원장은 “우리 음악의 기반을 다진 우륵을 조명하는 공연”이라며 “우리 소리의 깊은 울림을 돌아보고, 문화가 가진 힘에 대해 생각해보게 될 것”이라고 소개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