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깨우는 한시 (9)] 일월당천만수수(一月當天萬水殊) 기어이하작친소(豈於夷夏作親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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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월당천만수수(一月當天萬水殊)
한 개의 달이 모든 강물에 비치지만
기어이하작친소(豈於夷夏作親疎)
어찌 변방과 본토라는 차별이 있으랴
한 개의 달이 모든 강물에 비치지만
기어이하작친소(豈於夷夏作親疎)
어찌 변방과 본토라는 차별이 있으랴
![[생각을 깨우는 한시 (9)] 일월당천만수수(一月當天萬水殊) 기어이하작친소(豈於夷夏作親疎)](https://img.hankyung.com/photo/201610/AA.12639299.1.jpg)
《불조통기(佛祖統紀)》에 따르면 혜악(慧顎) 스님이 관음상을 일본으로 모시고자 했으나 파도 때문에 뜻을 이루지 못했고, 《고려도경(高麗圖經)》에선 신라 상인이 한반도로 이운하고자 했으나 이 역시 같은 이유로 실패했다. 그래서 이곳에 자리 잡은 것이 관음성지의 시작이었다. 스토리의 짜임새는 하나같이 비슷하지만 무대는 중국이고 주인공은 일본인 한국인이 두루 등장한다. 8~9세기 창건 당시부터 한·중·일이 동시에 관계된 연합국 사찰인 셈이다.
종교는 국경이 없지만 종교인은 국경이 있으며 불상은 국경이 없지만 옮기는 사람은 국적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나 할까. 그 지역에서 지난 11~15일 한·중·일 삼국의 불교계 인사 수백명이 자리를 함께했다. 매년 한 차례씩 번갈아 가며 우의를 다지는 모임이다. 올해는 중국불교협회가 주관했다. 같은 점을 찾고 다른 점을 서로 인정하는 구존동이(求存同異)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고려 진각(眞覺, 1178~1234) 국사의 《선문염송》에 의하면 고려 스님이 관음상을 조성해 밍저우(明州, 현재 닝보)에서 배로 옮기고자 하는데 꿈쩍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이것을 이상히 여긴 주변인의 의문에 대한 장경혜릉(長慶慧稜, 854~932) 선사의 대답 역시 같은 논조였다. 그 말을 듣고서 ‘하늘의 달이 지역을 구별하지 않는 것처럼 관세음보살의 자비심은 국적을 가리지 않는다’는 부연설명을 하느라고 지비자(知非子·子溫, ?~1296) 스님이 남긴 시다.
원철 < 스님(조계종 포교연구실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