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10월19일 오후 3시38분

‘대우조선해양 사태’를 계기로 본격화된 금융당국의 회계제도개편 작업이 9부 능선을 넘었다. 기업과 회계법인의 책임 및 금융당국의 감독권 강화 방안이 논의되는 가운데 기업에 강제로 외부감사인을 정해주는 지정감사의 범위를 확대할 지 여부를 놓고 기업과 회계업계 간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국회계학회는 오는 27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회계투명성 향상을 위한 회계제도 개선방안’ 공청회를 연다. 정석우 고려대 교수 등 회계학 교수 12명이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진행한 제도개선 연구결과를 기업부문, 감사부문, 감독부문으로 나눠 발표할 예정이다.

감사부문에서는 감사인 선임과 보수 관련 개선 방안이 제시된다. 기업부문에선 감사위원회의 권한·책임 강화와 내부회계관리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 등이 집중 논의된다. 금융감독원이 감리와 감독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조사권을 강화하는 조치 등도 감독부문 개선 방안으로 제시될 예정이다.

개선안 가운데 기업과 회계법인 간 가장 의견이 엇갈리는 부분은 감사인 선임 방식과 보수에 관해서다. 회계업계에선 고객인 기업의 입맛에 맞춰 부실감사가 이뤄지는 것을 막기 위해선 지정감사 확대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업계 일각에서는 ‘상장회사에 대한 전면적인 지정감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회계업계 관계자는 “오너십이 강한 한국 기업의 특수성을 감안하고 하향 평준화돼 있는 감사보수를 현실화하기 위해선 지정제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반발하고 있다. 한 기업 회계담당자는 “일방적으로 지정감사를 받으면 자유수임 대비 보수가 세 배까지 올라간다”며 “지정감사는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을 뿐 아니라 회계 투명성을 높이는 데 역할을 한다는 근거도 없다”고 주장했다.

지정감사는 금융감독원이 기업에 일정한 기준에 따라 감사인을 지정하는 제도다. 현재는 상장을 앞뒀거나, 감사인을 기한 내 선임하지 않은 회사, 부채비율 200% 이상 등 재무구조가 좋지 않은 기업이 지정감사를 받는다.

일명 MSI(최소표준투입기준)로 불리는 최저보수 도입에 관해서도 첨예한 갈등이 예상된다. 회계업계는 감사하는 데 필요한 최저시간과 최저인원, 최저보수 등에 대한 기준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이번 공청회에서 업계 의견을 수렴한 뒤 다음달 개선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