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연 15조원의 예산이 낭비되고 있는 중소기업 지원 정책을 전면 재검토키로 했다고 한다. 중소기업청 등 14개 중앙부처와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마다 경쟁적으로 지원정책을 내놓으면서 ‘헛돈’이 쓰이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2013년 12조9710억원이던 중기 지원 예산이 지난해 15조2788억원으로 연평균 8.5% 늘었지만,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못 내는 한계기업 비중은 7.0%에서 9.2%로 오히려 크게 늘었다. 이 정도면 지원정책으론 더는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다는 결론이 난 셈이다.

정부가 이제라도 중소기업 지원정책을 대수술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건 잘한 일이다. 정치권이 나팔을 불고 부처마다 지자체마다 중기 지원에 생색을 냈지만 정작 돈이 필요한 중기는 자금난과 인력난에 여전히 허덕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오히려 정부 지원금만 전문적으로 타내는 일부 업체들이 공공연히 ‘3관왕’ ‘4관왕’을 자랑하고 있다. 정부 지원 때문에 중소기업의 자생적 생태계가 붕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올 정도다.

정부의 실패는 무엇보다 중소기업을 보호해야 할 대상으로 인식하는 데서 비롯된다. 이런 잘못된 전제는 잘못된 논리를 만들어내 ‘중기적합업종’을 지정하고 대기업과 ‘동반성장’시켜야 한다는 반(反)시장 정책을 그려내게 한다. 이런 경제민주화 정책의 실패는 이미 곳곳에서 증명되고 있다. 정부는 다음달 KDI에 연구용역을 맡기겠다며 “중기 지원 예산 총액은 유지하되 효율을 높이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미 예산별로 이익집단이 형성돼 있다. ‘지원’이란 용어부터 없애야 한다. 기업의 생사는 시장이 결정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