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학생들이 최경희 총장 사퇴에도 본관 점거를 85일째 이어갔다. 본관 점거 해제 여부를 놓고 학생들 사이에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양상이다. 교수들도 총장 사퇴 후 의견이 극명히 갈리고 있다.

농성 학생들은 20일 “최 총장이 끝내 학생들에게 사과하지 않고 그간의 사건을 막기 위해 꼬리 자르기 식으로 사임을 발표했다”며 “학생 요구안이 받아들여진 뒤에야 점거 해제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감금 혐의로 경찰에 소환된 학생들에게 불이익이 없을 것’ ‘이번 사태에 대한 학교 측의 명확한 사과’ ‘민주적 의사결정기구 구성할 것’ 등을 골자로 하는 요구안을 마련했다.

반면 일부 학생은 ‘총장 사퇴 후 즉시 점거 해제’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화여대 인트라넷에선 “목적을 충분히 달성했다. 본관 점거를 해제해야 한다. 이 이상은 출구도 없고 여론도 없다”는 한 학생의 댓글이 상당한 공감을 얻기도 했다.

교수 사회도 여전히 쪼개져 있다. 지난 19일 교내 시위에 참여한 이화여대 교수협의회 소속 교수들은 “‘비선 실세’ 의혹을 받는 최순실 씨(60) 딸 정유라 씨(20) 특혜 의혹이 밝혀지지 않았다”며 오는 11월3일 재학생·교직원 등과 함께 시위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해 총장 선출 방식을 바꾸는 안도 요구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너무 지나친 것 아니냐”는 반대 여론도 만만찮다.

학교 이사회는 21일 긴급 이사회를 열어 최 총장의 사표 수리와 새 총장 선출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화여대 직제규정에 따르면 후임 총장은 2개월 안에 선출해야 한다. 교무위원 44명 전원도 지난 19일 사퇴서를 제출한 상태다.

한편 이준식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최씨 딸 특혜 의혹과 관련해 “이대 측에서 관련 자료를 전달받아 정씨의 출결 상황과 학칙 개정 부분 등을 들여다보고 있다”며 “자료만 받아서 파악되는 게 아니라 관련된 당사자를 만나서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