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게임주 저격한 '오버워치'
미국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총싸움 게임 ‘오버워치’가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를 밀어올리고 있다. 전 세계 스마트폰 업체들의 생산량 확대로 D램과 낸드플래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오버워치 열풍으로 예상치 못한 게임용 고사양 반도체 수요까지 늘면서다. 반면 오버워치의 독주로 국내 게임주들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PC 교체 수요 ‘폭발’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SK하이닉스 주가는 지난 6월 이후 40%가량 올랐다. 세계 그래픽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미국 엔비디아 주가는 같은 기간 29%, 반도체업체 인텔은 26% 각각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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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게임주 저격한 '오버워치'
지난 5월24일 출시된 PC 게임인 오버워치가 돌풍을 일으키면서 고사양 게임을 위해 컴퓨터를 교체하려는 수요가 늘어난 데 따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오버워치는 지난 4년간 PC방 인기 순위 1위였던 리그오브레전드(LOL)를 출시 한 달 만에 제치고 5개월째 30%를 웃도는 PC방 게임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승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버워치를 시작으로 최신 게임들이 멀티코어 프로세서와 다중 그래픽 등 고사양 시스템을 적용하면서 게임용 고성능 PC 수요가 눈에 띄게 증가했다”고 말했다.

오버워치는 6GB 이상의 메인메모리와 4GB의 그래픽 메모리를 권장한다. 일반 사무용 PC로는 게임을 제대로 즐기기 어렵다. 또 플레이 영상을 직접 중계하는 E-스포츠 트렌드를 이끌고 있어 녹화와 실시간 중계 기능까지 적용하려면 ‘오버워치용 PC’가 따로 필요하다.

개인 수요뿐만 아니라 PC방에서도 PC 교체 수요가 늘고 있다. 전경대 맥쿼리투신운용 주식운용팀장은 “기존 PC게임 시장을 주도했던 LOL은 PC 사양이 좋지 않아도 게임을 즐길 수 있었지만 높은 사양을 요구하는 오버워치가 인기를 끌자 PC 교체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며 “D램 가격 오름세가 이어지면서 서울 용산에서 D램 사재기 현상까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올 상반기 하락한 D램값은 6월 바닥을 치고 3개월간 20%가량 올랐다.

오버워치 돌풍을 계기로 앞으로 게임용 PC뿐만 아니라 그래픽 업체와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관련 시장이 확대될 것이란 기대도 커지고 있다. 글로벌 PC 제조업체인 HP와 레노버, ASUS 등은 최근 고사양 게임을 타깃으로 한 고성능 PC를 앞다퉈 내놓고 있다.

◆국내 게임사들은 ‘울상’

반면 국내 게임업체 주가는 오버워치 충격에 급전직하하고 있다. 오버워치와 비슷한 총쏘기 게임 ‘서든어택’으로 유명한 넥슨지티는 오버워치 출시 이후 주가가 34% 떨어졌다. 넥슨지티가 새로 출시한 서든어택2는 오버워치 흥행 여파로 출시 한 달 만에 서비스를 종료했다. 같은 기간 게임빌은 43%, 위메이드 34%, 웹젠은 28% 급락했다.

오버워치의 결제 방식도 ‘현금 결제’ 중심인 국내 게임의 매출 구조를 위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오버워치는 일시에 4만5000원을 내고 내려받으면 추가 결제를 하지 않아도 게임을 즐기는 데 문제가 없다. 국내 게임 이용자들이 이 같은 방식에 익숙해질 경우 추가 현금 결제를 유도해 매출을 올리는 국내 게임사들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오버워치 열풍으로 아프리카TV다나와 등 추가 관련주 찾기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온라인 가격비교 서비스업체 다나와는 게임용 조립 PC 구매가 늘면 수혜를 보는 구조다. 게임콘텐츠 관련 트래픽 비중이 65%에 달하는 미디어콘텐츠 업체 아프리카TV에선 매일 오버워치 방송이 수백회씩 이뤄진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