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 본사. 사진=ECB 홈페이지
유럽중앙은행(ECB) 본사. 사진=ECB 홈페이지
유럽중앙은행(ECB)이 오는 20일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주요 정책금리 결정에 나선다. 양적완화를 줄이는 '테이퍼링(tapering)'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최근 나오면서 시장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ECB가 테이퍼링에 들어갈 가능성이 낮다고 진단했다. 주요 금리를 동결하고 마리오 드라기 ECB 총재가 시장 안정을 위한 발언을 내놓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번 ECB 회의 결과는 한국 시간으로 20일 오후 8시45분께 나올 예정이다. 약 한 시간 뒤에는 드라기 ECB 총재가 기자회견에 나선다.

지난 9월 ECB는 기준금리 0.0%와 예치금 금리 -0.4%, 월 800억유로의 자산 매입을 유지했다.

앞서 주요 외신은 ECB가 국채 등의 자산매입 규모를 월 100억유로 가량 줄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내년 3월 양적완화 종료 이전에 테이퍼링을 검토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유로화 가치가 요동치는 등 글로벌 유동성에 대한 우려가 시장에 번졌다.

그러나 ECB가 테이퍼링을 검토, 실시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목표치인 2%에 크게 못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월과 9월 유로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작년 동기보다 각각 0.2%, 0.4% 증가하는 데 그쳤다.

또 비토르 콘스탄치오 ECB 부총재가 자산매입 중단과 관련된 합의는 없다며 테이퍼링을 전면 부인하기도 했다.

박성우 NH선물 연구원은 "ECB가 테이퍼링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경기 회복이 선행되어야 한다"며 "그러나 유로존은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더뎌 추가 부양이 필요한 상황인 만큼 가능성이 낮다"고 분석했다.

이승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ECB는 테이퍼링이 아닌 추가 통화 완화책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도이치뱅크와 포르투갈 신용 등급 강등 우려 등이 산적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ECB가 낮은 강도의 추가 완화책을 내놓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자산매입이 종료되는 내년 3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 협상이 시작돼 경기가 나빠질 수 있어서다. 독일 등 유로존 주요 국가가 대통령 선거를 치르는 점도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이 연구원은 "앞으로 재정 정책을 동반한 ECB의 자산매입 연장이 기대된다"며 "6개월 혹은 그 이상으로 기한을 늘릴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자산매입 대상 확대와 예금금리 인하 등이 논의될 것으로 봤다.

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sangj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